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29th November 2024,
최윤섭의 디지털 헬스케어

복지부의 디지털 치료제 건강 보험 적용 방안에 대한 분석

최근 복지부와 심평원에서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방안에 대해서 고민의 결과를 조금씩 내어놓고 계십니다. 디지털 치료제 (디지털 치료기기)가 워낙 관심을 많이 받는 분야이다보니, 아직 식약처에서 인허가 받은 1호 디지털 치료제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심평원에서는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으신 것으로 보입니다.

디지털 치료제는 결국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이기 때문에 한국 산업계에서는 건강보험 급여가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책정되는지에 따라서 사업성 뿐만 아니라, 이 분야 자체의 흥망이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관련 분야에 계신 분들은 심평원에서 급여 정책을 어떻게 세우는지가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최종적으로 확정된 안은 아닙니다만, 복지부와 심평원에서 최근에 발표하신 내용을 들어보면, 그동안 관련 급여에 대해서 규제 당국이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신지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아는 선에서는 최근 두 번의 발표가 있었는데요. 지난 7월 10일 심평원 의료기술등재부 장준호 부장님께서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KMDIA) 정기세미나에서 발표하셨고, 또 9월 21일에는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의 조영대 보험급여과 사무관님께서 2022 디지털 치료제 미래 전략 포럼이라는 행사에서 발표하신 바 있습니다. 참고로 두 분께서 발표하셨던 슬라이드는 (아마도) 동일한 것 같습니다. (전자는 제가 개인적으로 찍어둔 사진과 기억에 의존하고 있긴 합니다.)

장준호 부장님의 발표 (제가 직접 촬영)

7월 행사에는 저도 연사로서 행사에 함께 참석해서 현장에서 장준호 부장님의 발표를 들었습니다만, 구두로만 들어서 충분히 내용을 기억하고 있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이번 9월의 조영대 사무관님의 발표는 유튜브에 영상이 남아 있어서 여러번 돌려 보면서 내용을 충분히 숙지할 수 있었습니다. 꽤 흥미로운 내용이 많이 담겨 있는데요. 저도 공부했던 내용을 정리도 하고, 현재 방안에 대한 제 코멘트도 남겨볼 겸 포스팅을 작성해봅니다. (발표에서 제가 흥미롭게 보았던 일부 내용만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전체 내용은 유튜브 영상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고민 많이 하셨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총평을 해보자면, 심평원에서 그동안 고민을 많이 하셨다고 느꼈습니다. 제 기억으로 2년 정도 전에 관련한 심평원 회의에 들어간 적이 있는데 (참고로, 저는 심평원 자문위원입니다), 당시에는 디지털 치료제가 무엇인지 개념부터 잡아가시던 단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번에 발표되고 있는 안건을 보면 디지털 치료제의 속성에 대해서 상당히 잘 이해하고 계시고, 급여 방안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하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제가 듣다가 깜짝 놀랐던 과감한 발언도 있었습니다. 향후 계획대로 잘 실행될지는 또 다른 이야기이겠습니다만, 저는 꽤 높은 점수를 드리고 싶습니다.

더 살펴보기에 앞서서, 아직 복지부/심평원의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보험 급여 방안은 확정된 것이 아닙니다. 특히, 아직 식약처에서 인허가 한 1호 제품이 나오기도 전이기 때문에 이를 확정 짓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전문가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을 거쳤다고 하며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상당히 의견들이 갈리기도 합니다), 대략적인 급여 책정 방향이나, 쟁점이 되는 이슈가 무엇인지는 좁혀가고 있는 단계로 보입니다. 아마도 큰 틀에서는 상당부분 방향이 정해진 것이 아닌가 합니다.

 

디지털 치료제: 의료기기 + 의약품 + 행위

먼저 저는 인상 깊었던 측면이 디지털 치료제의 근본적인 특수성에 대해서 심평원이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즉, 디지털 치료제가 기존의 다른 의료기기나 의약품과 같은 기존 등재 항목과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급여 등재시에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는데요. 흥미롭게도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 규제 방식은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SaMD)로 식약처에서 인허가 받음)
    • 사용 방식은 의약품과 유사 (의사가 처방하고, 환자가 자택 등에서 스스로 사용함)
    • 효과는 의사가 수행하는 행위와 유사 (기존 인지행동 치료 행위의 대체)

기존에 건보 급여는 치료재료, 약제, 행위 등으로 구분하여서 책정하고 있는데, 디지털 치료제는 이런 속성을 모두 가지고 있어서 급여를 책정하기가 까다롭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렇게 구분해서 설명하는 것이 아주 명확하고 좋아보였습니다. 그리고 사무관님께서, 이러한 이유로 기존의 수가 기준에 끼워넣기가 어려우며, 기존과 다른 방식의 지불 구조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씀하시는 부분도 좋았습니다.

