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29th November 2024,
최윤섭의 디지털 헬스케어

디지털 헬스케어는 보험을 어떻게 혁신하는가

(이 글은 제가 손해보험협회의 ‘월간손해보험’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은 여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발전은 보험도 혁신하고 있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의 혁신은 결국 데이터에 기반한 것이다. 한 사람의 건강, 질병, 생활 습관에 대한 데이터가 양적, 질적 측면 모두에서 극적으로 개선될 뿐만 아니라, 이를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도 발전하고 있다. 또한 이에 기반하여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관리할 수 있는 수단도 늘어나고 있다.

이는 결국 보험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 기존에 보험은 사후적, 수동적이었다. 사고가 나거나, 병에 걸리거나, 치료를 받은 이후에야 보험사가 개입한다. 하지만 디지털 헬스케어를 활용하면 선제적, 능동적 보험으로 변모할 수 있다.

자동차 보험에서는 이미 나이, 성별, 교육 수준, 주행 거리, 사고 이력뿐만 아니라, 블랙박스의 설치 여부나, 더 나아가 운전 패턴이나 운전 습관 등을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분석하여 보험료의 산정과 인센티브/패널티 부여에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급가속과 급정거를 하는가, 코너에서 속도를 줄이는가, 평행 주차 중에 충돌한 적이 있는가, 노란불에서 정지하는가 등등) 보험사의 비용 관리나 리스크 산정뿐만 아니라, 운전자의 안전 운전 습관을 유도하여 서로 윈윈할 수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를 활용하면 이러한 방식을 건강 보험이나 생명 보험에도 적용할 수 있다.

 

활동량 기반의 건강 관리 서비스

이와 관련해 가장 기본적인 모델은 걸음수, 즉 활동량을 기반으로 보험료를 인하해주는 등 금전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활동량은 그 사람의 전반적인 건강, 의료 비용, 혹은 입원 시의 퇴원 기간 등과 상관관계가 있다. 또한 활동량이 많을수록 사망률(mortality rate)도 낮아지며, 신체 활동은 건강한 식습관, 질병 예방적 습관 등의 다른 건강 행동을 유도한다는 보고도 있다. 특히 이러한 활동량은 금전적인 인센티브를 통해서 적어도 단기간 유의미한 증가를 유도할 수 있다. 따라서 보험사는 가입자에게 활동량에 따른 인센티브를 적절히 제공함으로써 장기적인 비용을 줄이고, 보험 가입자는 재정적은 수익을 올리면서 건강도 개선하는 구조가 나올 수 있다.

이러한 보험사의 건강 관리 서비스는 해외에서 이미 다양한 모델이 나오고 있다. 뉴욕의 보험사 스타트업인 오스카(Oscar)에서는 지난 2014년 이렇게 활동량에 기반한 금전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한 바 있다. 보험 가입자 전원에게 손목 밴드 형태의 활동량 측정 웨어러블 기기인 미스핏(Misfit)을 나눠주고, 하루의 목표 걸음 수를 달성하면 하루에 1달러씩 금전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였다. 가입자들은 1년에 최대 240달러까지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었다. 또한 미국의 대형 보험사 존 핸콕(John Hancock) 역시 2015년 동의한 가입자에게 활동량 측정계 핏빗을 제공하고 활동량을 측정하여 보험료를 최대 15%까지 감면해주고, 하얏트 호텔 숙박권, 아마존 기프트 카드를 제공한 적도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기업이 건강 관리에 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험료를 할인받은 흥미로운 사례도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아피리오(Appirio)라는 회사는 건강 관리 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직원 400명에게 핏빗을 무료로 제공하고, 이렇게 측정한 데이터를 통해서 직원들이 건강 관리를 열심히 하는 것을 증명하였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피리오는 보험사 안템(Anthem)과의 재계약에서 연간 보험료의 5%에 해당하는 28만 달러를 절감했다. 이 역시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험사와 보험 가입자가 서로 윈윈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선제적, 능동적 보험

하지만 최근의 디지털 헬스케어의 발전은 건강 상태나 질병 관리 등에 대한 더 직접적이고 방대하며, 더 가치 있는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해준다. 이를 기반으로 보험사는 더 선도적이고 능동적인 대처를 할 수 있으며, 보험료의 책정이나 계리에도 활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삼성화재나 KB생명 등에서 출시한 당뇨병 환자 대상 보험이다. 특히 삼성화재가 출시한 당뇨 환자 보험에는 휴레이포지티브라는 국내 스타트업에서 개발한 마이헬스노트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함께 제공된다. 네이버포스트

