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27th October 2024,
최윤섭의 디지털 헬스케어

한국에서 애플워치4의 심전도를 사용할 수 있을까?

지난 포스팅에서 최근 발표된 애플워치의 심전도 측정 기능 및 부정맥 측정 기능의 이모저모에 대해서 살펴본 바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제가 한 가지 말씀을 드리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바로 한국에서 이 기능을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입니다. 이는 별도의 이슈로 따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사용하기 어려울 것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한국에서는 소비자들이 적어도 당분간은 이 기능을 사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이는 결국 애플과 식약처, 심평원에 달려 있습니다. 일단 이 두 가지 앱은 의료기기이므로 (미국 외의 어느 나라도 마찬가지겠습니다만) 한국에서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규제기관인 식약처의 의료기기 인허가를 새롭게 받고, 이 의료기기를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여 과금을 하기 위해서는) 심평원의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해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스마트 워치 기반의 부정맥 측정 앱이나 심전도 측정 앱과 관련 센서의 경우 식약처에서 어떻게 판단할지를 지켜봐야 합니다. 앞선 포스팅에서 FDA는 이를 ‘앱’으로 판단했다고 설명드린 바 있습니다. 하지만 식약처에서도 동일한 판단을 내릴지, 혹은 하드웨어로 볼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혹은 이를 심사하기 위해서 새로운 규정을 이번에 만들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몇년 전 갤럭시에 심박 센서가 들어갔을 때를 떠오르게 합니다. 기존에는 식약처 기준에 따르면 심박센서가 들어가는 기기는 무조건 의료기기로 분류되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에 심박 센서가 들어갈 경우 스마트폰도 의료기기로 봐야할 것이냐의 문제에 당면하게 된 것이지요. 당시에는 심박 센서가 들어가더라도 그 목적이 ‘레저용’이라면 의료기기 아닌 것으로 본다는 규정을 새로 만들어서 이 문제를 넘어갔습니다. 다만, 중소기업들이 ‘우리가 요구할 때는 들어주지 않다가, 삼성이 요구하니까 들어준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이제는 스마트워치에 심전도 측정 및 부정맥 측정 앱이 들어가는 것인데 이는 식약처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해결할지 궁금합니다.

더 나아가서, (아마도 식약처보다) 더 큰 문제는 심평원일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식약처에서 의료기기 인허가를 받았다고 할지라도, 일반 사용자에게 과금을 하기 위해서는 신의료기술평가라는 과정을 추가적으로 거쳐야 합니다. 기존에 비교할만한 기술이 없을 경우, 문자 그대로 ‘새로운 의료 기술의 가치를 평가하는’ 복잡하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입니다. 일단 심평원이 이 스마트워치 형태의 심전도계와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를 기존 기술로 볼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현재 국내 시장에는 휴대용 심전도 측정계는 출시되어 있지만, 손목 시계 형태의 심전도계는 없습니다. (아래에서 설명할 휴이노의 사례가 있지만, 아직 인허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애플이 만약에 정말로 신의료기술평가라는 과정을 거치려고 한다면 정말 헬게이트를 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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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름 아닌, 원격의료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애플워치에서 심전도를 측정하면, 이를 PDF로 저장하여 의사에게 공유하게 됩니다. 이는 환자에게서 측정한 의료 데이터를 의사에게 전송하는 ‘원격 환자 모니터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으며 (이 부분에 대해서 명확히 아시는 분은 코멘트 부탁드립니다), 원격 환자 모니터링은 한국에서 역시 불법입니다.

최근 제 칼럼에서 부정맥 환자에게 삽입하는 제세동기를 국내에서 사용할 때에는 원격의료법 때문에 원격 모니터링 기능을 꺼놓고 사용한다는 것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참고로, 현재 대한부정맥 학회에서는 이 기능을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해달라고 공식적으로 복지부에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애플워치의 심전도 ‘측정’까지는 괜찮지만, ‘의사와 공유’하는 모델이 현행법 하에서 어떻게 해석될지 애매합니다. (의사에게 이를 공유하고, 이에 대한 판독이나 처방을 의사에게 원격으로 받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원격의료로 해석된다면 서비스 모델에 수정이 불가피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한국은 전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원격의료를 명시적으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한국에서만 모델 수정을 애플에게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애플워치의 이 기능에 대한 마케팅도 한국에서는 불법입니다. 현재 애플코리아의 홈페이지에는 애플워치의 이러한 기능에 대한 설명이 빠져 있습니다. 최근 기사를 보면 아직 인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되어 있습니다만, 그보다는 의료기기 사전광고심의제도 때문입니다. 이것 역시 전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한국에만 있는 규정입니다. 한국에서는 의료기기에 대한 광고를 내려면 ‘사전에’ 심의를 통과해야 합니다. 아직 이 발표가 난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으니 애플 코리아에서 이 심의를 통과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애플이 뭐가 아쉬워서?

과연 애플이 상술한 여러 인허가, 신의료기술평가, 원격의료법, 사전광고심의제도 등에도 불구하고 한국 시장에 들어올까요? 한국 의료기기 시장은 전세계 의료기기 시장의 2% 내외 밖에 되지 않은 아주 작은 시장입니다. 애플의 입장에서는 이 작은 시장에 들어오기 위해서, 그 복잡한 과정을 감수해야 할 필요가 별로 없어보입니다. 그냥 그 기능을 활성화시키지 않은 상태로 파는 것이 더 속시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해도 애플은 아쉬울 것이 없습니다. 심전도, 부정맥 기능을 빼더라도, 애플워치를 구매할 사람은 구매할 테니까요.

이번 애플의 심전도 기능을 한국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차라리 장기적으로 한국 의료 시장을 위해서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관련 업계에서는 차라리 이번 기회에 애플이라는 글로벌 기업이 한국의 규제 헬게이트를 거치면서 이러한 문제점을 국민들이 인식하게 되기를 바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 국내 기사를 보면 휴이노의 이야기가 많이 등장합니다. 기사에 따르면 휴이노는 2015년 스마트 워치 기반의 심전도 측정계를 개발했지만, 식약처의 승인은 여전히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보건당국이 시계용으로 만든 심전도 측정기기의 평가 기준을 고전압에 견디는 병원용 심전도 기기 수준으로 요구해서다. 휴이노가 지난 7월 ‘민관합동 규제해결 끝장캠프’에서 하소연을 쏟아내자, 보건당국은 그제야 ‘신속 승인’을 약속했다.”

사실 최근 휴이노의 상세한 사정은 저는 잘 모릅니다만(언론 보도 이후 식약처에서는 반박하는 자료를 발표하였습니다), 비슷한 사례는 사실 꽤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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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이노의 스마트워치. 휴이노는 혈압을 측정하는 스마트워치를 개발하고 있는데,
혈압 측정을 위해서 심전도 역시 측정하는 센서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반 국민은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휴이노라는 스타트업이 한국에서 인허가 받지 못하는 것은 신경 쓰지 않더라도, 그 ‘애플’이 규제 때문에 국내 시장에 들어오지 못한다면 큰 관심을 끌 수도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발전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등장시켜 기존의 규제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애플워치의 심전도 측정 기능이 국내 의료기기와 관련된 규제에 어떠한 영향을 줄까요? 영향을 줄 수는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 큰 관심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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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의료를 혁신하고 세상을 더 건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벤처투자자, 미래의료학자,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 서울대학교병원 등에서 연구하였습니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를 2016년에 공동창업하였고,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40여 개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하였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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