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26th October 2024,
최윤섭의 디지털 헬스케어

자동차에 디지털 헬스케어를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이 포스팅은 현대자동차의 요청으로 작성한 기고문을 추가/수정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바야흐로 디지털 헬스케어의 시대가 도래했다. IT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사물인터넷 (Internet of Things), 빅 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 지능 등의 분야에서 우리 일상 생활에까지 많은 영향을 미치는 혁신들이 일어났다. 이는 모두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혁신으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SF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기술들이 현실에서 구현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헬스케어를 넘어선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 산업이다.

 

디지털 센서의 시대

스마트폰의 보급 확대와 사물 인터넷의 발달에 따른 각종 센서의 보급은 헬스케어와 의료 분야에 이미 많은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단순한 전화기가 아니라 이미 과거의 랩탑의 연산 능력을 능가하는 휴대용 컴퓨터이다. 더구나 스마트폰에 내장된 카메라, 마이크, 가속도계, 자이로센서 등의 센서는 모두 헬스케어 관련 수치의 측정이나 의료 진단에도 활용될 수 있다. 스마트폰에 추가적으로 디바이스를 연동시킨다면 이는 더욱 유용한 헬스케어 혹은 의료 기기가 된다. 현재 손목 밴드, 목걸이, 반지, 신발, 깔창, 의복, 속옷 등 각종 유형의 웨어러블 디바이스 및 혈압계, 혈당계, 심전도계 등의 기기 역시 스마트폰에 연결되고 있다.

현재 스마트폰에 내장되어 있거나 악세서리로 부착할 수 있는 각종 센서를 통해 걸음수, 활동량, 칼로리 소모, 수면 패턴 등의 간단한 바이오 메트릭을 측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체온, 산소포화도, 혈당, 혈압, 심전도와 같은 임상적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의료 데이터까지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센서의 수는 이미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202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일인당 평균 6.6개의 센서를 가지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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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한 사람은 평균 6.6개의 커넥티드 디바이스를 소유 (JAMA 2015)

센서들의 질적, 양적 발전은 기존에 의미 없이 버려졌을 인간의 행동과 활동, 신체적 징후의 여러 측면을 정량적인 데이터로 만들어낸다. 특히, 기존에는 비연속적이며, 피를 내거나 삽입을 해야 하는 침습적, 버튼을 눌러야만 작동하는 능동적 측정이었다면, 이제 센서들은 연속적이며, 비침습적이고, 명령이 필요 없는 지속적인 측정으로 바뀌고 있다. 이는 결국 각 개인들에게서 방대한 데이터가 끊임 없이 측정 및 생산되고 있음을 뜻한다.

 

헬스 데이터 측정, 그 이후

한 단계 더 나아가 헬스케어 플랫폼과 클라우드 컴퓨팅의 발전은 이렇게 각기 생산된 조각난 헬스케어 빅데이터를 언제 어디서든 업로드하고, 종합하여 개인 사용자의 건강에 대한 완성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준다. 현재 애플은 헬스키트, 구글은 구글 핏, 삼성은 SAMI 라는 헬스케어 플랫폼을 출시하여 경쟁하고 있다. 이 헬스케어 플랫폼이 바로 스마트폰과 각종 센서에서 측정된 데이터를 통합하여 개인 사용자의 종합적인 건강 상태를 파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중 가장 앞서 있는 애플의 헬스키트 플랫폼에는 현재 900 개 이상의 앱과 디바이스로부터 70여 가지의 헬스케어 데이터를 받아들일 수 있으며, 이 데이터는 전자의무기록(EMR)을 통해 병원으로까지 전송된다. 사용자가 가정에서 측정한 건강/의료 데이터가 병원으로 전송되어, 수치에 이상이 있을 경우 질병이 발병하거나 심각해지기 이전에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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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에 애플이 발표한 헬스키트 플랫폼은 이미 미국에서는 대형 병원들에 의해서 빠르게 채택되고 있다. 지난 9월 스탠퍼드와 듀크 대학병원의 파일럿 테스트를 시작으로, 올 2월 기준으로 미국의 선도병원 23개 중 14개가 이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이후에도 대형 병원들이 헬스키트를 채택했다는 소식은 지속적으로 들려오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은 이렇게 개인별로 연속적으로 측정된 각종 헬스케어 데이터를 분석하여 개인에게 맞춤 건강 조언을 주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IBM의 인공지능 왓슨은 재무, 경영, 요리, 여행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나, 가장 대표적인 응용 분야가 바로 의료 분야이다. 2015년 4월 초 IBM은 ‘왓슨 헬스’ 부서를 새롭게 만들면서, 애플의 헬스키트, 존슨&존슨, 메드트로닉의 의료 기기 등의 데이터를 인공지능을 통해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진정으로 개인화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공표하고 나섰다.