 

사용 주체가 환자로 변화

여기에서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디지털 치료제의 경우, 사용주체가 ‘환자’로 변화한다는 점입니다. 많은 의료기기의 경우 병원 내에서 의료진이 환자에게 사용하게 됩니다만, 디지털 치료제의 경우에는 처방을 받아서 환자가 자택 등에서 (즉, 전통적인 의료 현장 외부에서) 각자 알아서 사용하는 방식이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환자가 디지털 치료제를 얼마나 잘 사용하는가에 따라서 치료 효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급여를 결정할 때에는 환자가 얼마나 잘 사용했는지를 RWE (Real World Evidence)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을 실제로 구현하려면 심평원으로서는 여러 측면에서 꽤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일단은 수가를 줄지, 얼마나 줄지를 처방 이후 환자가 얼마나 사용했는지 RWE를 확인하려면 이를 위한 시스템, 프로세스, 인력, 예산이 필요합니다. 더구나 기존의 주체가 ‘공급자’이므로 급여를 병원에 주는 것과 달리, 이 경우 주체는 환자가 되므로, 그러면 급여를 환자에게 지급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문제가 남게 됩니다. 이는 결국 한국 건보 체계의 근간에 대한 이슈가 됩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 또 언급됩니다.)

 

요양 급여 적용 대상

심평원에서는 기본적으로 디지털 치료제(디지털 치료기기)를 처방형과 비처방형, 즉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것과 처방이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구분합니다. 이 중에 보험 급여 적용 대상은 처방형 디지털 치료기기에만 한정됩니다. 그리고 이 중에서 일부는 보험 급여를 적용하고, 나머지는 비급여로 운영하는 형태를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등재 방향: 예비 등재를 거쳐서, 정식 등재로

저는 이 부분을 핵심으로 보았습니다. 2021년 11월에 건정심에 보고된 내용인데요. 디지털 치료제의 경우 ‘혁신의료기술 평가 트랙’을 우선 적용하여 예비 등재를 통해 시장에 우선 진입 기회를 부여하고, 일정 기간 이후에 재평가하여서 정식 등재로 가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는 ‘혁신의료기술’ 제도를 짚고 넘어가야 하는데요. 이는 2018년 7월 도입된 제도로, 첨단의료기술 분야에 대해서 안전성이 확보되었을 경우에 한해서, 잠재가치를 추가적으로 평가하여 우선 시장 진입 기회를 부여하는 제도입니다. 기존에는 디지털 치료제는 ‘혁신의료기술’ 제도가 적용되는 첨단의료기술 분야에 포함되었던 것 같지는 않은데, 2021년 11월 건정심에서 혁신의료기술 제도가 디지털 치료제에도 추가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보고된 것 같습니다.

 

예비 등재: 원가를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

예비 등재는 제품별로 이뤄지며, 원가 수준의 보상을 함으로써 현장에서의 사용량을 늘리는 것을 우선 목표로 하겠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서 3~5년에 걸쳐서 현장에서 표준치료 대비 효과, 그리고 환자 사용율 등을 검증한 이후에 정식 등재를 추진하게 됩니다. (슬라이드에는 예비 등재로 사용하는 기간이 명시되어 있지는 않습니다만, 조영대 사무관님이 구두로 언급하신 말씀에는 3~5년이라는 부분이 나옵니다.)

원가 수준의 보상을 하는 이유는, 디지털 치료제가 비교 가능한 품목이 없으므로 기존 가치평가 체계를 적용하여 가격 산정을 하기가 불가하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치료재료나 신약의 상한 금액 산정 시에 ‘원가’를 참고하고 있다는 점을 준용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비용효과성, 의료 체계 효율성 개선에 대해 가치를 입증하면, 정식 등재 시에는 추가 보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원가가 어떻게 책정될지가 결국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발 원가를 구성하는 항목으로 제품 개발비, 연구 개발비, 이윤, 부가가치세, 유지보수비를 들고 있고, 이 개발 원가를 예상 사용량으로 나눠서 단위 개발 원가를 산정하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근데 개발 원가에 ‘이윤’ 항목이 들어가는 게 맞나요?) 디지털 치료제 개발사로서는 이런 세부 항목의 구성이 적절한지, 개별 항목을 얼마로 잡을 것인지가 매우 중요해 보입니다.

 

정식 등재: 이 부분은 이견이 있습니다. 

