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애플워치로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 정확히는 애플워치의 시계줄을 통한 심전도의 측정입니다. 지난 11월 30일 AliveCor는 애플워치의 시계줄의 안과 밖에 전극을 부착한 제품인 Kardia Band가 드디어 애플워치의 의료기기 악세서리로서 FDA 승인을 받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애플워치 악세사리로는 최초로 FDA 승인을 받은 것입니다. 이 시계줄의 FDA 승인을 받는데 2년이 걸렸습니다.
AliveCor의 스마트폰 심전도 측정계는 제 블로그와 책에서 여러번 다뤄드린 바 있습니다. 심장의 전기적 활동성을 나타내는 심전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 개의 전극을 신체에 부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초의 AliveCor 제품은 스마트폰 케이스에 전극이 부착된 형태로 출시되었고, 이제는 소위 신용카드 모양, 열쇠고리 모양 등등으로도 다양하게 출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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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 승인 받은 최초의 애플워치 악세사리
애플워치의 시계줄에 전극을 부착하는 형태의 심전도 모니터는 시계줄 안쪽과 바깥쪽에 전극이 달려 있습니다. 바깥쪽의 전극에는 반대편의 손가락을 접촉시켜 단일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이 Kardia Band는 2015년 10월에 시제품이 공개된 바 있으며, 제 블로그에서도 2016년 3월의 포스팅에서도 다뤄드린 바 있습니다.
시제품이 공개된 이후로 FDA의 승인을 최종적으로 얻어내기까지는 2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현재 AliveCor는 구글에서 구글 포토와 구글 플러스의 개발을 이끌었던 Vic Gundotra가 CEO를 맡고 있는데, 생소한 헬스케어 영역에 들어와서 규제 부분에서 많은 경험을 했다고 술회하고 있습니다.
위의 영상에서 보는 것처럼 이번에 승인 받은 Kardia Band는 기존에 알려진 방식과 거의 유사합니다. 밴드를 통해서 30초 동안 심전도를 측정하면서, 음성 메모를 남길 수 있습니다. 측정 후 자동으로 심방세동 여부는 즉시 진단하여 알려주며 (AliveCor는 2014년 이 심방세동 측정 알고리즘을 FDA 승인 받은 바 있습니다), 유료로 심장내과 전문의나 테크니션에게 심전도 데이터를 전송하여 원격으로 진단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측정한 심전도 데이터를 의사에게 보내서 진단을 받아볼 수도 있다 (출처)
언제 측정할 것인가: SmarthRhythm 알고리즘
주목할만한 점은 이번 FDA 승인에는 SmartRhythm이라는 애플워치 심박센서 기반의 심방 박동의 이상 여부를 측정해주는 알고리즘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애플워치로 활동량과 심박수를 모니터링하다가, 활동량에 비해서 심박수가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경우를 딥러닝을 통해 파악하여 경고를 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차 안에 가만히 앉아 있는데 심장 박동 수가 지나치게 높은 경우 경고 메시지를 보낼 수 있습니다. AlieCor의 CEO Gundotra는 자신이 교통 경찰에게 걸려서 갓길에 차를 정차시켰을 때, 심박수가 증가하자 경고 메시지를 받았다는 경험을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알고리즘이 의미 있는 이유는 심전도를 ‘언제’ 측정할지를 알려준다는 것입니다. 많은 경우, 심방세동 등의 부정맥은 비정기적으로 발생하며, 어떤 경우에는 환자 본인이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존에는 AliveCor 기기를 가지고 있더라도 환자가 심장박동에 이상을 느끼거나, 어지름증 등의 자각 증상이 있을 때 심전도를 스스로 측정해보도록 권고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이 Kardia Band를 이용하면 심장 박동이 활동량 대비 정상 범위를 벗어날 경우를 알려줘서, 심전도의 측정을 유도하기 때문에 의학적으로 더 유의미한 심전도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의학적 효용의 증명
이 Kardia 밴드는 이제 온라인에서 $199 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이 팔릴지와 함께 궁금한 것은, 이러한 스마트 워치의 심전도 모니터를 부착하는 것이 환자에게 실제로 어떤 의학적인 효용을 주느냐 하는 점입니다. FDA 승인을 받았다는 것은 기본적인 심전도 측정 기능 및 심방세동 측정 알고리즘의 정확성은 검증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기기를 착용한 환자가 장기적으로 어떤 의학적 효용을 얼마나 얻을 수 있을지는 이제부터 증명해야 할 것입니다. 환자들이 얼마나 심전도를 자주 측정하고, 이를 통해 심방세동을 적시에 진단 받으며,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심방세동이 악화되면 일어날 수 있는) 뇌졸증이 얼마나 예방된다든지 하는 의학적 효용을 얻을 수 있을지는 더 연구가 필요하겠습니다.
카디오그램은 애플워치의 심박수로 여러 활동과 부정맥도 측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출처)
스마트 워치의 심박센서를 통해서 심혈관계 질환을 예측하거나 측정하려는 시도는 최근에 아주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카디오그램(cardiogram)은 애플워치의 심박센서에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심방세동과 심방조동을 측정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카디오그램은 최근에는 UCSF와의 연구를 통해 수면무호흡이나 고혈압을 측정할 수 있다고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또한 핏빗도 역시 심박센서를 통해 심방세동을 측정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심방세동 등의 부정맥은 단순히 심박수보다는 심전도를 측정하는 것이 당연히 더 의학적으로 용이하고 정확할 가능성이 큽니다. 손목에 착용하는 웨어러블에는 심박센서가 이미 내장되어 있으므로, 소비자들에게 접근성이 아주 뛰어납니다. 때문에 이를 통한 부정맥의 측정이 먼저 경쟁적으로 시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마트워치로 (심박수에 더해서) 심전도를 측정하는 기기의 등장은 이러한 경쟁 구도에 또 다른 변수가 될 것 같습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애플워치를 거의 매일 착용하고 있는데, 기회가 되면 이 Kardia Band도 구매해서 꼭 사용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