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27th October 2024,
최윤섭의 디지털 헬스케어

[논문] 루닛, 인공지능으로 면역항암제의 반응성 예측을 통한 동반진단의 가능성 입증

의료 인공지능 스타트업 루닛이 이번에 엄청 좋은 논문을 JCO(Journal of Clinical Oncology)에 내셔서 휘리릭 읽고 요약해봅니다. 루닛의 병리 인공지능 Lunit SCOPE를 이용해서, NSCLC 환자에서 면역항암제(ICI)의 반응성을 예측할 수 있으며, 기존의 바이오 마커인 PD-L1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입니다.

참고로, JCO는 임상 종양 분야의 최고 권위지로 IF가 무려 44점입니다. (이번 연구가 retrosepctive이고 환자수에 약간 제한이 있는데도 JCO에 나온 걸 보면, 이런 부분이 보완된 연구는 NEJM 급일 것 같네요.)

키트루다로 대표되는 면역항암제는 여러 암종에서 기존 항암제 대비 우월한 효과를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이 약이 (너무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환자에게 정말 효과가 있을지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단점이었습니다. 현재 인정되는 유일한 바이오마커는 PD-L1 인데, 요놈도 완벽하지가 않습니다. PD-L1 TPS(Tumor Progression Score)가 >50% 인 경우에만 chemo 대비 TRR, OS 등이 좋게 나오고, 1-49% 환자들에는 키트루다와 chemo의 outcome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습니다. 만약 PD-L1 TPS 1-49%의 환자의 반응성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가 있으면 정말 좋겠지요.

이론적으로는 Tumor infiltrating lymphocytes (TIL) 수치가 좋은 바이오마커일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져왔습니다. 근데 TIL을 병리 슬라이드 전체 (WSI)에서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것은 사람이 하기에는 너무 노가다(labor-intensive)이기도 하고, 측정자마다 차이가 커서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인공지능이 적용되기에 안성맞춤이지요.

Lunit SCOPE는 병리 슬라이드에서 TIL을 정량적으로 측정하여 세 가지 면역학적 형질(IP)로 구분합니다. (루닛의 관련 연구 보도자료를 찾아보니, 이 세가지를 각각 면역 활성, 면역 제외, 면역 결핍으로 번역하여 표현하시네요. 영어 치기 귀찮으니 아래에서는 저도 한글로 쓰겠습니다.)

  • immue-inflamed (면역 활성)
  • immune-excluded (면역 제외)
  • immune-desert (면역 결핍)

만약, 정말 TIL이 좋은 바이오마커이고, Lunit SCOPE이 이를 병리 슬라이드(WSI)에서 제대로 정량화하여, 면역학적 형질(IP)을 잘 구분했다면, 면역 활성/제외/결핍 환자 세그룹 사이에 대한 키트루다의 반응성 차이가 생기겠지요.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실제로 그랬습니다! 면역 관문 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 ICI)인 키트루다 monotherapy 로 치료 받은 적이 있는 삼성서울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의 NSCLC 환자 약 299명과 219명을 분석하여, 면역 활성/제외/결핍 세가지 그룹으로 나눠보니 정말로 PFS와 OS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위 그림)

혹시나 이런 구분이 면역항암제와 상관 없이 general prognostic marker가 아닐까 하여, (면역항암제 치료 안 받고) Platinum-Based Chemotherapy 받은 환자들에게 적용해보니 그런 경향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근데 OS는 활성/비활성 그룹 간에 쬐금 차이가 나는 것 같기도 한데..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다고 봐야 할까요?)

 

더 재미있는 건, PD-L1 TPS 와 인공지능 스코어를 함께 사용할 때입니다. 기존에 바이오마커로 활용되고 있지만 완전하지 않은 PD-L1 TPS를 Lunit SCOPE 스코어가 효과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인 것입니다. (아래 그림)

일단 PD-L1 TPS 50% 이상 / 1-49% / 0% 의 세가지 그룹에서 각각 면역 활성 / 비활성 그룹을 또 나눴습니다. 여기에서, PD-L1 TPS가 50% 이상인 그룹은 면역항암제에 대한 반응성이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으니 크게 문제가 안됩니다.

문제는 TPS 1-49% 그룹에서 반응성 예측율이 낮다는 것이지요. 근데 이 그룹에서 Lunit SCOPE으로 면역 활성 / 비활성을 세분화하면, 놀랍게도 활성 그룹의 반응성이 비활성 그룹보다 ORR, mPFS가 크게 높습니다. (심지어, n수가 크지는 않습니다만, 사실 TPS >50% 그룹에서 면역 비활성 그룹보다, TPS 1-49% 그룹에서 면역 활성인 그룹의 ORR, mPFS가 더 높습니다!)

더 나아가서, PD-L1 TPS 1-49% 그룹에서 면역항암제의 반응성에 대한 예측 퍼포먼스를 ROC 커브로 그려서 AUC를 계산해보면, PDL1 TPS는 AUC=0.556, 그러니까 동전 던지기 보다 쬐금 좋은 수준인 반면, Lunit SCOPE는 AUC=0.761 로 꽤 높게 나옵니다. 다시 말해, 이 인공지능이 앞서 언급한 “PD-L1 TPS 1-49%의 환자의 반응성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인 것이지요.

그리고 한가지를 더 덧붙이자면, (이 데이터는 환자의 숫자가 적어서 디스커션에 몇 문장으로만 언급되어 있습니다만), PD-L1 TPS 1-49%의 환자 중에서 first-line 으로 면역항암제를 쓴 10명의 환자의 경우 면역 활성군과 비활성군을 비교하면 TRR이 무려 66.7%와 0% 로 크게 차이가 납니다. n수가 적기는 합니다만 놀라운 차이이지요. 이 연구 결과는 후속 연구를 통해 이 인공지능을 바이오마커로 활용할 경우, 면역항암제를 first-line therapy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스토리를 전개해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주요한 후속 연구 주제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루닛은 그동안 병리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함으로써, 면역항암제의 반응성을 예측하는 동반진단 (companion diagnositics)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여러 초록 등을 통해서 보여 왔습니다. 이번 논문은 그런 연구 결과들 집대성해서 출판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루닛이 그동안 주장해왔던 것에 대한 proof-of-concept 를 훌륭하게 해낸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연구에 상당히 재미있는 지점들이 많고, 후속 연구를 통해서 더 임상적으로 임팩트를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많아 보여서 앞으로의 연구 결과들도 기대가 됩니다. 이 연구 후속으로 어떤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는지 나중에 루닛 분들 만나면 한번 여쭤봐야겠습니다. 좋은 논문 내신 것 축하드립니다!

Like this Article? Share it!

About The Author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의료를 혁신하고 세상을 더 건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벤처투자자, 미래의료학자,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 서울대학교병원 등에서 연구하였습니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를 2016년에 공동창업하였고,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40여 개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하였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Leave A Respon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