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29th November 2024,
최윤섭의 디지털 헬스케어

디지털 의료는 어떻게 구현되는가 (7) 웨어러블 디바이스

“디지털 의료는 어떻게 구현되는가” 시리즈 보기

  1. 변혁의 쓰나미 앞에서
  2. 누가 디지털 의료를 이끄는가
  3. 데이터, 데이터, 데이터!
  4. 4P 의료의 실현
  5. 스마트폰
  6. 이제 스마트폰이 당신을 진찰한다
  7. 웨어러블 디바이스
  8. 개인 유전 정보 분석의 모든 것!
  9. 환자 유래의 의료 데이터 (PGHD)
  10. 헬스케어 데이터의 통합
  11. 헬스케어 데이터 플랫폼: 애플 & 발리딕
  12. 빅 데이터 의료
  13. 원격 환자 모니터링
  14. 원격진료
  15. 인공지능

웨어러블 디바이스: 입는 기기로 연결되는 인간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말 그대로 몸에 입거나 걸치는 기기이다. 최근에는 피부에 부착하거나, 문신을 하거나, 체내에 삽입하는 형태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사용자와 주변 환경에 대한 데이터를 측정하거나, 스마트폰 등 기존의 기기의 사용을 더욱 편리하게 해주며, 더 나아가서는 사용자의 능력을 더 강화(augmentation)해주는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각종 사물들끼리, 그리고 사무로가 사람이 서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시대가 도래하면서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역할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사물이 사람과 연결되기 위해서는 결국 웨어러블 디바이스라는 매개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wearable상상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웨어러블들이 출시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출처: amadeus)

지금은 웨어러블 홍수의 시대라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종류와 형식의 웨어러블 기기들이 앞다투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형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들이 이미 구현되었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가장 대표적인 손목 밴드나 시계 형태의 기기를 비롯하여, 안경, 머리 밴드, 안대, 목걸이, 반지, 벨트, 복대, 양말, 클립, 깔창, 셔츠, 브래지어, 문신, 반창고, 알약 등등 그 유형을 모두 일일이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현재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글로벌 시장은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글로벌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이 연평균 35%의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여, 2019년에는 1억 4천만 대가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4년 컨설팅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소비자의 21%가 이미 하나 이상의 웨어러블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놀랍게도 2016년 같은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이 수치는 49% 로 크게 늘어났다. 즉, 미국 시장에서는 인구 중 절반이 이미 하나 이상의 웨어러블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두 개 이상의 기기를 가진 사람의 비중도 36%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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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 시장은 향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출처: 비즈니스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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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PwC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1%의 사용자가 웨어러블을 소유하고 있으며,
이 수치는 2016년 49%로 크게 늘어났다 (출처: PwC)

또한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대표 브랜드 중의 하나이자, 2015년 미국 증시에 상장하면서 화제를 모은 활동량 측정계 핏빗(Fitbit)은 2015년 3분기까지 세계적으로 3천만 대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2016년 초에 발표한 새로운 기기들은 출시 직후 매달 100만 개씩 판매되고 있다. 핏빗이라는 개별 기기의 인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웨어러블 기기라는 것이 대중들에게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이기도 하다.

아직까지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효용성이나, 편리함, 가격, 디자인 등의 측면이 모든 사람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이지는 않을 수 있다. 특히 외국에 비해 국내에서는 아직 웨어러블들을 착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편이고, 강의에서 질문을 던져보면 ‘핏빗’ 이라는 브랜드의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향후 웨어러블 디바이스 관련 기술과 서비스가 발전하면서 사람들이 소유하는 웨어러블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 따르면 2020년까지 인류가 가지게 될 웨어러블 등의 커넥티드 기기는 총 500억개에 달한다. 이는 곧 한 사람당 평균적으로 약 6.6 개의 웨어러블 기기를 가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사람들이 6-7개의 기기를 통해 다른 사람 및 사물, 환경과 연결된다는 것을 상상해보면 지금과는 많은 것들이 변화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number of sensor copy향후 웨어러블, 센서, 스마트폰 등으로 세계의 연결도는 더욱 올라갈 것이다 (출처: JAMA)

 

왜 헬스케어 웨어러블인가?