이 스타트업은 앱만 사용하더라도 효과적인 혈당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강북삼성병원과의 임상 연구를 통해서 증명하였다. 이 결과는 지난 2월 사이언티픽 레포트에 발표되었는데, 제2형 당뇨병 환자가 6개월 동안 모바일 앱을 사용하면 당화혈색소 수치가 0.6% 감소한다. 대표적인 당뇨약인 메트포민(Metformin)이 당화혈색소를 1~1.5% 감소시키는 것을 고려하면, 이는 결코 적지 않은 수치이다. 이렇게 당뇨약과 같은 효능을 보이는 앱을 당뇨 보험에 가입한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당뇨 환자는 보험을 통해 본인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어서 좋고, 보험사는 장기적 비용을 낮출 수 있어서 좋다.

이렇게 전통적인 약은 아니지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게임, 챗봇, VR 등을 활용하여 질병을 치료, 예방, 관리하는 것을 통틀어 ‘디지털 신약 (digital therapeutics)’라고 한다. 이러한 디지털 신약은 2017년 9월 미국 FDA가 피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의 스마트폰 앱을 대마, 알콜, 코카인 등의 중독 치료 효과를 바탕으로 ‘디지털 약’으로 인허가(De Novo Approval)한 것이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디지털 신약에 대한 서비스나 연구 결과는 계속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디지털 신약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형태로, 효과적인 건강 관리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환자, 질병 위험군, 혹은 보험 가입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솔루션을 얼마나 어떻게 활용하고 건강이 얼마나 개선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가입자의 동의 하에) 분석하고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디지털 신약은 보험 상품과 결합되어 보험 가입자의 건강 상태를 파악하며, 보다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건강을 관리하거나 질병을 예방, 치료하는데 활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디지털 신약의 활용

이러한 디지털 신약은 앞서 언급한 휴레이포지티브 외에도 눔(Noom)이나 오마다 헬스(Omada Health) 등의 사례도 주목할 만 하다. 이 회사들의 스마트폰 앱은 기본적으로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식단을 기록하고 칼로리를 관리하여 체중 감량을 유도하는 것이 기본 목적이다. 하지만 더 나아가, 이러한 기능이 휴먼 코칭과 결합되었을 경우 체중 감량을 통해 전당뇨 단계에 있는 당뇨 위험군의 당뇨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도 증명한 것이다.

눔이 2016년에 사이언티픽 레포트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6개월 이상 앱을 사용한 35,921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77.9%의 사용자에게서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했다. 특히 23%의 사용자는 본인 체중의 10% 이상 감량했으며, 이는 약물치료 등 다른 비만 관리 기법과 비슷한 체중 감량 효과이다. 이 앱은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로부터 체중 감량을 통한 당뇨병 예방 효과를 인정받아, 현재 미국의 메디케어 의료보험까지 적용받고 있다.

눔과 함께 대표적인 앱 기반의 당뇨병 예방 솔루션으로 역시 메디케어 수가를 받고 있는 미국의 오마다 헬스는 최근 전당뇨 단계 환자의 예방 효과 검증을 위한 대규모 임상 연구도 시작했다. 이 연구의 이름은 “The Preventing Diabetes With Digital Health and Coaching (PREDICTS)” 인데, 2019년 9월까지 성인 484명을 대상으로 하는 대조군을 갖춘 무작위 (randomized controlled) 임상 연구이다. 이 연구는 1년 동안의 당화혈색소가 얼마나 감소되는지를 보는 상당히 도전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다. 만약 이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온다면 당뇨병 예방에 대한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도 있으며, 보험사가 당뇨병 위험군에 제공할 수 있는 건강 관리 서비스의 주요한 옵션도 늘어나게 될 것이다.

눔이나 오마다와 같은 앱이 아니라 챗봇(chatbot)의 형태를 가지는 디지털 신약도 있다. 스탠퍼드 대학의 전문가들이 만든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워봇(Woebot)은 인공지능 기반의 우울증 상담 챗봇을 개발하고 있다. 페이스북 메신져 혹은 전용 챗봇 앱을 통해서 우울증 환자에게 챗봇을 통해서 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2017년에 보고된 논문에서는 우울증이 있는 대학생 70명을 대상으로 총 2주간 하루에 한 번씩 워봇을 사용하는 임상 연구를 진행해보았다. 그 결과 실험군의 우울증 정도(PHQ-9)가 대조군에 비해서 유의미하게 감소되었다. 기존의 대면 상담 프로그램과 달리 챗봇은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으므로, 우울증 위험군에게 더 높은 접근성과 편의성으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woebot
우울증을 위한 챗봇, 워봇

 

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보험사

그런가 하면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보험사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앞서 언급한 오스카, 존 행콕 등의 사례들은 기존의 보험사에서 웨어러블과 웨어러블에서 측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보험 상품을 만드는 사례들이었다. 하지만 거꾸로 웨어러블이나 사물인터넷 제조사에서 보험을 만드는 사례도 존재한다.