 

커넥티드 자동차의 대두

디지털 헬스케어를 위한 여건이 갖춰지자, 자동차 제조사들도 이 분야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IoT 기술이 자동차에도 접목됨에 따라 자동차 제조사들은 소위 커넥티드 자동차 (connected car)의 개발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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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자동차는 점점 더 개인 운전자에게 맞춤형이 되어간다. 좌석이나 백미러의 위치를 자동으로 조절 뿐만 아니라, 선호하는 음악, 자주 방문하는 주유소, 식사 장소 등을 파악할 것이다. 시간대와 요일별 이동을 측정해 운전자가 평소 다니는 길도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구글 등의 회사가 활발하게 개발하고 있는 자율 주행 자동차는 기술적으로는 구현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관련 법규 정비와 보험체계, 윤리적 선택이 필요한 시기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헬스케어 측면에서 이러한 커넥티드 자동차는 운전자의 생체 신호를 읽음으로써 건강을 관리하거나 교통사고 예방 등 주행을 보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각종 센서들의 발달은 운전자나 동승자가 자동차에 탑승했을 때 좌석이나 안전벨트, 핸들 등을 통해서 사용자의 신체 상태에 대한 데이터를 측정하게끔 한다.

이제 자동차는 그 자체로 일종의 센서들의 집합체이며, 사용자가 그 다양한 센서들과 접하게 되는 인터페이스로 간주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다양한 웨어러블 센서들과 함께 자동차에서 측정된 데이터들도 역시 클라우드에서 통합되고, 인공지능에 의해 분석되어 실시간으로 사용자에게 조언이나 경고 메시지를 제공할 것이다.

 

헬스케어 플랫폼으로서의 자동차는?

하지만 자동차가 과연 헬스케어 측면에서 볼 때 유용한 플랫폼인지에 대해서는 재고의 여지가 있다. 즉, 헬스케어 기술을 자동차에 적용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지, 그러한 적용이 사용자에게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헬스케어 데이터를 측정하는 인터페이스로서의 자동차는 큰 약점이 있다. 바로 앞서 언급한 항시적이며 지속적인 센싱이 자동차의 센서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생명체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항상 변화하므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연속적인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얻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자동차는 다른 웨어러블 센서와는 달리 24시간 착용하며 데이터를 얻을 수 없다. 아무리 자동차에서 시간을 오래 보내는 운전자라고 할지라도 24시간 자동차에 앉아 있지는 않는다.

포드가 자동차 시트에 심박 센서를 내장하겠다던 계획을 최근 철회한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포드는 2011년 일찍이 운전자의 스트레스 레벨 측정을 위해서 6개의 심박 센서를 운전자 시트 등받이 표면에 내장시키는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운전자가 옷을 입고 있더라도 심박수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난 5월 포드는 “새로운 센서 기술과 웨어러블들은 더 정확한 측정을 통해 우리보다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라며 개발을 공식적으로 중단했다.

video-undefined-2262A7CD00000578-153_636x358포드가 최근 개발을 중단한 자동차 좌석의 심박 센서

일반적인 IoT 관점에서 볼 때에도 자동차는 커넥티드 디바이스 들의 중심이 되기에는 매력도가 떨어진다. 두말할 것 없이 그 허브는 스마트폰이다. 사물인터넷의 여러 측면을 다룬 ‘컨텍스트의 시대 (Age of Context)’ 에서 저자들은 ‘자동차가 아닌 휴대폰이 운전자의 컨텍스트 기반 네트워크의 허브 역할을 한다’는 것이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가장 어려운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이미 하루 종일 스마트폰을 들고다니면서 각종 앱을 사용하고, 데이터를 관리하는 사람들에게 자동차라는 두 번째 허브를 갖는 것은 복잡하고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커넥티드 자동차, 헬스케어 적용 방안

이러한 커넥티드 자동차의 한계점은 헬스케어와 관련한 서비스와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 몇가지 힌트를 줄 수도 있는 부분이다.