정식 등재는 표준 치료 대비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표준치료와 적어도 비열등성을 보여주거나, 표준치료와 병용으로 우월성을 보인 RCT 연구가 필요합니다. 다만, 표준 치료가 부재한 경우에는 무치료군이나 위약비교군 대비 우월성을 입증해야 합니다.

이 부분은 제가 좀 의문, 혹은 이견이 있습니다. 표준 치료와 대비해서 비열등한 임상적 효과를 검증한 경우에만 급여를 제공한다는 방향이, 디지털 치료제의 특징과 장점을 충분히 고려한 합리적인 방안인가, 혹은 바람직한 방향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특히, 표준 치료 대비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는 이 부분이 디지털 치료제 개발사 입장에서는 매우 큰 장벽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비교 대상이 되는 표준 치료가 무엇이 될지는 개별 디지털 치료제에 따라서 다르겠습니다만, 만약 표준 치료가 의약품인 경우에는 디지털 치료제가 이와 비열등한 효과를 보이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입니다. 디지털 치료제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심평원도 언급하고 있는) 높은 접근성,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음, 환자 주도적 치료, 낮은 한계 비용, 낮은 부작용 등입니다. 하지만 디지털 치료제의 한계점이라 한다면 그 본질적 속성상 효능이 일반 의약품처럼 드라마틱하게 높게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경우 디지털 치료제는 인지행동치료에 기반하기 때문에, 이는 분자 수준에서 실제 물리화학적으로 작용하는 의약품과 대비해서 효능이 덜 드라마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디지털 치료제와 관련된 여러 임상 연구들에서도 대조군으로는 대부분 교육, 대면 상담, Sham을 사용하지, 표준 치료 (특히 의약품을) 대조군으로 놓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만약 디지털 치료제가 (의약품 표준치료) 대비해서 효능이 다소 낮다고 하더라도, 디지털 치료제가 가지는 장점들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효능이 다소 낮다고 할지라도, 고유의 장점 때문에 결과적으로 환자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식 등재 시에 단순히 표준 치료 대비 효과를 입증하는 것을 기본 전제로 두는 것은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표준치료가 부재한 경우에는 무치료군이나 위약비교군과 대비하여 우월성을 입증한다고 되어 있는데요. 이 경우라면, 표준치료가 부재한 디지털 치료제의 급여 적용 가능성이 (표준치료가 있는 경우에 비해서) 매우 높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서 디지털 치료제 사업을 하기를 원하는 개발사의 입장에서는 어떤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할지 고민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표준 치료가 부재한 질병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고려할 것 같습니다.

 

의료인의 행위료 구성: 교육 상담료와 별도 수가

디지털 치료제의 보상체계는 (앞서 언급한) 원가에 기반한 상한 금액 + 의료인의 행위료로 구성된다고 나옵니다. 그리고 다시, 의료인의 행위료는 기본 진찰료 (초진/재진) + 교육 상담료 (신설) + 별도 수가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로 나뉩니다. 예비 등재를 거쳐서, 정식 등재 시에, 비용 효과성이 입증된 경우에는 추가 보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이 부분이 아마도 ‘의료인의 행위료’로 표현이 된 것 같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의료계의 오랜 숙원 중의 하나인 교육 상담료가 신설 될 수도 있다고 언급한 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의료기기 등은 환자에게 적용하려면 사용 방법 등을 교육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기존 건보 수가 체계에서는 교육 상담에 대한 행위를 별로 인정해주고 있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 부분이 바로,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을 환자에게 적용하고 싶어도, 현장에서는 쉽지 않은 이유 중의 하나였는데요.

디지털 치료제 역시 환자에게는 상당히 낯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처방 이후에 별도로 사용법에 대한 교육이나 상담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대해서 이번 발표에서는 초기의 환자 교육 및 상담은 별도 발생하는 진료 비용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보상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매우 환영할만한 방안입니다. 다만, 역시나 이 교육 상담료를 ‘얼마’로 책정할 것인지는 추가로 살펴봐야 할 디테일입니다.

