Friday 29th November 2024,
최윤섭의 디지털 헬스케어

국내 1호 디지털 치료제, 솜즈의 임상시험 논문 분석

한국 식약처 1호로 인허가 받은 디지털 치료기기(디지털 치료제)인 에임메드의 불면증 치료용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솜즈(Somzz)”의 효과를 검증하는 임상 시험에 대한 논문이 최근 JMIR에 출판되었습니다.

국내에서도 DTx가 몇년 전부터 큰 주목을 받으면서 우후죽순으로 여러 디지털 치료제 관련 회사, 연구, 투자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는데요. 인허가를 득한 혹은 확증 임상을 진행한 DTx의 논문이 출판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아마도 이 솜즈의 JMIR 논문이 처음이 아닌가 합니다. 그만큼 의미가 있는 논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임상 연구 디자인이 잘 되어 있고, 기본에 충실한 논문입니다.

 

연구의 의의와 임상 디자인

잘 알려진 것처럼 Somzz 는 불면증 치료 목적의 인지행동치료(CBTi)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CBTi에 기반한 DTx로는 FDA 인허가를 받았던 페어의 Somryst나, (의도적으로 인허가를 받지는 않았지만 메이져 DTx의 하나로 꼽히는) Big Health의 Sleepio 등이 여러 임상 논문으로 효과를 검증한 바 있는데요.

이번 논문은 모바일 앱 기반의 CBTi (논문에서는 MCBTi로 명명)를 다기관 연구(multicenter)로 RCT를 active control 로 진행한 최초의 연구라고 저자들은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DTx를 검증한 논문들은 web based CBT에 기반한 것이 많았습니다. 이번 연구는 서울대병원, 고대안암병원, 삼성서울병원 등의 3개의 병원에서 다기관 연구로 진행되었습니다.

총 98명의 불면증 환자를 모집하여, 실험군(솜즈)과 대조군(SHE, 수면 위생 교육)으로 절반씩 무작위로 배정하였고, 총 6주에 걸쳐서 임상을 진행하였습니다. (대조군 설정이 흥미로운데, 후술하기로 하고요.) Intervention 이후 4개월까지 f/u 을 진행하였습니다.

Primary outcome은 ISI (불면증 심각도 지표)로 설정하였고, secondary ourcome은 수면 다이어리에서 나타나는 지표들 (SOL, SE, total sleep time, WASO 등등)과 과 정신 건강 지표 (ESS, dysfunctional beliefs, 우울, 피로, health-related QoL 등)의 크게 두 가지로 나눠서 보았습니다.

 

솜즈의 세부적인 구성

이번 논문을 통해서 솜즈의 세부적인 작동 원리나 구성에 대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이제는 실제 환자에게 처방까지 되고 있으니, 잘 알려져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외부에서는 앱의 세부 구성 등에 대해서까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식약처 보도자료 등에도 대략적인 설명 밖에 나오지 않았거든요.

솜즈를 개발하던 당시에 에임메드에서 솜즈의 개발과 임상을 주도하시던 (지금은 카카오헬스케어로 옮기신) 김수진 선생님을 제 유튜브에서 인터뷰한 적도 있는데, 사실 세부적인 솜즈의 원리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실 수밖에 없으셨는데요. 이번 논문을 통해서 그 세부적인 원리까지 파악해볼 수 있습니다.

Somzz 앱은 CBTi 프로토콜에 기반하여, 만성 불면증에 first-line treatment로 활용되는 stimulus control, 수면 제한, SHE(수면 위생 교육), 인지 치료 등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이를 총 6단계에 나눠서, 6주 동안 진행합니다. 1주차에는 기본 교육, 2주차에는 stimulus control and sleep restriction, 3주차에는 SHE, 4주차에는 relaxation therapy, 5주차에는 cognitive therapy, 6주차에는 재발 방지를 및 마무리로 구성되어 있고요. 각 주차별로 숙제, 피드백 및 TIB (Time in Bed) recommentation을 제공하게 되어 있습니다.

