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27th October 2024,
최윤섭의 디지털 헬스케어

복지부의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을 환영하며 (+ 분석 및 코멘트)

최근 복지부에서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을 대대적으로 발표했습니다. 바이오헬스 및 디지털 헬스케어를 ‘제2의 반도체’ 수준으로 육성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서, 디지털 신시장 창출, 바이오 헬스 수출 활성화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5대 핵심 과제로 구성된 전략을 보건복지부 주도로 수립한 것입니다.

이 발표 내용을 꼼꼼하게 읽어보니 엄청나게 흥미로운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이번 정책 방향의 핵심에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있습니다. 이렇게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아젠다가 많은 정책 발표를 보니 정말 감회가 새롭기까지 합니다. (제 기억에는 정부 정책에 디지털 헬스케어가 이렇게 중심적으로 등장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문을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리며, 제가 읽으면서 발견했던 몇가지 흥미로운 부분들을 메모하고, 제 생각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디지털 제품/서비스 관련 첨단 제품에 대해서는 임상/허가/관리 각 단계의 규제 체계를 ‘전면 재설계’ 한다고 합니다. 이 ‘전면 재설계’라는 표현은 정부의 공식 문서라는 점을 감안하면 꽤 강도가 높은 표현으로 보이는데요,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나오지는 않습니다. 얼마나 근본적으로 바뀌어 갈지 지켜봐야 할 것 같고요.

 

혁신의료기기 수가 적용을 위한 정책 개선

(단기적으로는)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제도와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제도 적용 확대와 관련해서도 ‘얼마나 확대될 것인지’가 관건이겠지만, 이 부분이 유의미하게 확대될 수 있다면 의료기기 관련 산업에는 큰 호재가 되겠지요. 최근에 의료 인공지능 회사 뷰노의 경우에는 심정지 예측 인공지능 딥카스가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제도를 통해 시장에 출시함으로써, 매출을 크게 상승시킨 바 있습니다. 이런 사례가 추가적으로 나올 수 있다면, 업계 전반에서 매우 긍정적일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한시적 비급여로 선사용 (1-3년), 건보 등재 단계에서 의료기술평가 시행하는 방향으로도 ‘검토’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실증 요구가 높고 안전성 우려가 낮은 혁신의료기기’부터 단계적 시행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해당되는 것은 결국 SaMD 일테고, CDSS 포함한 의료 인공지능과 디지털 치료기기 등이 되겠습니다. (CDSS는 이번 정책의 다른 부분에도 포함.)

‘혁신 계정’의 신설 검토

여기서 특히나 흥미로운 것은, 선진입 된 혁신 의료기기 근거 창출 지원을 위한 건보 재정 내에 (가칭) ‘혁신 계정’ 신설을 검토하겠다는 것인데요. 사실 이 주장은 업계에서 오랫동안 제안되어 왔습니다. 한국은 단일 건강 보험 체계이기 때문에 혁신 의료 기술에 대해서 너무 보수적이므로, 건보와는 별도로 혁신 의료 기술의 지불을 위한 재정을 별도로 마련하자는 것이지요.

저는 그동안 여러번의 칼럼과 발표 등을 통해서 아래와 같이, 디지털 헬스케어, 특히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의 경우 새로운 수가 체계가 필요하다고 역설해왔는데요.

즉, SaMD의 경우 수가 책정에 대한 근거는 전통적인 임상 연구에서도 나오지만, SaMD의 경우에는 시장 선진입 이후에 실세계에서 사용하면서 (성능 자체가 매우 빠르게 개선되면서) 나오는 RWD를 통해서도 얻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선순환 구조를 어떻게 발동시킬 수 있을지가 매우 중요한데, 이번 정책에서의 ‘선진입 된 혁신 의료기기의 근거 창출 지원’은 이런 지점을 잘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 얼마를 마련할 것이냐, 지원 대상은 누가 될 것이냐 같은 부분들이 숙제였습니다. (특히 건보 재정 위기인 상황에서, 의료비 절감은 못할 망정 별도의 재원을 투입하는 의사결정이 가능할 것인지가 고민거리입니다.)

사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복지부 장관님의 질의 응답에도 이 질문이 등장하지만) 구체적인 답변은 아직은 없습니다만, 일단은 별도의 재정을 만들겠다는 안건 자체는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 같아서 놀랍습니다. 특히, 재원을 건강보험재정 내에서 만들겠다는 것이 특히 놀라운데요. 아직은 ‘검토’ 단계라고 하니, 이런 부분이 정말로 시행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재정의 규모, 대상 같은 부분들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이겠지요)

디지털 치료기기의 건강보험 적용 방안 마련

또한, 디지털 치료제 (디지털 치료기기)에 대한 사항은 매우 많은 곳에 등장하는데요. (‘안전성 우려가 낮은’, ‘비침습적 기술’ 이런 부분에는 다 해당된다고도 볼 수 있지요.) 특히, 디지털 치료기기에 특화된 건강 보험 적용 방안을 2023년 내로 마련한다는 것도 주목할만 합니다. 작년에 나왔던, 디지털 치료기기 건보 적용 방안을 연내로 확정하겠다는 이야기로 보입니다.

작년에 나온 건보 적용 방안 초안에 대해서는 저도 별도의 포스팅을 통해 자세히 분석하면서 여러 의견을 드린 바 있고, 업계에서도 기대했던 수준에 비해서는 너무 보수적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초안에서 얼마만큼 변화된 방안이 최종적으로 확정될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인허가 시에 품목 분류가 없으면 한시 품목으로 분류/인허가 받도록 하겠다고 하네요. 디지털 치료기기가 워낙 다양하고 폭넓게 개발되고 있으니, 이런 부분이 들어간 것 같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한 가이드라인의 법제화도 있습니다. 지난 몇년 동안에 식약처 등에서 나온 의료 인공지능, 디지털 치료기기, 3D 프린팅, VR, RWD 등등 관련한 수많은 가이드라인이 있는데요. 이 중에 적어도 일부는 법제화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관련해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법 제정 부분도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규제 개선,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디지털 헬스케어법’ 의 제정을 추진한다고 하는데요.

최근 복지부, 산업부, 중기부 등 여러 관련 부처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잡음이 있었는데, 이번 정책 발표가 범정부 차원이라, 아마도 복지부에서 교통정리를 하는 모양새인 것 같습니다. (VIP도 힘을 실어주셨으니.) 이 법에 대해서는 역시나 ‘디지털 헬스케어’를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 등이 악마의 디테일로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법을 만든다는 것은 규제가 늘어난다…의 의미로도 볼 수 있는데, 합리적으로 잘 제정되면 좋겠습니다.

 

또한 범정부 거버넌스로 ‘디지털바이오 헬스 혁신위원회’ 구축한다고 하는데요. 이 위원회에 민간 위원이 얼마나 포함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는 제가 여력이 없어서 정부의 위원회 등의 요청은 대부분 고사했었는데요,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를 진흥하시겠다면, 이런 위원회에는 제가 꼭 포함되어서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주변에 좀 여쭤봤는데 아직은 구체화된 것이 없는 것 같더군요. 기회를 주시면 최선을 다해서 힘을 보태보겠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분 중에, 이 부분과 관련된 분이 계시면 저를 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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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의료를 혁신하고 세상을 더 건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벤처투자자, 미래의료학자,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 서울대학교병원 등에서 연구하였습니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를 2016년에 공동창업하였고,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40여 개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하였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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