또한,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별도 수가’를 지급할 수도 있다고도 언급되어 있습니다. 이는 비용 효과성 개선이나, 디지털 치료제의 특성상, 의료 접근성 향상을 통한 치료 효율성 개선 등을 입증할 경우에 추가되는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처방 일수를 분할

이 부분도 흥미롭게 보았습니다. 현재 검토 중인 사항이라는 것을 전제로, 정식 등재 시에 처방 일수를 분할하여 사용 여부에 따라서 추가 처방이 가능하도록 등재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번 지적했다시피, 디지털 치료제의 아킬레스건이 바로 engagement, 즉 사용성입니다. 처방을 하더라도 환자가 실제로 사용을 해야만 치료 효과가 발휘될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서, 총 10주 간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라면, 환자가 몇주까지 사용하는지, 혹은 언제 이탈하는지에 따라서 효능이 차등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건보의 입장에서는 의사가 처방한 이후에 환자가 디지털 치료제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여기에 대해서는 지불을 줄이거나 하지 않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일반적인 의약품과는 달리 (의약품은 환자가 집에 가서 약을 실제로 먹었는지를 알기가 거의 불가능하죠), 소프트웨어로 구성되는 디지털 치료제의 경우 사용 여부를 데이터를 통해서 알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사용에 연동되는 다이나믹한(?) 지불 방식을 채택할 수 있습니다.

조영대 사무관님께서는 이 부분을 해당 디지털 치료제가 식약처에서 인허가 받을 때 사용 기간이 어떻게 설정되었는지를 개별적으로 들여다 봐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예를 들어, 총 90일 사용 제품인 경우에는 30일 동안의 사용을 초기 처방을 하고, 이 기간 동안 잘 사용되었을 경우에 나머지 60일을 후기 처방으로 구분할 수도 있다고 언급하였습니다.

 

사후 관리: 사용성에 연동

더 나아가, 급여를 정식 등재한 이후에도 환자의 사용성에 연동한 사후 관리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환자 사용성에 따라서 가격을 조정하거나, 비급여로 전환하거나 하는 등의 조정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특히, 예상 사용량과 대비하여 실제 사용량이 급증하는 경우에 소프트웨어의 특성상 한계 비용이 낮아지는 점을 고려하여 가격을 조정할 수도 있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더 많이 사용할수록 단위 원가는 낮아지기 때문에 (개발 원가 / 예상 사용량 = 단위 원가), 실제 사용량이 더 많아진다면 결국 가격을 낮출 수도 있다는 의미로 보입니다.

 

새로운 지불 보상 방식!

이 부분은 발표의 마지막에 지나가듯이 언급이 됩니다만, 저는 이 부분을 듣고서 깜짝 놀랐습니다. 디지털 치료제의 특성상, 기존의 지불 보상 방식과 다른 방식을 고려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디지털 치료제는 의료기기로 허가 받으면서도, 환자가 직접 사용하기 때문에 사용 방식은 의약품과 유사하고, 또 효과는 의사가 수행하는 행위와 비슷하다고 심평원은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이는 디지털 치료제가 기존의 행위별 수가제 하에서 단순히 치료제료와 행위 등의 방식과 구분된 별도의 보상 모델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놀랍게도 (사용의 주체가 되는) 환자에게 직접 보상을 한다거나, 사용 일수에 따른 보상을 한다는 등의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조영대 사무관님은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는 결국 한국의 건보 체계의 근간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사실 저는 이 정도까지 과감한 안을 언급할 줄은 몰랐기 때문에 이 부분을 듣고서 꽤 놀랐습니다. (다만, 이 부분은 많은 법령 개정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는 시범사업의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도 추가로 언급하고 있기는 합니다.)

만약 환자에게 직접 보상을 하거나, 사용 일수에 따라서 다이나믹하게 보상을 할 수 있다면 이는 디지털 치료제가 가지는 근본적인 특성을 잘 반영하는 합리적이면서도, 꽤나 선구적인 보상 체계가 될 것입니다. 제가 아는 선에서는 글로벌에서도 이렇게 지불을 하는 사례는 없기 때문에 잘 만들어지기만 한다면, 글로벌 수준에서도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선구적인 지불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정말 흥미롭게 보았고, 앞으로 이 부분이 어떻게 발전되어 나갈 것인지를 유심히 지켜보고 싶어졌습니다.

 

총평을 하자면, 심평원에서 전반적으로 디지털 치료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동안 많은 고민 끝에 꽤 괜찮은 방안을 도출하신 것 같습니다. 우려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특히, 표준치료 대비 효능의 검증 부분), 전반적으로는 기대했던 것보다 저는 훨씬 좋은 방안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기존의 보상 모델과 다른 새로운 방식까지 생각하고 있으시다는 부분 등에서는 귀를 의심할 정도로 놀라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방안이 최종적으로 확정될지, 제대로 실행이 될지는 또 다른 문제이지만요.

수가는 결국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어울리는 주제인데요. 디테일까지 합리적이고, 가능하면 분야의 발전을 위해서 전향적인 정책이 최종적으로 도출되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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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의료를 혁신하고 세상을 더 건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벤처투자자, 미래의료학자,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 서울대학교병원 등에서 연구하였습니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를 2016년에 공동창업하였고,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40여 개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하였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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