이처럼 우리의 미래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대표적인 활용 분야가 바로 헬스케어 및 의료 분야이다. 웨어러블이 건강 관리와 의료에 활용도가 높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웨어러블 기기를 신체에 착용하고 피부에 직접 접촉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몸의 상태에 대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기기를 지속적으로 착용함으로써 끊임 없이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우리 신체에 대한 데이터를 연속적이고, 정량적이며,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미 웨어러블은 다양한 헬스케어 및 의료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를 이용하면 지금까지 병원에 가야만 얻을 수 있었던 데이터를 병원 밖 일상 생활 속에서도 항시 측정할 수 있고, 기존에 아예 얻기 불가능했던 데이터를 얻을 수도 있다.

아직까지도 웨어러블 중에는 움직임과 걸음 수 측정을 기반으로 활동량, 칼로리 소모 등을 계산하는 활동량 측정계 (activity tracker)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지금도 단순히 활동량뿐만 아니라, 체온, 심박수, 산소포화도, 심전도, 호흡수, 혈압, 혈당, 뇌파, 감정, 자세, 발작, 피부전기활동성(GSR), 복약 여부, 월경까지 다양한 의료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다.

환자들이 이러한 다양한 데이터를 일상에서 항상 측정하고, 이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자동 해석되고, 병원에도 이 데이터가 공유되는 것을 상상해보자. 지금까지 활용되지 않았고 활용할 수도 없었던 데이터들이지만, 앞으로 이를 활용한다면 질병 진단, 관리, 치료의 양상이 크게 변화하게 될 것이다. 앞서 강조했듯, 이렇게 환자들이 스스로 얻게 되는 ‘환자 유래 건강 데이터 (patients generated health date)’ 는 정밀의료, 예측의료, 예방의료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 요인이 될 것이다.

이러한 웨어러블 기기 및 사물인터넷 센서는 비침습적(non-invasive)이고, 연속적(continuous)이며, 측정을 위해 사용자가 버튼을 누를 필요도 없는 수동적 (passive)인 모니터링으로 발전하고 있다. 더 나아가 사용법과 디자인도 쉽게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눈에 띄지 않는 (seamless) 형태로 거듭나고 있다. 향후 측정 가능한 데이터의 종류는 더 늘어나며, 정확도는 갈수록 더욱 개선될 것이다. 정확성과 안전성을 인정 받아 FDA와 식약처 등 규제 기관에서 의료용 승인까지 받는 웨어러블 기기들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wearable nature biotech다양한 종류의 웨어러블로 다양한 의료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출처: Nature Biotech)

웨어러블로 측정할 수 있는 것

스마트폰을 설명할 때 그랬던 것처럼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지금도 너무도 많은 종류가 출시되어 있기 때문에 모두 열거하기는 불가능하다. 다만, 측정 가능한 의료 데이터의 종류를 기준으로 기본적인 측정 원리 및 대표적인 기기들의 예시를 들어볼 수는 있겠다.

아래의 설명에서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지금도 이렇게 다양한 의료 데이터를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서 측정 가능하다는 것이다. 세부적인 기기의 목록에 관심이 없는 독자라면, 웨어러블 기기로 현재 측정가능한 항목들의 리스트 정도만 훑어본 뒤에 건너 뛰어도 좋다. 중요한 기기들은 추후 개별적으로 더 자세하게 설명하게 될 것이다.

아래에서 설명된 웨어러블 중 일부는 이미 FDA 인허가 등을 통해 의료 기기 승인을 받은 것도 있고, 일부는 아직 연구 단계에 있는 것도 있다. 확실한 것은 기기들의 정확성과 안전성은 시간이 갈수록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는 점이다. (디지털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또한 이 기기들은 대부분 한 가지 종류 이상의 데이터를 측정하기 때문에 여러 카테고리에 포함될 수 있다.

