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29th November 2024,
최윤섭의 디지털 헬스케어

Pathway Genomics OME: 유전 정보+애플 헬스키트+IBM Watson

개인유전정보 분석 기업 Pathway Genomics 에서 IBM Watson 을 이용해서 개발 중이던 OME 앱의 클로즈드 알파서비스를 시행한다고, 이번 CES2016의 Digital Health Summit 에서 발표했다고 합니다.

미국 샌디에고에 위치한 Pathway Genomics 는 23andMe와 같이 개인의 유전 정보를 분석해주는 기업입니다. 암 유전자, 심혈관 질환 유전자 검사 등 특화된 검사들도 있지만, 가장 주력하고 있는 서비스는 “Pathway FIT” 이라고 하는 서비스입니다.

이 Pathway FIT 은 주로 식습관, 영양, 운동, 체중감량, 지질 및 설탕 대사 등 보다 행동에 옮길 수 있는 (actionable) 항목을 위주로 분석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는 23andMe 등의 여타 서비스가 질병, 복약, 조상 분석 등에 치중하는 것과는 차별화된 부분이며, 개인 유전정보 분석을 하더라도 이후에 사용자에게 뚜렷한 효용이 없다는 단점을 줄여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특히, 체중 감량의 경우 유전정보 기반의 다이어트를 시행하면 무작정 획일적인 체중 감량을 시행할 때보다 효과가 더 좋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2010년 인터루킨 제네틱스 (Interleukin Genetics)와 스탠퍼드 대학이 145명의 과체중/비만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전형에 적합한 음식을 먹은 사람은 체중의 5.3%를 감량했는데 비해서,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은 2.3%를 감량하는데 그쳤습니다. 또한 저지방/저탄수화물 식단을 고수한 사람들에게서는 차이가 더 컸는데, 유전형에 맞게 먹은 사람은 6.8%를 감량했는데 비해,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은 1.4% 밖에 감량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유전형에 적합한 음식을 먹은 사람은 12개월간 평균 13.2 파운드를 감량했는데 비해, 다른 사람들은 평균 4.6 파운드를 감량해서 약 2.5배의 차이가 났다고 합니다. (연구의 레퍼런스를 찾지 못하다가, 금창원 팀장님께서 연구 출처를 알려주셔서 수정합니다. 금창원 팀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유전형에 맞는 다이어트를 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차이 (출처)
 
이러한 분석을 포함하고 있는 Pathway FIT 서비스는 국내에도 들어와 있기 때문에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차움, 인천성모병원 등의 병원에서 받아볼 수 있습니다. 저도 작년에 받아보았으며, 제 검사 결과 레포트 중 일부는 아래와 같습니다.

pway part 저의 Pathway FIT 분석 레포트 중 일부

분석 결과를 보면, 저는 저탄수화물 식사가 좋으며, 공복감과 포만감을 느끼는 정도는 보통입니다. 섭식 무절제에 대한 가능성은 낮으며, 비타민 중에서는 비타민 B12, D, E 의 섭취를 증대해야 합니다. 근력 훈련은 효과가 적은 편이며, 운동에 따른 체중 감소와 혈압 반응에 대하여 운동이 권장됩니다. 비만 가능성은 평균이지만, 감량 후 체중 재증가 가능성이 높고, 혈당 수치가 평균보다 높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가 식사 메뉴를 고르거나, 운동할 때 실제로 참고할 수 있는 부분들입니다.

이 Pathway FIT 유전 정보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사용자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 바로 Apple HealthKit 와 IBM Watson 과의 협력입니다. 개인의 유전 정보와 HealthKit 로 축적된 데이터와 GPS 데이터를 결합하고, 이를 인공지능 Watson 으로 분석하여 사용자가 일상 생활 속에서 ‘행동’ 으로 옮길 수 있는 맞춤형 건강 조언을 OME를 통해서 제공하겠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사용자가 지방 성분을 대사하는데 영향을 주는 유전자에 변이가 있거나, 포만감을 느끼는 유전자에 특정 변이가 있다면 식습관을 결정하기 위해서 참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OME는 이 분석 결과와 최근의 운동량, 식습관 등을 고려하여 ‘유전적으로 이상적인 식사 플랜’ 을 짜주기도 하고, 심지어 사용자 근처에 있는 특정 식당의 메뉴를 추천해주기도 합니다.

Pathway Genomics는 추후 전자의무기록(EMR) 데이터와 보험 정보 등도 OME 서비스에 추가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되면, 헬스케어 데이터, 유전정보, 의료데이터, 보험 데이터가 통합되는 더욱 완전한 그림이 그려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작년 중순 서울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님들과 함께 샌디에고의 Pathway Genomics 를 방문하였을 때, Chief Innovative Officer인 Dr. Michael Nova 는 아이패드를 들고 당시 개발 중이던 이 OME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직접 데모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사용자는 OME 인터페이스에 “오늘 식사는 어떤 메뉴가 좋을까?”, “오늘은 어떤 운동을 할까?”, “내가 이 약을 먹어도 될까?” 하는 질문을 던지면, Watson 이 이 질문 및 데이터를 분석해서 텍스트로 답을 줍니다. 여러 명의 사용자를 가정하고 질문을 던졌을 때에, 같은 질문에 대해서 각각 특화된 조언을 돌려주는 방식이었습니다. 또한, 여기서 권장되는 운동을 시행하고 그 데이터가 반영된 다음에는 동일한 질문을 던진다고 하더라도 다른 답변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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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무슨 운동을 해야 하나?’ 는 질문에 대해서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해주는 OME

당시에는 Dr. Nova 는 2015년 안으로 OME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언급했지만, 아마도 개발 과정이 지연되어 어제 클로즈드 알파 서비스를 시행하게 된 것 같네요. 미국내 시장에 먼저 진출한 후 싱가폴과 일본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는 언급도 있었습니다.

Watson 에 사활을 걸고 있는 IBM은 몇년 전부터 $100m 규모의 Watson Fund 를 만들어서 Watson 의 인지 컴퓨팅 기능을 활용하여 서비스를 만드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Watson 생태계를 만들고 있는 것인데요. 이 펀드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WellTok, Modernizing Medicine, GeneMD 등에 투자한 바 있습니다. Pathway Genomics 도 이 Watson Fund 에서 2014년 11월 투자를 받으면서 협력을 본격화 했습니다. (투자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웨어러블, 스마트폰 등으로 측정한 헬스케어 데이터가 개인 유전정보와 결합하여 사용자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우리가 궁극적으로 가야할 이상적인 방향과 같은 것이며, Pathway Genomics 는 이를 실제로 구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OME가 Watson 을 통해서 만족스러울 정도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유용한 조언을 내어놓을지는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개인 유전 정보, 헬스케어 데이터, 의료 데이터 등이 통합되고, 인공지능으로 분석하여 새로운 인사이트를 도출하기 위한 시도는 이미 시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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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의료를 혁신하고 세상을 더 건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벤처투자자, 미래의료학자,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 서울대학교병원 등에서 연구하였습니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를 2016년에 공동창업하였고,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40여 개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하였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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