미국의 빔 덴탈(Beam Dental)이라는 치과 보험이 대표적이다. 빔 테크놀러지는 원래 스마트 칫솔을 만드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 이 스마트 칫솔은 스마트폰과 연동되어 사용자가 얼마나 자주, 몇분 동안 양치질을 하는지 등 치아 관리에 대한 정량적인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스마트 칫솔만 따지면 주변에 수없이 보이는 별반 특별할 것이 없는 또 하나의 사물인터넷 상품이지만, 이것이 보험과 연계되면 문제가 달라진다. 이러한 데이터가 치과 보험사에서 보험 가입자들이 얼마나 치아 관리를 잘 하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데이터가 되기 때문이다.

빔 테크놀러지는 이러한 스마트 칫솔을 바탕으로 빔 덴탈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치과 보험을 출시했다. 이 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정기적으로 스마트 칫솔, 치약, 치실 등을 제공받게 된다. 빔 덴탈은 가입자가 이 스마트 칫솔을 사용하여 치아 관리하는 데이터를 분석하여 보험료를 산정에 활용한다. 즉, 이러한 모델에서도 보험 가입자는 스마트 칫솔을 통해서 치아를 관리할 수 있어서 좋고, 보험사는 가입자의 건강 행동에 따라 더 효과적으로 계리가 가능하므로 윈윈할 수 있다.

참고로 이 서비스는 최근 KPCB 등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로부터 2천만 달러 이상의 투자를 받았다. 현재 미국의 16개 주에서 서비스되고 있는데, 이러한 투자를 바탕으로 올 연말까지 35개 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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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인터넷과 데이터 기반의 새로운 보험, 빔 덴탈

 

디지털 표현형, 더 과감한 기술

사실은 보험사가 이용할 수 있는 좀 더 과감한 기술도 있다. 예를 들어, 통화 빈도, 통화 길이 등 스마트폰 사용 패턴에서 우울증 여부를 파악하거나, 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크의 내용과 사용 패턴에서 우울증, 조현병 등의 정신 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이를 ‘디지털 표현형 (digital phenotype)’이라고 한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글을 쓰고,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린다. 새로운 장소에 가면 GPS로 자신의 위치를 검색하여 체크인을 하고, 친구의 글과 사진에 ‘좋아요’를 누른다. 한 통계에 따르면 59%의 사람들이 화장실에서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55%의 사람들은 운전 중에도, 심지어 9% 의 사람들은 섹스 중에도 스마트폰을 확인한다. 이렇게 우리가 디지털 영역에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남기는 발자취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행동 양식과 신체적, 정신적 상태를 반영하게 된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에서는 스마트폰을 분석함으로써 사용자가 우울증을 가졌는지를 86.5%의 정확도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우울증에 걸리면 흔히 말수가 적어지고 생활이 불규칙해지는 등의 증상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증상이 스마트폰의 사용 패턴에 고스란히 반영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스마트폰의 사용 패턴 중에 통화 시간, 통화 빈도, 머무르는 장소의 다양성, 생활의 규칙성, 집에 머무는 시간 등이 우울증과 상관 관계가 높다는 결과를 얻었다. 예를 들어, 하루종일 한 두 곳의 장소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나, 외출과 귀가 시간이 규칙적이지 않은 사람일수록 우울증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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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사용 패턴과 우울증의 상관 관계

더 나아가, 트위터에 작성하는 내용과 작성한 시간을 보면 불면증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결과가 네이처 논문으로 발표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잠이 오지 않는다’ 등의 내용을 트위터에 올리거나, 불면증 관련 단어에 해쉬태그를 달거나, 새벽 서너시에 글을 올리는 빈도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는 모두 불면증이라는 질병의 증상이 디지털화된 행동양식으로 표현된 것이다.