활동량

현재 헬스케어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가장 일반적으로 측정하는 수치이다. 만보계 기능을 바탕으로 보행수, 이동거리, 몇층을 걸어 올라갔는지 등을 측정해주고, 이를 통해 칼로리 소모량을 계산해주기도 한다. 헬스케어 기기를 사용하는 큰 이유 중의 하나인 체중 감량을 위해서도 활동량은 중요한 수치이며, 최근 보험사들은 활동량을 기준으로 건강관리를 잘 하는 회원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기도 한다.

손목에 착용하는 피트니스 밴드나 스마트 시계의 형태가 대표적이며, 핏빗(Fitbit), 애플 워치, 샤오미 미밴드(Mi band), 미스핏(Misfit), 조본업(Jawbone’s UP), 베이시스 (Basis), 직토(Zikto) 등이 이러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외에도 벨트, 깔창, 목걸이, 클립, 양말 등의 다양한 형태로도 활동량을 측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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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활동량 측정계, 핏빗의 제품 라인업

blogphoto국내 피트니스 트레커의 자존심, 직토

심박수 (Heart Rate)

1분에 심장이 몇번 뛰는지에 관한 수치로, 앞서 설명한 활동량과 함께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현재 가장 일반적으로 측정하는 수치 중의 하나이다. 핏빗, 애플워치, 조본업, 베이시스 등 활동량 측정계의 일부 모델은 심박 센서를 내장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LED 녹색광을 이용한 광혈류측정기(PPG) 방식으로 심박수를 측정한다. 혈액 속 적혈구는 녹색광을 흡수하고 적색광을 반사한다. (그래서 혈액이 붉은 색이다) 애플 워치의 경우 초당 수백번 사용자의 손목에 LED 녹색광을 비추고, 광다이오드로 녹색광의 흡수량을 측정한다. 혈류가 클수록 녹색광의 흡수량이 커지며, 혈류량의 변화를 기반으로 심박을 측정할 수 있다.

심전도 (Electrocardiogram, ECG)

심전도는 심장의 전기적 활동을 분석하여 파장의 형태로 측정한 것으로 심방세동 등 부정맥의 진단에 활용된다. 심장이 만들어내는 전압의 파형을 재기 위해서는 두 개의 전극을 쌍을 신체에 부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병원에서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표준 12 유도 (12-lead) 심전도 기기의 경우, 10개의 전극을 팔, 다리, 흉부 등에 부착하여 12가지 종류의 심전도 데이터를 얻는다.

반면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사용되는 심전도 기기는 보다 간단한 형태로 한 쌍의 전극을 통해 한 가지 종류의 심전도만 얻는 경우가 많다. 아이리듬(iRhythm)의 지오(ZIO)와 멀티센스(Multisens)는 가슴에 붙이는 패치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로 흉부 유도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다.

시계 형태의 기기로 심전도 측정도 가능하다. 캐나다의 니미(Nymi) 밴드는 손목 밴드 안쪽에 달린 전극을 한쪽 손목에 접촉시키고, 밴드 표면에 달린 전극은 다른 한쪽 손가락으로 접촉하는 형식으로 심전도를 잰다. 또한 애플워치에도 시계줄에 같은 방식으로 두 개의 전극을 달아서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다.

kardia-band-apple-watch애플워치의 시계줄에 달린 전극을 통한 심전도의 측정

심박변이도 (Heart Rate Variability, HRV)

심박변이도는 심장 박동 주기의 변화를 의미한다. 심박수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결정된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에는 심박 변화가 크고 복잡하지만, 질병이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는 심박의 변화 정도가 감소하게 된다. 심박 변이도는 스트레스 측정이나, 스트레스 관련 질환의 위험도를 평가하기 위해서 사용될 수 있다.

