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29th November 2024,
최윤섭의 디지털 헬스케어

[칼럼] 디지털 헬스케어와 원격의료를 동일시 말라

**이 칼럼은 제가 이번달 청년의사에 기고한 것입니다. 칼럼은 여기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원격의료의 상위개념이며, 원격의료는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넓은 분야의 소주제 중의 하나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최근 복지부 업무계획 등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 원격의료’ 의 프레임으로 오용하면서, 업계 전반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지난 복지부 강의에서나 관계자분을 만날 때, 원격의료 관련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제가 가장 먼저 강조하는 부분입니다만, 여전히 이 기본적인 부분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원래 강경한 주장을 펼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만, 이러한 사안에는 제가 목소리를 낼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서 평소와는 다르게 다소 강한 어조의 칼럼을 써보았습니다. 힘 없는 저 한 명의 주장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지난 1월 18일 보건복지부가 2016년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필자에게 특히 관심이 갔던 것은 “바이오헬스 분야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여 일자리를 확대한다”는 것이 골자인 바이오헬스 계획이었다. 이 분야에 대해서 한국 의료의 세계적 브랜드화, ICT 융합 기반 의료서비스 창출, 제약/의료기기 산업 미래 먹거리로 구성의 세가지 중점계획을 발표했다.

디지털 헬스케어를 국내에 처음 소개한 사람 중의 한 명인 필자는, 업무 보고에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 자체를 고무적으로 생각한다. 예전의 유헬스 같이 한국에서만 사용하는 표현이 아니라 말이다. 하지만 우려되는 것은 복지부 보고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 원격의료’라는 의미로 오용되었다는 점이다. 필자가 원격의료 관련 질문을 받을 때마다 언급하는 부분이지만, 디지털 헬스케어는 원격의료와 동일한 개념이 아니다. 원격의료는 디지털 헬스케어의 수많은 하위 분야 중 하나이다.

여전히 의료계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는 원격의료를 정부에서 강경하게 추진하는 것도 우려스럽지만, 원격의료의 위험성 논란이나 효용성 이슈는 차치하고서라도, 디지털 헬스케어라는 광범위한 용어 자체에 대한 잘못된 사용은 이 분야 전체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또한 “한국의 디지털 헬스케어, 세계로 나아가겠습니다”와 같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허황된 구호는 헛웃음만 나오게 한다. 현재 한국은 글로벌 기준에서 이미 골든타임을 놓쳤으며, 국내에서 나온 글로벌 수준의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과 성공 사례는 거의 없다. 미래 의료에 대해서 “글로벌 강자가 없어 시장 선점 가능”하다고 언급했지만, 글로벌 강자는 많이 존재하며 이미 시장은 선점 당했다.

오히려 혁신을 방해하는 비합리적인 규제, 의료 전달 체계와 의료 수가 등 국내 의료 시스템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복지부의 역할이 아닐까. 또한 정말 디지털 헬스케어 발전을 꾀한다면 원격의료의 무리한 추진보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센서, 클라우드 등의 디지털 기술 (자칭 IT 강국인 한국이 모두 세계적으로 뒤쳐진 분야들이다)의 발전과 의료 분야의 융합을 꾀하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이미 한국은 많이 늦었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현재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냉정하게 파악하고 지금부터라도 근본적인 문제부터 차근차근 해결해나가는 것이다.

 

*메인 이미지 출처: invivo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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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의료를 혁신하고 세상을 더 건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벤처투자자, 미래의료학자,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 서울대학교병원 등에서 연구하였습니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를 2016년에 공동창업하였고,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40여 개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하였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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