특히, real-time TIB recommendation이 솜즈의 primary feature라고 언급되어 있는데요. 참가자들의 수면 다이어리에 기록된 수면 스케쥴을 기반으로 앱은 SE(수면 효율)을 계산하여, 필요한 TIB를 조정합니다. 그래서 만약 참가자가 침대에 권고된 시간보다 더 오래 머물면, 알람의 형태로 real-time feedback을 제공하게 됩니다. (이외에도 챗봇을 통해서 참가자에게 수면과 관련된 잘못된 믿음을 바꿔주거나, 질문에 답해주는 등의 기능도 제공합니다.)

 

대조군의 설정 방식

흥미로운 것은 대조군의 설정 방식입니다. (제가 강의 때도 항상 강조하는 부분입니다만) 디지털 치료제의 임상 연구에서는 이 대조군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가 항상 어렵고도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앱, 게임, VR 등에 기반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의 특성상 제대로된 대조군을 설정하기가 애매하거나,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기존의 연구에서는 환자를 단순 교육하거나, 비슷한 목적의 단순 앱을 제공하거나 (예를 들어, ADHD 치료용 게임을 검증한다면, 대조군으로 낱말 맞추기 같은 두뇌 발달 게임을 제공), 심지어는 무치료군.. 을 두기도 합니다. 무치료군은 윤리적 문제 등의 이슈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웨이팅 리스트를 활용하여 시간차를 두고 대조군은 늦게 치료를 제공하는 등의 방식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가장 좋은 것은 소위 ‘active ingredients’만 쏙 빼고 완전히 똑같은 소프트웨어로 Sham을 만드는 것인데, 여러 요소로 구성된 소프트웨어에서 ‘active ingredients’와 그렇지 않은 것을 깔끔하게 구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쉽지 않습니다.

흥미롭게도 이번 연구에서는 대조군에 동일한 인터페이스의 소프트웨어로 SHE를 제공함과 동시에 수면 다이어리에서 (솜즈의 primary feature라고 설명되어 있는) real-time TIB recommendation 기능을 빼놓고 제공합니다. 즉, 이 real-time TIB recommendation을 일종의 active ingredients로 정의한 것 같습니다. DTx 임상 연구에서 대조군을 이런 방식으로 설정했던 사례는 많이 보지 못해서, 제게는 상당히 흥미로웠던 지점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대조군을 이렇게 설정한다는 것은 소위 active control 중에서도, 상당히 강한(?) active control 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수면 위생 교육과 수면 일기 작성 등이 기존의 기본적인 진료에서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솜즈가 기존 치료보다 유의미하게 더 좋은 치료 성과를 보여야만 성공하는, 연구진 입장에서는 상당히 리스크가 있는 임상 디자인이었습니다.

 

임상 시험 결과

임상 시험 결과는 Primary 및 Secondary outcome 모두에서 솜즈가 대조군 대비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습니다. Primary outcome인 ISI는 Intervention이 끝난 직후에 대조군 대비 가장 큰 차이의 개선을 보여주었고요 (P<0.001). 이후 총 4개월의 f/u 중에서 3개월까지는 대조군 대비 유의미한 차이를 보여줍니다. 다만, f/u이 1, 2, 3개월 차가 되면서 p-value가 각각 0.002, 0.02, 0.1로 변화하다가 4개월차가 되면 대조군 대비 P=0.35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어지게 됩니다.

즉, 솜즈의 불면증 치료 효과가, 치료 기간 이후 3개월 정도만 대조군 대비 유의미하게 지속된다는 의미이기도 한데요. 이 때문에, discussion 파트에서는 3개월차 정도에 추가적인 부스터 세션이 지속적인 치료 효과를 제공하기에 좋을 수도 있다고 언급되고 있습니다.

ISI를 기반으로 한 다른 지표들도 잘 나옵니다. 치료 효과가 있었던 참가자들의 비율에 대해서도 실험군은 45%, 대조군은 12%로 risk ratio 3.67 가 나오고요. Intervention response도 실험군 57%, 대조군 22%로 risk ratio 2.55가 나옵니다.

