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에 제가 연재하는 칼럼으로 이번달에 실린 글입니다.
분량 제한 없이 쓴 원문을 여기에 올립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4차산업혁명의 핵심 분야로 수년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 판데믹을 거치면서 전 세계적으로 그 역할이 크게 부상했다. 그 중에서도 한국은 미국 정도를 제외하면 글로벌에서 디지털 헬스케어가 기술적, 산업적, 의학적, 규제적으로 가장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국가이다. 최근 몇년 동안에 한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는 그야말로 전방위적으로 눈부시게 발전했으며, 전 세계를 통틀어도 유래가 없을 정도의 디지털 헬스케어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필자는 10여년 전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단어가 한국에서 흔히 사용되기 전부터 이 분야를 개척해오면서, 문자 그대로 디지털 헬스케어가 제로투원, 즉 무에서 유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함께 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위상이 높아지면서 과거와는 격세지감의 경험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밖에 있는 분들은 이러한 발전상을 체감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아직까지 풀어야 할 숙제들이 산적해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과거의 디지털 헬스케어 불모지에서, 선진국으로 급격히 발전해왔다.
한국이 디지털 헬스케어 선진국이라는 것의 근거는 단순히 일면이 아니라, 산업계, 투자업계, 의료계 및 규제와 정책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생태계 전반에서 큰 발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각 분야의 발전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를 강화하면서 시너지를 낳고 있다. 이런 선순환 구조는 향후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더 큰 발전을 야기할 것이다.
먼저 산업계를 살펴보자. 필자가 일하고 있는 스타트업 업계는 디지털 헬스케어 창업이 수년째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벤처 투자 혹한기라고 불릴 정도의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국내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창업은 오히려 더욱 늘어나고 있다.
필자의 회사가 검토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숫자를 보면 알 수 있다. 4-5년 전에는 연간 50여개의 스타트업만 검토할 수 있었으나, 이후 매년 100개, 200개로 두배씩 성장하여,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200개 이상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투자 검토를 했다. 특히 올해는 상반기만에 17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검토했다. 질적인 혁신을 위해서는 결국 양적인 혁신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렇게 많은 스타트업이 배출된다는 것은 더 우수한 스타트업이 나올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산업적으로도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회사들이 등장하고 있다. 상장시장에서 올해 큰 주목을 받았던 의료 인공지능 스타트업 루닛과 같은 회사가 대표적이다. 과거 회의론자들은 ‘한국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조단위 기업은 나올 수 없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불과 작년에 상장한 루닛이 한때 시가총액 3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 받는 것은 한국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계에서 달성한 중요한 마일스톤이다. 필자는 수년 내에 제2, 3의 조 단위의 기업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대기업도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롯데와 같은 전통적인 대기업뿐만 아니라,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IT 기업들도 디지털 헬스케어에 뛰어들면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대기업들이 헬스케어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실제로 돈을 쓰고, 자회사 수준의 별도 조직을 만들고, 의료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해서 리더십을 맡긴다는 것이 근본적인 차이점이다. 이제는 한국의 대기업들이 발가락 하나를 담궈서 간을 보던 수준에서 벗어나,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산업계의 발전은 호의적인 정부 정책에 힘입은 바도 크다. 정부는 지난 2월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을 전격 발표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를 소위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겠다고 천명했다. 이 정책에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규제 및 수가 개선, 법 제정, 관련 전문 위원회 설립까지 전방위적인 지원 정책이 실려 있었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 및 디지털치료기기 수가 관련 정책이 구체화되는 등의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정책 중에서는 특히 식약처의 규제 개선이 업계에서는 큰 호평을 받고 있다. 업계의 큰 숙원이던 디지털 헬스케어 전담 부서가 신설되었으며, 인공지능, 디지털치료기기 등 디지털 헬스케어의 핵심 분야에 대한 규제 가이드라인이 발빠르게 제정되었다. 이에 따라 규제의 합리성, 일관성, 명확성이 높아졌으며 산업계에서 개발한 의료 인공지능, 디지털치료기기 등에 대한 인허가 사례도 활발해졌다. 심평원의 관련 수가는 아직 가야할 길은 멀지만, 그래도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제도 등이 신설되거나 개선되면서 산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렇게 한국의 디지털 헬스케어는 스타트업, 대기업, 정부 정책과 규제적 측면에서 지난 몇년 사이에 큰 발전이 있었다. 물론 숙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분야 자체가 비교적 신생임을 감안한다면, 글로벌에서도 이렇게 큰 발전을 만들어낸 사례는 한국을 제외하면 찾아보기 쉽지 않다. 아직은 분야 외부에 계신 분들께는 잘 알려져있지 않지만, 디지털 헬스케어는 ‘제2의 반도체’ 수준으로 국가적인 먹거리를 제공하는 거대한 산업이자,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차근차근 성장하고 있다.