심박변이도는 심박수나 심전도를 기반으로 측정할 수 있다. 뉴로스카이(NeuroSky)의 심전도 센서나, 소니 스마트밴드2 등이 심박변이도를 측정하며, 몇몇 스마트워치들은 외부적으로 심박변이도 수치를 보여주지는 않으나 내부적으로는 세부적인 수면 분석 등을 위해 측정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체온

스마트 체온계에 대한 개발도 활발하다. 스타트렉에 나오는 의료 기기 트라이코더를 만드는 팀에게 1000만불의 상금을 주겠다는 트라이코더 X-프라이즈에서 주목 받고 있는 스카나두 스카우트(Scanadu Scout), 프랑스의 모바일 헬스케어 회사인 위딩스(Withings)가 내어놓은 위딩스 써모(Thermo), 국내 스타트업 엠트리케어에서 개발한 써모케어(ThermoCare) 등은 이마에 접촉시키거나 근접거리에서 체온을 측정할 수 있게 해준다.

체온이라는 수치의 특성상 아기에 특화된 웨어러블도 개발이 활발하다. 오렛(Owlet) 스마트 양말은 아기의 발에 착용시키는 양말 형태의 기기로 체온 및 산소포화도, 심박수 등을 측정해준다. 템프트렉(TempTraq)은 아기의 겨드랑이에 부착시키는 스티커 형태로 48시간까지 연속적으로 체온을 측정해준다.

010515cesthermometer_1280x720스티커 형태의 체온계, 템프트렉

수면

핏빗, 미밴드, 죠본업, 베이시스, 직토 등 대부분의 활동량 측정계는 사용자 움직임 분석을 통해서 수면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수면 도중 움직임이 많을 수록 얕은 수면 상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단순히 움직임을 통해서 깨어있음-얕은 수면-깊은 수면의 3단계로 구분할지, 아니면 심박변이도 등의 추가적인 수치를 활용해서 REM 수면상태를 포함한 4단계로 구분할지 등의 차이가 있다.

뿐만 아니라, 이마에 두르는 밴드 (지오), 안대 (프라센), 반지 (오라링), 침대 매트리스 아래에 압력 센서를 까는 방식 (베딧, 슬립센스) 등의 다양한 수면 모니터링 기기들도 있다.

oura-app-and-ring-600x419수면 모니터링을 위한 반지, 오라링

산소포화도(SpO2)

산소포화도는 혈액 내 산소가 얼마나 있는지를 나타내는 중요한 활력징후로, 전체 헤모글로빈 중 산소와 결합하고 있는 헤모글로빈의 비율로 나타낸다. 산소포화도는 호흡 곤란, 호흡기 장애, 의식 장애 등의 저산소증이 염려되는 환자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사용되며, 맥박산소계측기(pulse oximeter)를 이용하면 채혈 없이도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적외선의 파장을 이용하는 것으로 산소를 가진 헤모글로빈과 그렇지 않은 헤모글로빈의 흡광도가 다르다는 원리를 이용한다.

기존 휴대용 기기의 경우 손가락 끝을 넣어서 측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기능은 여러 웨어러블 기기에도 포함되고 있다. 기존 휴대용 기기를 스마트폰에 연동시킨 아이헬스(iHealth)의 기기를 비롯하여, ‘트라이코더’를 만들겠다는 스카나두 스카우트(Scanadu Scout)는 왼손으로 기기를 잡고 왼쪽 이마에 대는 방식으로 (LED 광원은 이마 접촉부에 달려있다), 아기용 스마트 양말 오렛(Owlet)은 발목에서 산소포화도를 측정해준다.

혈당

당뇨병 환자에게 혈당 측정의 중요성은 굳이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기존 휴대용 혈당측정기는 손 끝을 바늘로 찔러서 피를 내야했기 때문에 불편하며 지속적이고 연속적인 측정도 불가능했다. 최근 비침습적(non-invasive)이고 연속적인 혈당 측정이 가능한 기기의 개발이 활발하다.

