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27th October 2024,
최윤섭의 디지털 헬스케어

디지털 의료는 어떻게 구현되는가 (4) 4P 의료의 실현

‘디지털 의료는 어떻게 구현되는가’ 시리즈의 네 번째 글입니다.

 

“디지털 의료는 어떻게 구현되는가” 시리즈 보기

  1. 변혁의 쓰나미 앞에서
  2. 누가 디지털 의료를 이끄는가
  3. 데이터, 데이터, 데이터!
  4. 4P 의료의 실현
  5. 스마트폰
  6. 이제 스마트폰이 당신을 진찰한다
  7. 웨어러블 디바이스
  8. 개인 유전 정보 분석의 모든 것!
  9. 환자 유래의 의료 데이터 (PGHD)
  10. 헬스케어 데이터의 통합
  11. 헬스케어 데이터 플랫폼: 애플 & 발리딕
  12. 빅 데이터 의료
  13. 원격 환자 모니터링
  14. 원격진료
  15. 인공지능

 

4P 의료의 구현: 정밀 의료

이러한 의미에서 디지털 의료의 발전은 앞서 언급한 4P 의료의 구현과 직결된다. 특히 정밀 의료와 예방 의료, 예측 의료라는 측면에서 말이다.

(참고로, 맞춤 의료 (personalized medicine)는 개인화된 의료 (individualized medicine)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다가, 2015년 1월 오바마 정부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며 ‘정밀 의료 이니셔티브 (precision medicine initiative)’를 출범한 이후부터 ‘정밀 의료 (precision medicine)’라는 용어로 통일되는 추세다. 나도 맞춤 의료 대신에 정밀 의료라는 표현을 쓰겠다. 공교롭게도 맞춤과 정밀 모두 P 로 시작한다.)

정밀 의료라는 개념은 최근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사실 의료의 궁극적인 지향점 중의 하나를 이보다 잘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개별적인 환자들은 모두 다른 유전학적, 생물학적, 생화학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환경적, 생활 양식에도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환자들의 개별적인 차이 때문에 동일한 치료법이나 약, 심지어는 음식에 대해서도 다른 결과를 낳게 된다. 동일한 질병을 가졌다고 할지라도 어떤 환자에게는 효과가 있는 약이 다른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거나, 혹은 부작용까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개별 환자의 특성을 분석하고, 차별화된 치료를 제공함으로써 효과는 극대화하고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것이 정밀 의료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정밀 의료의 출발은 개별 환자의 특징과 상태를 분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환자에 대해서 유전정보를 비롯한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데이터를 측정하고 통합함으로써, 우리는 그 환자의 의학적 상태를 근본적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는 해당 환자를 위한 최적의 치료 방법을 결정하거나, 새로운 약이나 의료기기를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이를 위해서 우선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유전체 정보를 포함한 개별 환자의 데이터이다. 인류 최초로 한 사람의 전체 유전 정보를 분석했던 휴먼 게놈 프로젝트가 2003년 완료된 이후로 유전 정보 분석 속도와 비용이 눈부시게 개선되었다. 13년 동안 27억 달러가 필요했던 일이 이제는 단돈 1,000 달러와 하루 정도의 시간 밖에 걸리지 않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개별 환자의 치료에도 유전 정보 분석을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 ‘정밀 의료 이니셔티브’를 통해 오바마 정부가 2016년까지 2억 불이 넘는 자금을 투자하는 분야도 차세대 유전체 염기 서열 분석 기술이나 유전 정보 데이터베이스의 구축, 이 데이터를 생산하고 활용하기 위한 규제의 개선 등이다.

사실 정밀 의료를 보다 완전하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유전체 분석뿐만 아니라, 전사체 (transcriptome), 단백질체 (proteome), 대사체 (metabolome), 미생물체 (microbiome), 후생유전체 (epigenome) 등의 생물학, 생리의학적 특성을 분석하고, 환자가 노출되는 환경에 대한 데이터도 필요하다. 현재 이 모든 것들의 구현이 목전에 다가왔다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러한 ‘-체학 (omics)’ 분야들의 발전도 빠르게 이뤄지면서 개별 환자의 특성을 보다 종합적으로 파악하여 정밀 의료를 구현해나가고 있다.

personal GIS진정한 정밀 의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유전체 데이터를 비롯해,
전사체, 단백체, 대사체, 후생유전체, 환경 등 다양한 수준의 데이터 통합이 필요하다 (출처: Cell)

4P 의료의 구현: 예방 의료와 예측 의료

환자에 관한 데이터는 예방 의료 (preventive medicine)와 예측 의료 (predictive medicine)의 구현에도 큰 역할을 한다. 이 역시 유전 정보 및 센서를 통해서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물 인터넷 센서 등을 활용하면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지속적으로, 정량적으로 파악함으로써 질병의 발병, 재발, 악화를 사전에 예측하고, 더 나아가 예방까지도 모색할 수 있다.

