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재미있게 읽었던 미국의 원격의료 산업과 관련된 아티클을 정리해봅니다. (유료기사입니다).
코로나 이후 엄청난 활황을 맞이했던 미국의 원격의료 산업은 이제 또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한 가지는 (이 기사의 주제는 아니지만) 아마존, 월마트 등 빅 플레이어들이 이 시장으로 뛰어들면서 텔라닥 등 기존 원격진료 시장의 터줏대감들과 빅뱅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바로 ‘코로나 이후’를 대비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가 이 아티클의 주된 내용입니다.
판데믹 상황에서 미국의 원격의료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결국 규제 완화입니다. 대표적으로 원격진료의 메디케어 수가를 대면진료와 동등하게 ‘한시적으로’ 부여하기로 한 것이지요. 이외에도 장소에 상관 없이 가정에서도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한 것 (기존에는 메디케어 적용을 받으려면, 일종의 지정된 의료 기관으로 환자가 가야했습니다)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규제 완화는 결국 코로나 판데믹에 한해서 ‘한시적으로’ 내려진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원격진료 산업의 이해관계자들에게는 코로나가 종식된 이후에 규제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가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습니다. 원격의료 산업에서는 당연히 현재의 완화된 규제가 코로나 이후에도 지속되기를 바라고 있고요. 만약 이 모든 규제가 과거로 돌아간다면, 코로나 이후 폭발적인 호황을 맞이한 원격의료 산업이 ‘규제 절벽’으로 일거에 크나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이런 이유로 원격의료 회사들이 엄청난 규모의 로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업계의 전통적 1위인 텔라닥이 단연 많은 돈을 로비에 쓰고 있고, AmWell, Amazon, CVS Health, Walmart 등으로 구성된 Alliance for Connected Care 역시 로비를 많이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결국 원격의료 산업이 (사실은 헬스케어/의료 산업 자체가) 아무리 날고 기어도 결국 규제와 정책에 의해서 운명이 결정될 수 밖에 없는 산업이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기사에서 특히 흥미로웠던 대목 중의 하나는 이 부분입니다. (의역하자면,)
“원격의료 관련 정책은 다른 많은 헬스케어 분야와 다른 독특한 측면이 있다. 원격의료의 확대 자체를 반대하는 주요 이해관계자는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병원, 의사, 보험사, 고용주 및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들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이지요. 미국과 한국의 원격의료에 대한 기본적인 시각 차이가 이렇게도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미국에서도 세부적으로 보면 회사들마다 모두 다른 것을 원하고 있어서, 당국에 제기하는 정책 제안이 상당히 파편화되어 있다는 것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텔라닥과 암웰은 코로나 이후에도 ‘집에서’ 진료 받을 수 있기를, 오마다 헬스는 당뇨병 등 만성질환 관리를 자신들 같은 virtual care provider 들이 진행하는 것에 메디케어 수가를 받기를, GoodRx는 원격의료 회사의 진료가 주별로 국한되지 않기를, Doctor on Demand는 정신과 진료를 원격으로 받은 이후 6개월 내에는 반드시 대면 진료를 해야 한다는 원칙이 완화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회사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바라는 것이 있으니, 바로 ‘대면진료와 동등하게 메디케어 수가를 주는 것’이 코로나 이후에도 유지가 되는 것입니다. 사실 원격의료 산업 전체의 미래에 근본적인 영향을 줄 것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원래 ‘코로나가 종식될 때까지’ 유지한다는 계획이었으며, 일단 바이든 정부는 최소한 적어도 올해까지는 이 규제 완화를 유지한다고 한 상황인데요. 하지만 내년부터는 어떻게 될지 불확실합니다.
사실 이렇게 국가 재정을 더 쓰겠다는 정책을 permanent 하게 확정하는 것은 국회에서도 부담스러워하는 결정입니다. 원격의료가 의료의 접근성을 높여서 국가 전체로 보면 의료비를 더 쓰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헬스케어의 지상 과제가 의료비 절감인데, 만약 의료비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면 이 정책은 결코 환영받지 못합니다. (다만, 원격의료를 더 많이 사용하면, 메디케어 차원에서 의료비가 더 많이 낭비되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연구가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원격진료로 접근성이 높아져서 더 중증 질환이 되기 전에 미리 막을 수 있거나, 만성질환을 잘 관리할 수 있으면 전체적으로는 의료비가 낮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원격진료 보험사기’에 대한 우려 역시 크게 작용한다고 기사는 지적합니다. 미국에서 지금까지 원격진료 하면서 보험사기 사례가 적지 않은 모양인지, 당국에서는 관련해서 불신을 하는 의견들이 있다고 합니다. HHS Office of Inspector General 같은 곳에서 아예 공식적으로 이런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는데 (“telemedicine executives are the masterminds” behind a $4.5 billion criminal fraud scheme.) 원격의료 산업의 입장에서는 여기에 대한 충분한 반론이나 안전장치를 만들어놓지 못하면 산업 확장에 큰 걸림돌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여기에 대한 안정장치를 기술적으로 만들기가 불가능한가? 이런 문제가 대면진료에는 없는가? 허위 진료나, 보험 사기를 막기 위한 데이터, 근거를 남기기가 오히려 대면진료보다 원격진료가 더 기술적으로 용이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원격진료의 경우, 진료 내용 그 자체를 데이터로 남길 수도 있으니까요.)
최근에 아마존, 월마트 등이 이 시장에 뛰어들고, 기존의 EMR, 보험사, 오프라인 약국, 온라인 약국, 온라인 약가비교 서비스 등 인접 산업들이 이 시장에 모조리 뛰어들면서 시장이 아주아주아주 다이나믹해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향후 규제 및 수가와 관련된 부분까지 불확실한 측면이 많아서 이 시장의 앞날을 예측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한국에서는 강 건너 불 구경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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