대표적으로 이미 환자들에게 사용되고 있는 메드트로닉과 덱스콤의 연속혈당측정기(continuous glucose monitor)를 들 수 있다. 이러한 기기는 센서가 피하에 삽입되어 세포간질액에서 당을 측정하여 5분 마다 거의 실시간으로 혈당 측정값을 보여준다. 다만 피하에 삽입한 센서가 세포간질액에서 효소 반응을 일으키며 소모되기 때문에 센서의 수명이 일주일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 단점이다.

구글은 노바티스와 함께 눈물에서 당 수치를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 컨택트 렌즈를 개발 중이다. (구글의 이 담당부서는 2015년 12월 버릴리(Verily)로 독립했다) 렌즈 속에 들어 있는 초소형 전자화학 센서가 눈물 속의 당을 측정하는 원리이며, 상용화까지는 아직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혈당 측정용 ‘문신’도 있다. 샌디에고의 캘리포니아주립대(UCSD)에서 개발하고 있는 디지털 문신은 일회용 스티커로 피부에 부착하는 형태다. 이 기기는 스티커에 붙은 두 개의 전극이 약한 전류를 흘려서 세포간질액에서 당과 나트륨 이온을 추출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문신의 센서는 당 분자가 만들어내는 미세한 전류를 측정하여 혈당 수치를 계산한다. 아직은 가능성 정도를 검증한 수준이지만, 혈당의 변화 추이를 이 스티커가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은 임상 연구를 통해 증명했다.

ucsd-glucose-monitorUCSD에서 개발 중인 혈당 측정용 문신

사실 비슷한 원리를 활용한 미국의 시그너스(Cygus)사가 개발한 손목 시계 형태의 무채혈 혈당기 글루코워치(GlucoWatch)는 2001년 FDA 승인까지 받았으나, 피부 자극과 정확성 문제 때문에 판매 중단된 바 있다. 이외에도 스탠퍼드 과학자들이 창업한 실리콘밸리의 C8 메디센서라는 스타트업은 라만분광법(Raman spectroscopy)이라는 기술을 기반으로 피부 조직 사이로 빛을 쏘아서 당분자에 반사되는 산란광을 이용하여 피를 내지 않고 혈당을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하며 큰 주목을 받았으나 2014년 결국 상용화에는 실패한 바 있다.

c8-medisensors-cgm
C8 메디센서

혈압

기존의 가정용 혈압계처럼 팔을 감싸는 커프를 이용한 휴대용 기기들은 이미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최근에는 커프 없이 간편하게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 혈압계도 개발되고 있다. 이 기기들은 주로 손목 시계 형태로 심전도, 맥파전달시간, 산소포화도 등의 수치를 기반으로 혈압을 추정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MIT에서 스핀오프한 스타트업 퀀터스(Quanttus), 국내 스타트업 휴이노(Huinno) 등이 손목 시계 형태의 커프 없는 스마트 혈압계를 개발하고 있다. 퀀터스의 경우 창업 초기 시제품은 손목이 아니라 귀에 착용하는 기기었으나, 손목으로 착용 부위를 바꾸었으며 2016년 3월 손목 시계 형태의 혈압게의 개발이 계획대로 진행이 되고 있지 않다는 기사가 나온 적이 있다. 휴이노의 경우 미국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한국과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라이코더’를 만들겠다는 스카나두 스카우트(Scanadu Scout) 역시 왼손으로 기기를 잡고 이마에 접촉하는 방식으로 혈압을 측정해준다. (아직 이 기기들은 FDA 인허가 이전의 기기들이다)

scan-screenshot-jan-2015-blog-1스카나두 스카우트의 혈압 측정 화면

혈류

혈류를 측정하는 것은 해당 조직의 건강 상태를 알기 위해 중요한 척도이다. 감염, 염증이 있는 조직에서는 혈류량이 증가하며, 동맥경화, 심부전, 당뇨 등의 질환은 혈류량을 감소시킨다. 또한 피부 이식 환자에게도 혈류량 측정은 이식 받은 피부에 혈관이 얼마나 잘 생성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척도가 된다. 기존의 혈류 측정기는 환자가 고정된 상태로 있어야하므로 병원이나 실내에서만 측정 가능했다.