우선 유전 정보의 분석을 통해 개인 환자에게 유전적으로 발병 위험성이 높은 질병을 파악할 가능성이 있다. 안젤리나 졸리의 사례에서 보듯이 특정 유전자를 분석하면 유방암과 난소암의 발병 위험도를 계산할 수 있고, 고위험군의 경우에는 예방적인 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 잘 알려졌다 시피, 안젤리나 졸리는 BRCA 1, 2 유전자 분석을 통해 유방암과 난소암의 발병 위험도가 각각 87%, 50% 으로 매우 높음을 알게 되었다. 이에 따라 안젤리나 졸리는 유방암과 난소암을 ‘예방’하기 위해 2013년에는 유방 절제술을, 2015년에는 난소 및 난관 절제술을 받았음을 뉴욕타임즈에 고백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질병은 유전적인 요인뿐만이 아니라, 환경적인 요인도 영향을 받는다. 그런 의미에서 유전 정보 분석이 결코 만능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이를 통해 지금도 다양한 질병의 위험도를 알아낼 수 있다. 유방암뿐만 아니라, 린치증후군 (Lynch symdrome, 유전성 비용종증 대장암)이나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 (familial adenomatous polyposis) 등의 대장암, 시력 상실의 원인 중의 하나인 노인 황반변성알츠하이머 등이 현재 유전 정보 분석으로 위험성을 미리 판단할 수 있는 질병들이다.

(노파심에서 추가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암이나 노인황반변성 같이 위험성을 알면 미리 예방하거나 대비할 수 있는 질병도 있고, 알츠하이머와 같이 예방이 어려운 질병도 있다. 또한, 다양한 유전자가 관여하거나, 유전자-질병의 관계가 아직 명확하지 않거나, 유전 인자 외의 환경적 요인이 크기 때문에 유전자 분석만으로는 위험도 계산이 어려운 질병도 많다.)

유전 정보의 분석을 통해 여러 질병의 위험도를 알 수는 있지만, 이것만으로 질병에 언제 걸리게 될지 혹은 언제 재발할지 미리 알기는 어렵다. 질병 악화나 이상 징후를 조기에 알기 위해서는 환자의 종합적인 상태를 실시간으로, 지속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각종 센서를 통한 모니터링과 이로부터 얻은 데이터의 분석이다.

자동차를 생각해보자. 과거에는 타이어 공기압이나 엔진오일, 부동액, 배터리 등을 정기적으로 직접 체크하거나 정비소에 들러야 했다. 때로는 이상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지 못해서 문제가 커진 이후 뒤늦게 정비소를 찾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현재는 센서의 발달로 자동차의 상태가 항시 모니터링되다가 이상이 있으면 운전자에게 조기에 경보를 울려줌으로써 많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자동차의 이상을 감지하는 센서의 종류는 갈수록 증가하여, 현재 60-100개의 센서가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자동차의 상태를 일 년에 몇 번 체크하는 것에서, 지속적으로 항상 모니터링함으로써 문제의 발생을 사전에 알려주거나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sidense-car-sensors-figure1-12132013자동차에는 많은 센서가 이상 유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 (출처)

비행기의 엔진도 마찬가지다. GE는 제트 엔진을 제조해서 대형 항공사에 리스 방식으로 제공한다. GE가 리스한 5,000 여개의 비행기 엔진에는 250가지의 센서가 달려 있어서, 심지어 비행 중에도 온도, 압력, 진동, 베어링 등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측정하여 엔진의 ‘건강 상태’를 원격으로 모니터링 한다. 감지된 수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면, GE 는 미리 엔진을 수리하여 대형 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또 다른 자료에 따르면 차세대 비행기 엔진에는 비행 중 5,000가지의 파라미터에 대한 데이터가 측정되며, 이 양은 연간 2페타바이트 (1페타바이트 = 100만 기가바이트)에 이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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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엔진에도 많은 센서들이 장착되어 이상 유무를 모니터링한다 (출처)

이렇게 자동차와 비행기 엔진에 각종 센서를 활용해서 예방적이고 예측적으로 ‘건강 상태’를 유지한다면, 사람에게도 이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예방 의료와 예측 의료를 위해서는 지금처럼 일 년에 병원을 몇 번 방문해서 검사를 받거나, 몇 년에 한 번 건강 검진을 받는 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진정으로 예측, 예방 의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일상생활 속에서 지속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각종 센서를 이용해 환자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서 얻은 데이터를 분석해야만 발병 혹은 질병의 진행을 미리 파악하고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당뇨병과 고혈압 환자들이 스스로 혈당 및 혈압 등을 측정하는 것보다 훨씬 복합적이며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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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웨어러블 센서 등을 활용하여 건강 상태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다 (출처: Nature Biotech)

예를 들어, 우울증 환자의 경우라면 말투, 어조, 대화 빈도, 활동량, 수면 패턴, 호흡 패턴, 안면 표정, 활력징후, 심박 변이도 (HRV), 피부활동전위(GSR), 복약 순응도 등을 모니터링하여 종합적으로 상태를 파악하고 더 나아가 향후 상태까지 예측해볼 수 있다. 천식 환자의 경우라면 대기오염지수, 온도, 습도 등 환경의 환경적인 요인과 활동량, 활력징후, 강제 호흡 배출량 (forced expiratory volume), 호흡 패턴, 복약 등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울혈성 심부전이라면 체액 상태 (fluid status), 수면의 질, 무호흡 발작, 활력 징후, 체중, 복약 순응도 등을 볼 수도 있다.

결국, 이렇게 데이터의 측정과 분석은 예방 의료와 예측 의료의 구현을 위해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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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의료를 혁신하고 세상을 더 건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벤처투자자, 미래의료학자,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 서울대학교병원 등에서 연구하였습니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를 2016년에 공동창업하였고,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40여 개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하였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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