또한 트위터에 쓴 내용과 트윗을 올리는 패턴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하여 양극성 장애 환자와 정상인을 정확하게 구분한 연구도 있다. 양극성 장애는 대표적인 기분 장애의 일종으로 기분이 들뜨는 조증이 나타나기도 하고, 기분이 가라앉는 우울증이 나타나기도 하여 조울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만의 연구진은 조울증 환자들의 증상이 트윗에 반영된다고 보았다. 조현병 환자들은 기분의 변화가 심하고, 그에 따라 의사소통하는 패턴이 달라지고, 수면 장애를 겪는 경우가 많다. 이에 연구진은 환자의 트위터의 내용이나 패턴 (밤늦게 트윗하는 빈도, 멘션의 빈도, 날마다 트윗 빈도의 격차 등) 및 기분, 사회적인 관계 등을 분석하였다. 또한 음운론에 기반한 새로운 피처(feature)도 만들었는데, 트윗한 단어들이 실제로 발음되면 얼마나 강한 억양을 나타내는지를 계산했다.

이를 바탕으로 양극성 장애 진단을 받은 환자 406명의 트윗과 대조군의 트윗을 구분해보았다. 양극성 장애를 진단받기 1년 전의 트윗부터 모아서 기계학습으로 대조군과 얼마나 잘 구분할 수 있는지를 본 것이다. 그 결과 90% 이상의 정확도로 양극성 장애 진단을 받기 이전에 환자(위험군)을 구분해낼 수 있었다. 음운론 피처와 사회적 상호관계를 파악하는 피처는 각각 단독으로도 진단 2개월 이전에 이미 0.9 이상의 정확도를 보였다. 특히 몇몇 피처를 조합하면 진단 12개월 전의 데이터까지 보더라도 0.97의 정확도(precision)로 위험군을 분류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양극성 장애 환자의 트윗에 증상이 무의식중에 반영되기 때문에 이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하면 증상을 이른 시기에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런 스마트폰이나 SNS 데이터의 활용은 프라이버시 침해의 소지가 있고, 남용될 위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이러한 수준까지 기술은 발전해 있으며, 이러한 기술의 발전을 막기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해결해야 할 숙제들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양날의 검과 같아서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또 한 편으로는 세심한 주의도 필요하다. 디지털 헬스케어를 잘 이용하면 보험의 선제적, 능동적인 변화가 가능하다고 여러 번 강조하였으나, 깊은 고민 없는 기술의 적용은 큰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보험의 긍정적인 변화를 유도하고, 부작용은 줄이려면 어떠한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1. 임상적으로 증명된 기술만 이용해야 한다.

먼저 보험사의 입장에서는 건강 보험 서비스를 이용할 때에는 과학적, 임상적으로 증명된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가입자의 건강, 활동, 질병, 생활 습관 데이터의 측정, 분석, 활용 및 관리를 위해서는 과학적, 임상적으로 정확성, 안전성, 임상적 유효성 등에 명확한 근거를 가진 기술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필자가 언급한 기술들은 대부분 명확한 연구 결과들과 함께 서술한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많은 임상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유망한 결과들이 도출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러한 제품과 서비스 중에서 임상적 증명이 부족한 것들이 많다. 아무리 기발하고, 새로운 컨셉의 제품과 서비스라고 하더라도 사람의 건강과 질병을 관리하는 경우 철저한 임상 연구를 통한 검증이 필요하다. 특히 연구 디자인에서 충분한 기간 동안 연구가 이뤄졌는지, 충분한 수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대조군은 제대로 갖췄는지, 무작위 배정은 잘 이뤄졌는지, 그리고 대조군에 비해서 실험군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2. 데이터의 소유권, 보안 및 프라이버시 문제

또한 데이터의 소유권, 데이터 보안, 프라이버시 문제가 철저하고 사려 깊은 원칙하에 해결되어야 한다. 특히 건강과 질병에 관한 정보는 극히 민감한 정보다. 특히, 보험 가입자에게 소유권과 권한이 주어져야 하며, 특히 데이터 활용에 대한 동의도 충분한 사전 고지와 정보와 함께 가입자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이뤄져야 한다.

사실 의료 데이터 및 개인정보 등에 대한 국내 법은 여전히 모호하다. 현재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등 관련법에 따르면, 건강정보의 범위, 의료정보와 일반건강정보의 구분, 개인건강식별정보의 정의가 불명확하다. 또한 익명화의 정의 및 범위도 모호하며, 의료 데이터의 특수성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때문에 보험사나 의료기기회사, 건강 관리 서비스 회사, 심지어는 병원의 연구자들이 빅데이터 연구를 할 때도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이는 미국의 HIPAA 등 관련 법규와 비교하면 명확성이 크게 떨어진다.

