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liedVR 에서 허리 통증을 완화하기 위한 ‘VR 진통제’에 대한 pivotal 임상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습니다. AppliedVR은 VR에 기반한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대표적인 회사인데요. LA의 대형 병원인 Cedar-Sinai Hospital 에서 스핀오프한 스타트업입니다.
작년에는 100명 정도의 허리 통증(low back pain)과 섬유근육통(fibromyalgia) 환자에 대해서 6주간 활용한 논문을 발표했었는데요. 이번에는 규모, 기간 등을 더 키운 pivotal trial입니다. (pivotal trial 이라 함은, FDA 인허가를 받기 위한 목적의 임상연구라는 의미입니다.)
상당히 흥미로운 점이 많은 연구입니다. 8주 동안, 집에서, 환자 스스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고, 이중맹검(double blind), 무작위 배정(randomized), 플라시보 대조군(placebo-controlled trial) 입니다. 총 179명의, 최소한 6개월 이상 허리 통증으로 고생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이 환자들에 대해 VR 기반의 통증에 대한 cognitive, emotional, physical response 를 알아차림, 교정 등을 유도해주는 EaseVRx 라는 VR을 사용하게 했습니다. 대조군으로는 자연 풍광이 나오는 2D 영상을 VR로 보여주는 방식의 sham(가짜) 기기로 설정하였습니다. 그 결과 전반적 통증 및 통증과 연계되는 활동, 수면, 감증, 스트레스 모두 대조군 대비 개선되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또한 참여한 환자의 87%는 통증이 개선되었습니다.
흥미롭게도 원격 임상 시험(remote clinical trial)으로 진행한 연구입니다. 그냥 집에서 환자들이 알아서 사용하게끔 내버려둔 방식으로 한 것인데요. 최근에 COVID-19 때문에 일반적인 신약에서도 원격임상시험이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만, 이렇게 DTx에서도 pivotal trial을 원격으로 시행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제가 최근에 원격의료+디지털치료제의 경계가 무너지는 사례를 계속 말씀드리는데, 이 부분도 그러한 사례 중의 하나입니다.
이렇게 환자들이 집에서 스스로 사용하게끔 하려면,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역시 사용성입니다. 매우 흥미롭게도 이 임상 연구에서는 이탈율이 매우 낮았습니다. 91%의 참여자들이 8주간의 프로그램을 끝마쳤는데요. 이례적으로 매우 높은 수치입니다. EaseVRx의 사용성 등급은 96-100th percentile을 받아서 A+ 를 받았다고 하는데 이는 ATM기나 선두권 이메일 서비스 정도로 쓰기가 쉽다는 것입니다. 이게 VR이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EaseVRx 에 특별한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는지는 조금 더 살펴봐야겠습니다.
다만, 논문에서 이야기하는 정도로 이중맹검(double-blind) 조건이 엄격하게 잘 설정되었는지는 재고의 여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중맹검이 엄격히 설정되었으려면, 환자가 VR 기기를 받았을 때 본인이 실험군인지 대조군인지 알 수 없어야 합니다. 하지만 가짜기기를 받은 대조군 그룹의 환자들은 통증 관리 목적의 연구에서 단순히 2D 자연 풍광을 보여주는 VR을 받았을 경우, 본인이 대조군이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참고로 EaseVRx는 작년에 FDA의 Breakthrough Device로 지정되었으며, 이번 pivotal trial 을 통해서 FDA 의료기기 인허가를 받은 다음에, (제가 다른 포스팅에서 정리해드린) CMS의 MCIT 를 통해서 4년 간 메디케어 ‘자동 수가’를 받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하고 있습니다. 사실 MCIT는 메디케어의 기존 benefit category 중에 해당되는 부분이 있어야만 적용되는 제도입니다만, AppliedVR의 입장에서는 기존 benefit category 중에 EaseVRx가 해당되는 부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회사측에서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만약 이렇게 되면, DTx 업계에서, 혹은 디지털 헬스케어 전체에서 또 큰 마일스톤이 하나 나오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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