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29th November 2024,
최윤섭의 디지털 헬스케어

디지털 의료는 어떻게 구현되는가 (5) 스마트폰

‘디지털 의료는 어떻게 구현되는가’ 시리즈의 다섯 번째 글입니다.

“디지털 의료는 어떻게 구현되는가” 시리즈 보기

  1. 변혁의 쓰나미 앞에서
  2. 누가 디지털 의료를 이끄는가
  3. 데이터, 데이터, 데이터!
  4. 4P 의료의 실현
  5. 스마트폰
  6. 이제 스마트폰이 당신을 진찰한다
  7. 웨어러블 디바이스
  8. 개인 유전 정보 분석의 모든 것!
  9. 환자 유래의 의료 데이터 (PGHD)
  10. 헬스케어 데이터의 통합
  11. 헬스케어 데이터 플랫폼: 애플 & 발리딕
  12. 빅 데이터 의료
  13. 원격 환자 모니터링
  14. 원격진료
  15. 인공지능

 

디지털 의료의 3단계

새로운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이를 통한 디지털 의료의 구현은 모두 데이터와 연관 지어 설명할 수 있다. 예전에는 측정하지 못하고 버려질 수밖에 없었던 중요한 데이터를 이제는 측정할 수 있게 되며, 데이터를 측정하는 방법, 측정 빈도, 얻게 되는 데이터의 양과 질이 모두 극적으로 개선된다. 이렇게 측정한 데이터는 각종 수단을 통해서 저장, 공유, 전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합하고, 해석함으로써 질병을 관리하고, 치료하고, 예방하기 위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이러한 모든 과정은 새로운 시대의 의료를 열어주는 근간이 될 것이다.

디지털 의료는 데이터의 흐름에 따라 다음과 같은 총 세 가지 단계에 걸쳐서 구현된다. 나는 이를 ‘디지털 의료의 3단계’ 라고 부른다.

  • 1단계: 데이터를 측정하기 (data measurement)
  • 2단계: 데이터를 통합하기 (data integration)
  • 3단계: 데이터를 해석하기 (data interpretation)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데이터를 측정해야 한다. 데이터 측정에는 기존의 의료기기를 포함하여, 스마트폰, 웨어러블 센서, 유전 정보 분석 등의 기술이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개별적으로 측정한 데이터는 단편적인 조각들로, 해당 환자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에 대한 큰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각 데이터의 수집과 통합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헬스케어 데이터 플랫폼과 클라우드 컴퓨팅 등이다.

이렇게 통합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별 환자의 건강 상태를 다차원적으로 해석함으로써 환자들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질병을 치료하거나 더 나아가 예측과 예측 의료를 구현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 전문가와 병원 등 기존 의료 시스템에도 새로운 역할이 요구될 것이다. 더 나아가서, 끝없이 생산되는 이 거대하고 복잡한 데이터를 다루기 위해서 우리는 결국 인공지능과 손을 잡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데이터의 측정-통합-해석이라는 ‘디지털 의료의 3단계’는 필자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구조를 바라보는 관점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생태계는 세 가지 단계에 따라 수많은 기업들로 구성되어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지형도에서 이러한 기업들의 현황을 파악할 수 있으며, 이 중 국내 기업의 수는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헬스케어 산업 구성도 v6.001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지형도 (출처: 최윤섭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소)

그러면 이제부터 디지털 의료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대해, 데이터를 측정-통합-해석하는 ‘디지털 의료의 3단계’ 에 기반하여 본격적으로 논해보도록 하겠다.

1단계: 데이터를 측정하기

데이터를 의료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데이터를 측정해야 한다. 기존의 의료기기와 검사 방법들로 측정한 데이터들도 당연히 활용 가능하지만 이번 장에서는 디지털 의료에 특화된 데이터 측정법 세 가지, 스마트폰, 웨어러블 디바이스 그리고 개인 유전정보 분석을 위주로 설명하도록 하겠다.

