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 의료는 환자들이 모두 개별적으로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동일한 치료법이나 약에 개별 환자의 유전형을 포함한 여러 생물학적 특성에 따라서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휴먼 게놈 프로젝트가 끝난지 12년이 지난 지금, 대표적으로 암 치료를 위해서는 개별 암 환자의 유전형에 기반한 맞춤 치료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유전체 분석 기술의 발전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의 발전은 개인 환자에 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게 해주고, 그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해준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비단 개별 환자에게 맞는 치료법의 선택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식단 관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맞춤형 개인 영양학 정도로 부를 수 있겠다.
최근 쎌 (Cell) 지에 이스라엘 연구진의 흥미로운 연구가 소개되었다. 동일한 음식물을 섭취하더라도 개인의 특성에 따라 이후 혈당 변화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개별 참가자의 특징은 혈액검사, 장내 미생물, 설문지와 같은 전통적인 방법 뿐만이 아니라, 스마트폰을 이용한 식단 관리, 활동량 측정, 센서를 이용한 연속 혈당 모니터링 측정 등으로 파악하였다.
디지털 헬스를 이용한 맞춤형 개인 영양학 연구의 개요 (출처: Cell)
그 결과 개인 환자들마다 바나나, 쿠키 같은 음식에 대해서 혈당 변화가 다르게 나타나며, 어떠한 경우에는 오히려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온다. 더 나아가 연구진들은 일종의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서 환자의 개별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식후 혈당 변화를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이 모델에 기반하면 혈당조절을 위해서 개인별 ‘좋은 음식’ 과 ‘나쁜 음식’ 까지 선별할 수 있다. 이렇게 도출된 식단에 기반하여 ‘좋은 음식’을 먹으면 장내 미생물 조성도 바람직한 쪽으로 변화하며, ‘나쁜 음식’을 먹으면 반대의 양상을 보인다는 것까지도 보여주었다.
이 연구는 향후 정밀 의료를 구현하기 위해서 많은 교훈을 준다. 개별 환자에게 맞는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환자에 대한 입체적인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측정되어야 한다. 특히, 병원에서 얻는 기존의 전통적 의료 데이터 뿐만 아니라, 일상 생활 속에서 스마트폰, 웨어러블 센서 등을 통해 수동적으로 측정되는 환자 유래의 데이터 (patients generated data)까지 통합되어야 한다.
이렇게 얻은 다양한 종류의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 연구에서만 하더라도, 5,435일간 얻은 혈당 데이터 포인트가 150만개 이상이다) 숨겨진 통찰력을 얻고, 개인 환자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결국 인공지능 방법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이렇게 도출된 모델의 정확성 및 효과성을 검증하기 위해서 철저한 조건을 갖춘 임상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
최근 국내 의료계에서도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학과가 신설되고 연구 과제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몇년 전과 비교해봤을 때 환경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런 선도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보다 많은 환자들이 정밀 의료의 혜택을 보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본 칼럼은 제가 청년의사에 연재한 글입니다. 분량 때문에 수정된 글의 원본을 올려드립니다. 칼럼은 청년의사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