더 나아가서, SE와 WASO를 포함한 여러 secondary outcome에 대해서도 실험군이 대조군 대비 유의미한 개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주요 지표인 SE는 2주차부터 6주차까지 지속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어서, main figure에도 소개되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낮은 이탈율에 대해서

한가지 추가적으로 언급하고 싶은 점은 이 연구에서 환자의 중도 이탈율 (attrition rate)이 12%로 아주 낮습니다. 이탈율이 낮은 것은 좋은 것이지만, 좀 지나치게 낮아서 제게는 의아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실험군 49명 중에서는 7명이 이탈했는데요. (대조군 49명 중에서는 6명이 이탈) 이마저도 4명은 환자 동의서 단계에서 이탈했고, 1명은 연구에서 금지된 약물 (아마도 수면제 같은 것)을 복용해서 배제, 1명은 프로토콜을 따르지 않아서 배제되었습니다. (참가자 배제 기준에서, 첫 10일 동안 수면 다이어리를 7번 이상 쓰지 않은 참가자는 배제한다는 것이 포함되어 있는데, 아마도 여기에 해당되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논문에 ‘drop out’ 으로 표현되어 있는 참가자는 단 1명입니다.

즉, 임상에 참여하는 6주 기간 동안에 세션을 진행하다가 compliance 이슈로 중도에 그만둔 사람이 단 1, 2명에 불과하다는 것인데… 이는 너무 낮습니다. 즉, 통제된 임상 시험 세팅에서만 가능한 숫자라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앱의 retention rate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기존의 sleepio 의 임상 논문이나, ReSet-O 등의 RWD를 분석한 논문을 보면 이탈율은 매우, 매우 높습니다. 예를 들어, ReSet-O을 실제 처방 받은 환자들의 RWD를 분석해보면, 12주 모듈의 절반 이상 마치는 환자의 비율은 66%, 전체를 마치는 환자는 49% 에 불과합니다. Discussion 파트에서도 기존 메타분석 논문을 언급하면서 기존 디지털 CBTi 연구들의 dropout rate이 21.6% 라고 언급되어 있기도 하고요.

이것이 논문에는 MCBTi, 즉, 모바일 앱이라는 모달리티의 특성상 이탈율이 낮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되어 있지만.. 아마도 연구 과정에서 임상 연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 연구 간호사 선생님들이 열심히 참가자들에게 리마인드 드리는 등으로 잘 챙겼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이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real-world에서는 환자들의 중도 이탈율이 훨씬 클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런 경우에 치료 효과가 논문에서 나오는 것보다 적을 수밖에 없을텐데요. 솜즈가 현재 현장에서 환자에게 처방되고 있으니, 추후에 RWD를 분석해보면 이에 대해서는 더 상세히 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나가는 말

이번 논문은 식약처에서 1호로 허가 받은 디지털 치료기기인 솜즈의 확증 임상 결과를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한국의 업계 사람들에게는 의미 있는 논문입니다. 특히, 외부에서는 잘 알기 어려웠던 솜즈의 세부적인 구성이나 메커니즘, 그리고 효과에 대해서 파악할 수 있는 논문입니다. 솜즈의 세부적인 구성 같은 부분을 읽으면서, 에임메드 분들께서 그동안 고민 많이 하셨겠구나.. 하는 지점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임상 디자인도 잘 설계 되어 있고, 논문도 깔끔하게 잘 씌여져서 흥미롭게 읽었던 논문입니다. 특히 대조군의 설정 부분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확증 임상과 탐색 임상을 포함해서 (올해 초 기준으로) DTx와 관련된 임상이 60개 이상 임상시험 계획승인을 받았습니다. 아직 이 연구들에 대한 연구 결과가 peer-review journal 에 실린 경우는 많지 않은데요. 이번 논문과 같은 연구 결과가 앞으로 더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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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의료를 혁신하고 세상을 더 건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벤처투자자, 미래의료학자,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 서울대학교병원 등에서 연구하였습니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를 2016년에 공동창업하였고,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40여 개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하였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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