이러한 기술을 이용하면 기존에는 활용 가능하지 않았던 완전히 새로운 데이터들도 측정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의료 전문가를 통해서 환자의 데이터를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생활 속에서도 환자나 보호자가 스스로 자신의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나중에 더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이러한 환자 유래의 데이터 (patients-generated data)로 인해서 ‘의료 데이터’ 의 개념과 범위 자체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길 것이다.

 

스마트폰: 의료 혁신의 핵심 기기

디지털 의료 혁신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의료 기기’ 를 딱 하나만 선택하라면 과연 무엇을 골라야 할까? 나를 포함한 많은 전문가들은 주저 없이 스마트폰을 꼽는다.

우리가 어디에 가나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이 작은 기기는 우리가 평소에 자각하고 있지 못하지만 이미 그 자체로 고도의 연산 능력과 저장 및 통신 기능을 가진 컴퓨터이며, 수많은 센서를 지닌 인터렉티브 기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스마트폰의 특징들은 디지털 의료의 구현을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디지털 헬스케어 구루 에릭 토폴 박사가 2015년 1월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 칼럼의 제목대로 그야말로 ‘의료의 미래는 당신의 스마트폰 속에 있다’ 고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당신이 스마트폰 없이 하루를 보내본 적이 언제인지 기억하는가? 아래의 그림 두 가지는 내가 강연에서 스마트폰의 위력에 대해서 설명할 때마다 즐겨 보여주는 그림이다. 나도 인터넷에서 처음 본 그림들인데, 이미 익숙한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다소 과장되어 있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그만큼 스마트폰은 어느샌가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왔고, 이제 우리는 스마트폰 없는 삶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2005년의 교황 즉위식과 2013년의 교황 즉위식 (출처)


오늘날의 선탠 자국 (출처)

이미 휴대폰은 이미 역사상 가장 널리 보급된 기술 중의 하나가 되었다. 지구 상에는 약 71억 개의 휴대폰이 있으며, 이는 전 세계에 보급된 변기나 칫솔보다도 더 많은 숫자라고 한다. 또한 ITU의 조사에 따르면 2015년 말 전 세계 사람들 중 휴대용 전화기를 사용하는 가구의 비율은 무려 95.3% 에 이르렀다. 2000년만 해도 10% 정도였던 이 비율이 15년 동안 급격하게 증가한 것이다.

스마트폰도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2015년 3월 기준으로 글로벌 56개 국가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평균 60% 에 도달했다. UAE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90.8%로 가장 높았고, 한국은 83% 로 4위를 차지했다. 미국은 70.7%, 중국은 74% 에 달한다.

사실 스마트폰의 보급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가리지 않고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2020년이 되면 선진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약 76%, 개발도상국의 경우에는 63% 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바야흐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소유하게 된다는 것이다.

 smartphone adoption rate

스마트폰은 선진국과 개도국을 가리지 않고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출처: Nature)

 

수퍼 컴퓨터 vs.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은 고도의 연산능력을 지닌 컴퓨터이다. 과거의 수퍼 컴퓨터의 성능을 가볍게 뛰어넘을 정도로 말이다. 인류 최초의 수퍼 컴퓨터를 이야기할 때 흔히 1975년 미국 크레이 리서치 (Cray Research)에서 발표한 Cray-1 과 1985년에 출시한 Cray-2 가 빠지지 않고 거론된다. 이후 개발된 Cray-2S 는 1988년 한국에 최초로 도입된 수퍼 컴퓨터이기도 했다. 당시 이런 수퍼 컴퓨터들은 과학 연구나, 국방 등의 목적으로 활용되었다.

컴퓨터의 성능을 비교할 때 흔히 1초당 수행할 수 있는 부동소수점 연산의 수 (FLOPS, FLoating point OPerations per Second)를 따진다. Cray-1, Cray-2, Cray-2S 의 FLOPS는 각각 8천만 번, 19억 번, 20억 번 정도이다. 이에 반해 아이폰 5S에 들어가는 그래픽 유닛의 연산 능력이 768억번 (76.8 GFLOPS)이다. 즉, 아이폰 5S는 초창기 수퍼 컴퓨터인 Cray-1 에 비해서 약 천 배 빠르게 연산을 할 수 있는 것이다.