정부가 4차 산업 혁명을 장려한다고 하면서도, 이런 규제와 법적 정의가 불확실하면 빅데이터 연구나 관련 서비스가 시행되기 어렵다. 하루빨리 의료 데이터 및 개인정보 등에 대한 법적인 정의와 기준이 명확하게 정의되어야 하며, 특별법 제정 등을 통해서 여러 관련 규제 사이에 충돌하는 부분 및 불확실한 부분을 해소해야 한다.

3. 의료 행위 해당 여부에 대한 해석

뿐만 아니라, 보험이 선제적, 능동적으로 발전하려면 그러한 새로운 보험 모델이 의료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법적 해석도 필요하다. 질병의 관리와 관련된 서비스는 의료법상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의 범주에 해당될 수 있으므로,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해석이 필요하다. 특히 앞서 이야기한 디지털 신약이나, 디지털 표현형과 같은 컨셉은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보험 가입자, 혹은 환자에게 가치를 전달한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이 생각해보자. 어디까지가 의료 행위이고, 어디부터가 의료 행위가 아닐까? (보험 가입자의 동의를 받고 이뤄진다고 가정한다)

  • 스마트 칫솔의 사례
    • 측정: 스마트 칫솔을 통해 보험 가입자의 치아 관리 습관 데이터를 측정
    • 분석: 이 데이터를 통해 보험 가입자의 현재 치아 건강 상태를 분석
    • 예측: 이 분석을 통해 보험 가입자의 향후 치아 건강 상태를 예측
    • 계리: 양치질 패턴, 향후 치아 건강 등을 바탕으로 보험료 재산정 및 인센티브/패널티 부여
  • 전당뇨 관련 디지털 신약의 활용 사례
    • 측정: 환자가 제공한 체중 데이터를 수집 + 정기 검진 데이터 등
    • 분석: 환자가 당뇨 발병 위험군에 속하는지를 분석
    • 판단: 환자에게 당뇨 예방 솔루션을 제공할 필요가 있는지를 판단
    • 관리: 눔이나 오마다헬스 등의 앱을 제공하여 식단 관리, 체중 감량 서비스 제공
    • 계리: 체중 변화, 공복 혈당, 앱의 활용 정도를 기반으로 보험료 재산정 및 인센티브/패널티 부여
  • 우울증 관련 디지털 표현형 및 디지털 신약의 활용 사례
    • 측정: 스마트폰 사용 패턴과 트위터를 분석으로 우울증 관련 데이터를 수집
    • 분석: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보험 가입자의 우울한 정도를 분석
    • 판단: 우울한 정도가 관리가 필요한 정도인지를 판단
    • 관리: 인공지능 챗봇을 통해 우울함을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
    • 계리: 우울함의 정도, 변화, 챗봇의 활용 등을 기반으로 보험료 재산정 및 인센티브/패널티 부여

위와 같은 사례들은 한국에서는 아직 활용되지 않고 있지만, 이미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의료 행위인 것이며, 어디까지 보험사가 서비스해줄 수 있을까? 이러한 새로운 방식의 서비스를 미리 법으로 규정하기란 쉽지 않으므로, 기술과 관련 법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명확한 유권해석을 내려줄 수 있는 주체가 필요하다. 사실 이를 위한 민관 합동 법령해석TF가 올해 초 출범했지만, 아직 활동은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결론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함에 따라서, 이를 보험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기존의 보험은 사후적, 수동적 대처를 하는 것에 그쳤지만, 디지털 헬스케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능동적, 사전적 보험으로 변모할 수 있다. 단순히 활동량에 따라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모델에서 그치지 않고, 디지털 신약이나, 디지털 표현형과 같은 새로운 기술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디지털 헬스케어를 보험에 적용하여 새로운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고, 조정해야 할 이해관계도 많다. 특히 악마는 디테일에 있으므로, 신중하게 고려해야 하는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건강 관리 서비스의 임상적 검증, 데이터의 보안과 프라이버시, 그리고 의료 행위 해당 여부 판별 등이 대표적인 숙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고 좋은 모델을 만들 수 있다면 보험 가입자, 보험사, 건강 관리 서비스, 의료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윈윈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다. 기술 혁신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지만, 더 효과적이고, 더 저렴하며, 더 접근성 높고,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은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다. 이미 준비는 곳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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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의료를 혁신하고 세상을 더 건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벤처투자자, 미래의료학자,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 서울대학교병원 등에서 연구하였습니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를 2016년에 공동창업하였고,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40여 개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하였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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