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통한 의료 및 건강 데이터의 측정은 이미 일일이 모두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사례들이 있다. 각 센서들을 기준으로 대표적인 것들만 간략하게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디지털 의료는 어떻게 구현되는가” 시리즈 보기
- 변혁의 쓰나미 앞에서
- 누가 디지털 의료를 이끄는가
- 데이터, 데이터, 데이터!
- 4P 의료의 실현
- 스마트폰
- 이제 스마트폰이 당신을 진찰한다
- 웨어러블 디바이스
- 개인 유전 정보 분석의 모든 것!
- 환자 유래의 의료 데이터 (PGHD)
- 헬스케어 데이터의 통합
- 헬스케어 데이터 플랫폼: 애플 & 발리딕
- 빅 데이터 의료
- 원격 환자 모니터링
- 원격진료
- 인공지능
카메라
스마트폰에 내장된 여러 센서 중에 가장 직관적이면서 활발하게 사용되는 것은 역시 카메라다. 스마트폰 카메라에 간단한 렌즈를 부착하면, 귀 속 고막의 이상 여부를 검사하는 검이경으로 사용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에서 스핀오프한 스타트업 셀스코프 (CellScope)의 오토(Oto) 는 가정에서 일반인들도 이를 이용하여 고막을 들여다보면서 이를 동영상으로 녹화할 수 있게 해준다. 스마트폰 카메라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의 LED 불빛은 귀 속을 비춰주는 역할을 한다. 동영상으로 녹화한 고막의 상태는 의사에게 원격으로 전송하여 진료를 받을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에 렌즈를 부착해서 백내장 검사 등의 안과 검진을 위한 고해상도 이미지를 얻기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영국의 안과의사와 개발자 등이 팀을 이뤄 진행 중인 PEEK (Potable Eye Examination Kit) 비전이라고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병원과 고가의 검사 장비가 부족한 후진국에서도 안과 검사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스마트폰에 부착하는 어댑터는 3D 프린터로 5달러 이하의 원가로 제작되며, 2014년에는 제작을 위해서 인디고고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스마트폰 카메라로 피부의 의심스런 점을 찍어서 프로그램을 통하거나 의사에게 보내어서 정상적인 점인지, 혹은 피부암인지를 판단해주는 것을 시도하는 많은 어플리케이션들이 있다. 2013년 4월 JAMA의 자매지에 실린 “흑색종 검출을 위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들의 진단 부정확성 (Diagnostic Inaccuracy of Smartphone Applications for Melanoma Detection)” 논문에 따르면, 사진을 스마트폰 앱에서 분석하여 암의 여부를 판단하는 것보다는 사진을 의사에게 전송하여 판단하게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나온다.
추후 자세히 논의하겠지만, 최근 딥 러닝 (deep learning) 기술 등 인공지능의 성능이 말그대로 하루가 다르게 발전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지금 동일한 연구를 다시 진행할 경우 결과가 다르게 나와도 놀랍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마이크
1816년 프랑스의 르네 래네크(Rene Laenneac)가 청진기를 발명한 이후, 의사의 상징이 되었던 청진기가 휴대용 초음파 기기 등으로 대체되어 사라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적어도 청진기에 스마트폰 마이크를 연결하면 디지털 청진기를 만들 수 있겠다는 것은 쉽게 생각할 수 있다. 이런 디지털 청진기를 통해서 아프리카 등 병원이 없는 곳에서도 환자의 상태를 녹음하고 이를 의사에게 전송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마트폰 마이크는 폐활량, 노력성 폐활량 등을 측정할 수 있는 폐활량 측정계(spirometer)로 활용할 수도 있다. 시애틀의 워싱턴대학에서 개발한 스마트폰 앱, 스피로스마트(SpiroSmart)는 스마트폰 마이크를 이용한 디지털 폐활량계다. 이 앱은 환자가 폐로부터 배출할 수 있는 최대 호기량을 측정한다. 환자의 폐활량을 측정하는 것은 천식(asthma),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낭포성 섬유증(cystic fibrosis) 등의 만성 폐 질환의 진단 및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기존의 가정용 폐활량 측정계는 가격이 비싸고 사용도 번거로웠으나,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훨씬 간편하다. 기존의 휴대용 폐활량 측정기와 비교했을 때 결과가 5.1% 밖에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정확했다.
더 나아가, 스마트폰 마이크에 녹음된 우리 목소리를 통해서 감정을 읽음으로써, 우리가 기쁜지, 슬픈지, 우울한지, 긴장했는지 등을 파악해주기도 한다. 이스라엘의 비욘드 버벌 (Beyond Verbal) 이라는 스타트업에서 개발한 무디즈 (Moodies) 앱은 사용자가 어떤 언어를 쓰든 상관 없이 목소리의 톤, 억양 등의 비언어적인 요소를 분석하여 감정을 읽어낸다. 사용자의 감정을 20가지의 그룹으로 나누어서 인지하며, 약 80%의 정확도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가속도계와 자이로미터
스마트폰의 가속도계와 자이로미터는 우리의 움직임을 측정해준다. 사용자가 걷거나 뛸 때 움직임을 인지하여 걸음수 및 활동량을 측정해주는 어플리케이션은 이미 수 없이 많으며, 아이폰과 갤럭시에도 자체 기능이 내장되어 있다. 런키퍼(RunKeeper)와 같은 어플리케이션은 GPS 데이터와 합쳐서 조깅을 할 때 이동 거리, 시간, 속도 등을 실시간으로 알려줄 뿐만 아니라, 보행수, 코스, 구간별 속도, 과거 기록과의 비교까지 해준다.