하지만 미국 일리노이 공대 연구진은 피부에 붙이는 패치 형태의 혈류량 측정용 웨어러블 센서를 개발했다. 이를 이용하면 센서를 혈관에 삽입하지 않고서도 연속적이고 비침습적으로 환자의 혈류량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패치는 피부의 온도를 상승시키면, 피부 아래의 혈관을 따라 흐르는 혈액이 이 열기를 가지고 흐르게 된다. 패치에 장착된 열감지 센서가 혈액을 따라흐르는 열의 방향과 양을 분석하여 혈류를 모니터링 하는 방식이다. 환자를 대상으로 기존 기기와 비교하여 이 센서의 정확도와 민감도를 증명하기도 했으며, 연구진은 머지 않아 이 기술을 의료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호흡수

호흡수는 생명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활력징후(vital sign) 중의 하나이다. 호흡수의 측정을 위해서는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 가슴의 움직임을 인지해야 한다. 제피르(Zephyr)의 바이오하네스 센서는 가슴 스트랩이나 셔츠에 부착하여 호흡수를 측정해준다. 또한 캐나다의 옴시그널에서 만든 스마트 셔츠와 브래지어 역시 가슴의 움직임을 통해서 호흡수를 측정한다. 좀 더 간편한 방법도 있다. 스파이어(Spire)는 벨트나 브래지어에 꽂을 수 있는 클립형태의 기기로, 이를 통해 호흡수를 측정해준다.

ombra-smart-bra-wearable-technology-by-omsignal호흡수 측정 기능이 있는 옴시그널의 스마트 브라

피부 전기 반응(Galvanic Skin Reponse)

우리가 놀라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흥분하게 되면 교감신경(sympathic nerve system)이 순식간에 활성화된다. 온 몸은 경계 태새에 돌입해서 근육은 긴장하고, 호흡과 심박은 빨라지고, 전투 태세와 관계 없는 소화기관과 생식기관의 활동은 둔화된다. 그리고 피부의 전기적 특성도 변화한다. 교감신경의 흥분은 피부 저항을 순간적으로 낮춰서 피부 전기 반응(Galvanic Skin Reponse, GSR)의 변화를 유발한다. (이 수치는 피부 전기 활동(electrodermal activity, EDA)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따라서 피부 전기 반응 수치를 측정하면 긴장, 스트레스 수준 등의 감정을 읽을 수 있다. MIT 미디어랩에서 나온 엠페티카(Empatica)는 손목 밴드 형태의 기기로 피부 전기 활동의 측정을 통해 스트레스 수준을 측정한다. 개발 초기 이 밴드는 어린 자폐증 환자들의 감정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로 활용되기도 했으며, 지금은 간질 발작 환자 연구에 활용되고 있다. 또한 필(Feel)이라는 손목 밴드 역시 피부 전기 반응을 측정하여 사용자의 감정을 모니터링 해주는 기능을 갖고 있다.

empatica-ft간질 발작을 측정하는 엠페티카

안압

구글이 혈당 측정용 스마트 렌즈를 개발하고 있지만, 사실 그보다 더 앞선 시도가 있다. 스위스의 센시메드(Sensimed)가 내어 놓은 트리커피쉬(Triggerfish)라는 스마트 컨택트 렌즈는 안압(intraocular pressure)을 측정하기 위해 사용된다. 안압, 즉 안구 내부의 압력은 녹내장 치료의 효과를 판정하기 위해서 임상적으로 중요한 평가 항목 중의 하나다. 안압이 높아지면 녹내장성 시신경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렌즈 트리거피쉬에는 센서가 내장되어 있어서 24시간 동안의 안압 변화를 측정하며, 이 데이터를 사용자의 목에 착용하는 기기에 무선으로 전송하는 형식이다. 녹내장 환자가 수면 중에 안압의 수치가 높아지는 것이 질병 진행에 중요하다고 여겨지는데 트리거피쉬를 이용하면 지속적인 안압의 변화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 이 기기는 2016년 3월 FDA에서 의료기기 승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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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시메드의 안압 측정용 스마트렌즈, 트리커피쉬