먼저, 자동차 내의 센서를 활용하여 운전자의 주행과 관련된 부분을 센싱하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스마트 폰을 포함한 기존의 헬스케어 센서들의 경우에는 운전에 특화된 수치나 요소들을 측정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예를 들어, 운전자의 호흡을 측정하여 음주 여부를 측정하거나, 심박수나 동공 측정 등을 통한 졸음 운전 여부 파악이 가능할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에 연결하여 사용자의 호흡에서 혈중알콜농도를 측정하는 Breathometer 와 같은 센서는 이미 상용화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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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커넥티드 자동차에 헬스케어 관련 기능을 추가한다고 해서, 반드시 자동차 내부의 센서를 활용하여 운전 중에 측정한 데이터를 활용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즉, 자동차에 내장되어 있지 않은 기존의 외부 센서를 통해서도 운전자의 상태를 측정할 수 있으며, 자동차의 탑승 전에 측정한 데이터가 훨씬 더 유의미할 수 있다.

많은 경우 운전석에 앉은 운전자의 건강 상태는 자동차에 탑승하기 수 시간 전, 혹은 수 일 전부터 지속된 상태와 관련이 있다. 운전자가 일상생활 속에서 측정하여 자동차에 탑승하기 이전부터 헬스케어 플랫폼과 클라우드에 저장한 데이터를 활용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예를 들어, 수면 모니터링 웨어러블로, 운전자가 최근 며칠 간 수면이 부족했다는 것을 파악한 후에, 자동차에서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혹은 심장 질환이 있는 운전자의 경우 최근 심전도, 심박수와 약의 복약 여부 등에 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절한 예측 및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당뇨병 환자가 운전 중에 저혈당 쇼크가 오지 않을지도 예측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최근의 활동량, 통화 빈도, 목소리 분석 등을 통해 우울증 등 운전자의 정신 건강에 대한 예측을 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헬스케어 데이터의 또 다른 활용법

마지막으로, 헬스케어 센서에 의해서 측정된 데이터라고 해서, 건강에 관련된 부분에만 활용해야 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생체 신호를 활용한 사용자 인증 등의 기능을 이용하면 자동차 키 없이도 차주를 인식하여 문을 열고, 시동을 걸 수 있게 해주며, 의자의 모양이나 백미러의 각도 등을 운전자에 맞게 자동으로 세팅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관련 기술도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케나다의 님미(Nymi) 밴드는 심전도를 측정하여 이를 개인 인증 용도로 활용한다. 회사에 따르면, 이미 홍채 인식 수준의 보안성을 확보했다고 하며, 올해 2월 영국의 한 은행에서는 계좌 비밀번호 대신 이 ‘심장 지문’의 활용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었다. 님미 측에서 이야기하는 대표적인 활용처 역시 자동차 소유주의 인식이다. 뿐만 아니라 개인의 고유한 뇌파를 이용하여 사용자를 인증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피트니스 밴드를 제조하는 대표적인 국내 스타트업 직토 (Zikto) 역시 이러한 기능을 개발 중이다. 최근 킥스타터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화제를 모은 직토의 스마트 밴드, ‘직토 워크 (Zikto Walk)’는 사용자의 걷는 자세를 인지한다. 걷는 자세의 인식은 걸음걸이 교정이나 체형 분석에도 사용될 수 있지만, 개인 인증에도 사용될 수 있다고 한다. 걸을 때의 자세가 사람마다 모두 고유하기 때문이다. 최근 필자가 직토의 김성현 CTO에게 들은 결과, 현재 95% 의 정확도로 사용자 인지가 가능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결제 시의 인증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암호화 연구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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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토의 스마트 밴드, 직토 워크 (Zikto Walk)

닫는 말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헬스케어와 의료 분야에서는 일대 변화의 바람이 시작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헬스케어의 발전은 예전 스마트폰이 그랬던 것처럼 또 한 번 세상을 바꿔놓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자동차 산업에도 크고 작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디지털 헬스의 모든 부분이, 운전자가 필요로하는 더 좋은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 필요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자동차 내부에서 측정한 운전자의 데이터만을 활용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운전자가 일상 생활 속에서 측정한 데이터를 수신하여 운전자의 건강이나 소유주 인식 등 자동차에 맞는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일 수 있다. 커넥티드 자동차에 헬스케어 센서나, 바이오 메트릭을 이용한 기능들이 추가되어 운전자들의 건강을 지켜줄 뿐 아니라 마음까지 사로잡는 자동차가 나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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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의료를 혁신하고 세상을 더 건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벤처투자자, 미래의료학자,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 서울대학교병원 등에서 연구하였습니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를 2016년에 공동창업하였고,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40여 개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하였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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