움직임 측정은 수면 모니터링에도 활용 가능하다. 슬립 싸이클 (Sleep Cycle) 등의 앱은 잠자리에 들 때 침대에 스마트폰을 올려두면, 사용자의 뒤척임 등을 침대의 흔들거림을 통해 인식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언제 깊은 수면을 취했고, 언제 잠에서 깼는지 등의 수면 주기를 계산해주기도 한다. 이를 통해 요일별 잠자리에 드는 시간, 수면의 질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주기도 한다. (슬립 싸이클은 침대의 움직임 외에도 내장 마이크를 통해서 사용자의 수면 중의 데이터를 측정한다)
스마트폰 가속도계와 마이크를 이용한 수면 모니터링 앱, 슬립 싸이클
여러 센서의 조합: 환자 모니터링
각각의 센서를 사용하여 데이터를 측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 가지 센서를 조합하여 사용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측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특정 질병에 걸린 환자의 증상을 측정하기 위한 경우가 그러하다.
이러한 목적의 대표적인 사례가 애플의 의학 연구 플랫폼 리서치키트 (ResearchKit)이다. 애플은 2015년 3월 리서치키트라는 아이폰 기반의 연구 데이터 수집 플랫폼을 내어놓았다. 아이폰에 내장된 여러 센서를 이용해서, 전세계의 아이폰 사용자들이 의학 연구자들에게 자신의 데이터를 편리하게 측정 및 전송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발표 당시 스탠퍼드 병원 등에서 개발한 유방암, 당뇨병, 심장병, 천식, 파킨슨 등의 다섯 가지 앱이 발표되었다. 이후 전세계적으로 병원 및 연구기관들이 다양한 앱들이 발표해서 2016년 2월 기준으로 리서치키트 앱은 무려 30여개로 늘어났다.
리서치키트 앱 중에 가장 직관적인 것은 파킨슨병 환자의 데이터 측정이다. 신경 퇴행성 질환인 파킨슨병에 걸리면 움직임이 느려지고, 근육 강직, 근육의 떨림 등 운동 장애가 생기게 된다. 아이폰의 각종 센서를 이용하면 파킨슨 병 환자들의 증상을 효과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크린의 두 점을 최대한 빠르게 두 손가락으로 번갈아 누른다든지, 마이크에 ‘아~’ 하는 목소리를 녹음함으로써 성대의 떨림을 본다든지, 스마트폰을 들고 일정 거리를 걸어갔다 온다든지 하는 동작을 한다. 이를 통해서 파킨슨병의 중증도와 진행 여부 등에 대한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다.
스마트폰+가젯
더 나아가, 스마트폰에 간단한 가젯을 더한다면 더욱 다양한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해 스마트폰에 내장된 센서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지만, 스마트폰의 인터페이스와 통신 기능, 휴대성을 기반으로 측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웨어러블 기기로 분류하기 보다, 여기에서 다루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먼저 스마트폰과 함께 간단한 기기를 사용하면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다. 스마트폰 케이스 형태의 기기 얼라이브코어(AliveCor)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케이스 뒷면에 두 개의 전극이 붙어 있고, 이 전극을 각각 손으로 잡으면 심전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다. 부정맥의 증상은 불규칙적으로 나타나므로 종래의 방식으로는 병원에 방문했을 때 증상이 없다면 진단이 어려웠다. 하지만 이 간편한 기기를 사용하면 환자들이 이상이 있을 때 스스로 측정하여 데이터를 저장 및 공유 가능하기 때문에 심방세동 등의 심혈관질환 진단에 유용하다. 2012년 FDA로부터 의료용 승인을 받았으며, 2014년 초에는 일반 판매 (over-the-counter) 승인도 받았다.
더 나아가 혈당 측정도 할 수 있다. 기존에 당뇨병 환자들은 휴대용 혈당계를 가지고 다니면서, 정기적으로 손 끝에 피를 내고 이를 스트립에 묻혀서 혈당을 측정해야 했다. 이제는 스마트폰에 간단한 기기를 연결함으로써 보다 간편하게 혈당을 측정할 수 있다. 사노피의 아이비지스타(iBGStar)와 같은 기기들은 휴대용 혈당계를 간편화해서 스마트폰에 부착한 형식이다. 혈당 데이터가 스마트폰으로 전송되어서 수치를 관리할 수 있다. 또한 최근에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한 글루케이스 (GluCase)는 스마트폰 케이스 형태로, 손가락을 찌르기 위한 침과 혈액을 묻히기 위한 스트립까지 모두 들어 있다. 혈당 데이터는 이 기기로부터 블루투스로 스마트폰에 전송된다.
혈압도 측정 및 관리 가능하다. 기존 휴대용 혈압계와 비슷한 휴대용 커프를 블루투스로 스마트폰에 연결한 개념이다. 위팅즈 (Withings)에서 내어놓은 스마트 혈압계를 활용하면 휴대가 간편할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에 혈압 데이터를 전송함으로써 과거 데이터와의 비교, 시계열 분석 등이 가능하다. 혈압은 정기적으로 측정할 필요가 있으며, 측정 전 30분 정도는 안정을 취하는 것이 권고되고 있다. 또한 병원에 가서 의사나 간호사를 통해서 혈압을 측정하면 평소보다 수치가 높게 나오는, 소위 흰색 가운 증후군 (white gown syndrome)도 적지 않다. 그러므로 가정에서 이러한 스마트 혈압계를 활용하는 것은 고혈압 등 심혈관계 만성 질환의 진단과 질병 관리에 유용할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