 

자세

자체를 측정해주는 웨어러블도 다양하게 출시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허리의 자세를 교정해주는 루모 바디테크(LUMO BodyTech)의 루모백(LUMOback)을 들 수 있다. 이는 허리에 부착하는 밴드 형태의 기기로 구부정한 자세로 앉으면 진동으로 알람을 줘서 자세를 바로잡게 유도한다. 매일 사용자의 자세에 대한 점수를 매겨서 스스로 자세를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루모 리프트(LUMO LIFT)는 작은 클립 형태로 사용자의 몸의 위치와 움직임을 인식해서 서 있을 때, 앉아 있을 때, 걷고 있을 때 등 다양한 자세에서 사용자의 자세에 대한 피드백을 준다.

국내 스타트업 직토(Zikto)의 손목 밴드 형식의 활동량 측정계 역시 자세를 인식한다. 단순한 만보계 기능뿐만 아니라, 보행시 사용자가 팔을 흔드는 궤적, 보폭, 충격량 등을 측정하여 걸음걸이 자세를 인지하고 피드백을 준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걷거나,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는 등 좋지 않은 자세일 경우 알람을 주는 것이다. 거북목을 예방하기 위해 목의 각도를 측정해주는 알렉스라는 기기도 있다.

lumo자세 교정을 위한 웨어러블, 루모백

복약

환자들이 처방 받은대로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는 것은 큰 사회적 비용과 의료 비용을 낭비시키는 요인 중의 하나다. 특히 만성질환 환자의 경우 약을 제대로 복용하는 비율은 수개월이 지나면 급격히 하락한다. 이러한 복약 순응도(compliance)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많은 방안들이 도출되어 있다.

그 중 하나가 먹는 센서(ingestible sensor)다. 실리콘밸리의 프로테우스 디지털 헬스 (Proteus Digital Health)에서 개발한 모래알 크기의 센서는 무기질로 이뤄져 있어서 위에서 소화가 되면서 미세한 전류를 발생시키고, 이를 복부 패치로 인지하여 환자가 약을 먹었다는 것을 기록할 수 있다. 센서는 2012년 FDA 승인을 받았으며, 2015년 9월 오츠카 제약의 정신질환치료제 어빌리파이(Abilify)에 이 센서를 부착한 약이 최초로 FDA 심사에 들어갔다. 캘리포니아의 한 병원은 2015년 12월부터 고혈압 환자의 캡슐약 속에 이 센서를 함께 넣어서 처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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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테우스 디지털 헬스의 먹는 센서

월경

스마트 디바이스를 활용하면 여성들의 월경에 관한 수치도 측정할 수 있다. 질속에 삽입하여 혈액을 받는 월경 컵(menstural cup)은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해외에서는 생리대나 탐폰 대신 사용되기도 하는 생리용품이다. 국내 스타트업 룬 랩 (Loon Lab)에서는 룬컵(LoonCup) 이라는 스마트 생리컵을 개발 중이다. 이 스마트 생리컵을 활용하면 현재 컵 속에 찬 혈액의 양, 혈색, 월경 주기 등을 측정할 수 있다. 2015년에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에서 모금 목표의 세 배에 달하는 16만 달러를 펀딩 받으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looncup스마트 생리컵, 룬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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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의료를 혁신하고 세상을 더 건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벤처투자자, 미래의료학자,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 서울대학교병원 등에서 연구하였습니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를 2016년에 공동창업하였고,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40여 개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하였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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