Digital healthcare is a key sector of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and has been receiving a lot of attention for many years. Especially during the coronavirus pandemic, the role of digital healthcare has emerged globally, and Korea is one of the fastest developing countries in the world in terms of technological, industrial, medical, and regulatory developments. In recent years, Korea’s digital healthcare ecosystem has made remarkable progress in all directions, and the country has become one of the most advanced digital healthcare countries in the world.
I have been pioneering the field since before the term was commonly used in Korea more than a decade ago, and I have literally seen digital healthcare go from zero to one, or from nothing to something. Especially in recent years, Korea’s digital healthcare sector has been on the rise in the global market, and it’s been a tumultuous experience.
However, it seems that those outside the digital healthcare sector are not experiencing these developments. Of course, there is still a lot of work to be done, but nevertheless, Korea has rapidly developed from a digital healthcare backwater to an advanced country.
The evidence for Korea being a digital healthcare leader is not just on the front end, but literally across the entire ecosystem, from industry, investment, healthcare, and regulation and policy. All of these developments are connected, reinforcing each other and creating synergies. This virtuous cycle will lead to even greater advancements in digital health in the future.
First, let’s look at the industry. The startup industry I work in has been seeing more and more digital health startups for several years now. This year, in particular, we are passing through a difficult period of venture investment, but the number of digital health startups in Korea is increasing.
This is evident from the number of digital healthcare startups that my company reviews. Four to five years ago, we were only able to review about 50 startups per year, but since then, the number has doubled to 100 and 200 per year, and in 2021 and 2022, we reviewed more than 200 digital healthcare startups for investment. In the first half of this year alone, we reviewed more than 170 startups. Qualitative innovation must be preceded by quantitative innovation. This number of startups means that there is a higher probability of better startups.
As a result, we’re seeing companies with industrial significance emerge. Take companies like Lunit, a medical AI startup that made a big splash on the public markets this year. In the past, skeptics argued that there could be no trillion-dollar companies in digital healthcare in Korea. However, the fact that Lunit, which went public only last year, was valued by the market to the point where its market capitalization exceeded KRW 3 trillion at one point is a significant milestone for the Korean digital healthcare industry. I expect to see a second or third trillion-dollar company in digital healthcare in the coming years.
Large companies are also entering the digital healthcare space. In addition to traditional conglomerates such as Samsung Electronics, LG Electronics, and Lotte, IT companies such as Naver and Kakao are also entering the digital healthcare space. Conglomerates have always been interested in healthcare. However, the fundamental difference is that now they are actually spending money, creating separate organizations at the subsidiary level, and bringing in healthcare professionals to lead them. This means that Korean conglomerates have gone from dipping their toes in the water to looking at livers, and are now diving headfirst into the digital healthcare market.
The industry’s development is also supported by favorable government policies. In February, the government unveiled a strategy to create a new market for biohealth, declaring that digital healthcare will become the so-called “second semiconductor. The policy included all-round support for the digital healthcare sector, including improving regulations and numbers, enacting laws, and establishing specialized committees. As a result, the number of A.I and digital therapeutic devices is leading to tangible results as related policies are materializing.
Among the policies, the improvement of regulation by the Ministry of Food and Drug Safety is particularly well-received by the industry. A new department dedicated to digital healthcare, which has been a major challenge for the industry, was established, and regulatory guidelines for core areas of digital healthcare such as A.I. and digital therapeutic devices were quickly established. As a result, the rationality, consistency, and clarity of regulations have increased, and licensing cases for medical A.I. and digital therapeutic devices developed by the industry have increased. Although the number of cases still has a long way to go, the KFDA has revitalized the industry with the establishment or improvement of the Integrated Review and Evaluation of Innovative Medical Devices and the New Medical Technology Evaluation Deferral System.
As you can see, digital healthcare in Korea has come a long way in the past few years, both in terms of startups, large companies, and government policies and regulations. Of course, it’s not without its challenges. But given that the sector is still relatively young, it’s hard to think of any other country in the world that has made such significant progress. Although it is not yet well known to those outside the sector, digital healthcare is a huge industry that is feeding the nation on the level of the “next semiconductor” and is slowly growing into a new growth eng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