1996년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퍼 컴퓨터는 일본의 Hitachi CP-PACS 로, 연산능력은 현재 스마트폰의 다섯 배 정도에 불과한 368.2 GFLOPS 였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수퍼 컴퓨터에 맞먹는 고성능 컴퓨터를 우리는 매일 주머니 속에 넣어 다니고 있는 셈이다.

NERSC 25th Anniversary: NMFE Computer Center CRAY-2 at LLNL, NERSC Staff 1985초창기 시절 수퍼 컴퓨터의 대명사, Cray-2 (출처: 버클리 컴퓨터 공학 연구소)

스마트폰의 센서들

하지만 스마트폰이 의료 혁신의 핵심 기기라는 것은 단순히 빠르기 때문만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이 내장하고 있는 수많은 센서들이다. 스마트폰은 기존의 기기들이 가지지 못했던 여러 직관적이면서도 혁신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서 사용자와 상호작용한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소위 인증샷을 찍기도 하고, 강의를 녹음하고, 라디오와 노래를 듣는다. 대부분의 기능을 터치 스크린으로 조작하며, 통화 중에 스크린에 얼굴을 갖다 대면 스크린이 자동으로 꺼지고, 기기를 가로-세로로 회전시키면 화면도 따라 돌아간다. 주변의 밝기에 따라서 스크린의 밝기도 달라지며, 깜깜한 곳에서는 손전등의 역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기능들은 워낙 직관적으로 디자인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너무도 당연한 듯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능들은 모두 고도의 센서가 스마트폰에 내장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현재 스마트폰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 외에도 아래와 같은 센서들이 대부분 내장되어 있다.

  • 근접 센서 (Proximity sensor): 스마트폰과 얼굴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한다. 통화 중에 얼굴을 화면에 갖다 대는 경우 터치 스크린의 버튼이 눌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사용된다.
  • 가속도 센서 (Accelerometer): 지표면을 중심으로 스마트폰의 기울기, 가속도 등을 측정하여, 화면을 가로-세로로 돌려줄 때 사용된다.
  • 자이로스코프 (Gyroscope): 스마트폰의 방향과 각도를 측정하며, 가속도계와 함께 스마트폰의 정확한 모션을 파악할 수 있다.
  • 조도 센서 (Ambient Light sensor): 스마트폰 주변 환경의 밝기를 측정하여, 스크린의 밝기를 조절해준다.
  • 지자기 센서 (Magnetometer): 지구의 자기장을 측정하는 일종의 디지털 나침반이다.
  • 바로미터 (Barometer): 사용자 위치의 대기압을 측정한다.

또한 내장되는 센서의 종류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2010년 갤럭시 1 에는 조도 센서, 가속도 센서, 지자기 센서 정도였으나, 점점 더 추가되다가 2014년 출시된 갤럭시 S5 에는 자이로스코프, 근접센서, 압력 센서뿐만 아니라, 습도, 온도, 심박수, 지문인식 등의 센서까지도 내장되게 되었다.

Print갤럭시 S4에 내장되어 있는 센서들

Sensor-growth-in-smartphones-3갈수록 스마트폰에 내장된 센서들의 종류는 증가하고 있다 (출처)

스마트폰은 이렇게 내장된 센서를 통하여 다양한 종류의 의료 및 헬스케어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는 의료 기기로 변모하게 된다. 우리는 지금 디지털 의료에서 핵심적인 데이터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편리하게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 내장한 여러 센서들이 스마트폰의 고성능 연산능력, 통신 기능과 결합됨으로써 결국 헬스케어에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마 스티브 잡스도 스마트폰이 의료기기로 사용될 수 있으리라고 상상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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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의료를 혁신하고 세상을 더 건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벤처투자자, 미래의료학자,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 서울대학교병원 등에서 연구하였습니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를 2016년에 공동창업하였고,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40여 개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하였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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