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반에서 소위 ‘알파걸 (alpha gril)’ 의 활약이 두드러진다고 합니다. 알파걸은 학업, 운동, 리더십 모든 면에서 남성을 능가하는 능력, 성취욕, 자신감을 가진 여성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아닌게 아니라, 오랫동안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져 오거나, 남성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간주되던 여러 분야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습니다. 사관학교에서는 여생도가 수석 졸업을 하는 일은 이제 흔한 일이 되었고,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여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고 합니다.
한 입시 전문가에 따르면, “수능에서 여학생은 전체 성적 기준으로 우위에 있으면서도 최상위권으로 가면 남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였는데, 이제 최상위권에서도 남학생을 위협할 정도로 상승 추세에 있다” 고 합니다.
이는 전세계적으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여학생들이 (전통적으로 남학생들이 우위를 보이던) 수학과 과학 과목에서도 남학생들을 능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University of Missouri 에서 2000-2010년 사이의 전세계의 1.5 million 명의 15세 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조사한 결과, 70%의 국가에서 여학생들이 남학생들을 앞질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포스팅에서 다루려고 하는 내용은 정반대입니다. 자가 측정(self-monitoring)과 웨어러블 디바이스 분야에서는 여성이라는 요소가 철저히 배제당하고 있으며, 이 분야에 여성들의 기여도 역시 현저하게 낮다는 것입니다. 이는 현재 웨어러블 디바이스, IoT 분야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성공하는 비즈니스를 만들기 위해서 큰 시사점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애플 헬스키트에 없는 것 한 가지
최근 The Atlantic 의 기사에서도 지적되었듯이 자가 측정 분야에서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서 현저하게 낮은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이는 작년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가장 주요한 뉴스 중의 하나였던, 애플의 헬스케어 플랫폼 ‘헬스키트’의 발표에서도 드러납니다.
2014년 6월 애플의 수석 부사장 Craig Federighi 는 HealthKit 플랫폼과 ‘Health’ 앱을 내어 놓으면서 (한글 버전의 iOS에는 앱 이름은 ‘건강’ ), ‘Health를 통해 당신이 관심 있는 당신의 모든 측면을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with Health, you can monitor all of your metrics that you’re most interested in)’ 라고 자신만만하게 이야기 했습니다. 실제로 Health 앱을 통해서 매우 다양한 종류의 건강 및 의료 데이터를 축적하고 관리할 수 있습니다. 칼로리 소모, 걸음수, 심박수, 수면, 활력징후 등등 그 범위는 매우 다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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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성에게 가장 중요한’ 측정 요소 하나가 결정적으로 빠진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생리 주기입니다. 월경은 폐경 이전의 성인 여성 대부분이 주기적으로 경험하는 중요 이벤트이자, 생물학적으로 인류의 존속을 위해서도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요소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여성들은 생리 주기를 수천 년 전부터 스스로 측정해왔습니다. 이에 대한 공식적인 첫 기록은 388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합니다. 성 아우구스틴이 생리주기에 맞추어 성생활을 조절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발언을 한 것입니다. 이를 보면 인류 역사상 최초로 시도된 ‘퀀티파이드 셀프 (Quantified Self)’ 항목은 생리 주기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현대에 이르러 여성들은 생리 주기 측정을 위해 컴퓨터의 달력이나 엑셀 파일을 사용해왔으며, 스마트폰의 출시 이후로는 간편하게 앱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실제 앱스토어에서 ‘period’ 나 ‘생리’ 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수백 개의 어플리케이션이 뜹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측면을 모니터링한다’ 고 자평한 HealthKit에는 이 기능이 빠져있었던 것입니다.
현재 앱스토어에는 월경과 관련한 수백 개의 앱이 등록되어 있다
이렇게 중요한 기능이 HealthKit 에 결정적으로 누락되어 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의 의구심을 자아내었고, 강한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The Verge 의 한 기사에서는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을 비롯한 병원들의 의사와 협업을 했음에도 생리 주기라는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요소가 빠졌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아래와 같이 비꼬기도 하였습니다.
‘당신이 생리를 하는 인간이고, 아이폰을 가지고 있다면, 억세게 재수가 없는 것이다 (In short, if you’re a human who menstruates and owns an iPhone, you’re shit out of luck.)
‘애플이 나트륨 섭취량 측정만큼, 여성들의 건강에 대해서 중요하게 생각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인가? (So, is it really too much to ask to that Apple treat women, and their health, with as much care as they’ve treated humanity’s sodium intake?)’
여자를 위한, 남자의, 남자에 의한 웨어러블
사실 IT 분야에서 남성들이 여성에 비해서 우선시되는 것은 그리 드물지 않은 일입니다. 대부분의 기술 회사들의 인력은 남성으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특히 제품을 개발하는 부문의 인력들은 더더욱 그러합니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디자이너와 개발자들의 경우 대부분이 남성이기 때문입니다.
워싱턴포스트에서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는 4000명 이상의 엔지니어들 중에 남성과 여성의 성비를 조사해본 결과, 여성 엔지니어의 비율은 약 12% 에 불과했습니다. (남성 엔지니어 3786명, 여성 엔지니어 537명)
이러한 결과는 애플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습니다. 애플은 지난 2014년 8월 자사 직원들의 인종과 성별에 대한 ‘다양성’ 수준에 대해서 발표했습니다. 이 발표에 따르면, 애플의 전체 직원 중 남성이 70%, 여성이 30% 였습니다. 특히 기술 (Tech) 분야에서는 이 수치는 남성 80%, 여성 20% 으로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집니다. 이러한 직원들의 남녀 비율 때문에 HealthKit에 여성의 시각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
애플이 발표한 직원들의 남녀 비율
애플 내부의 성비 불균형은 고위 관리자들 사이에서는 더욱 심해집니다. 아래의 그림은 현재 애플의 CEO와 수석부사장 들의 프로필입니다. 총 10명 중에 여성 부사장은 단 한 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한 매체에서는 이 그림을 보면 애플이 왜 여성의 시각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하였습니다.
애플의 경영진 프로필: 여자는 10명 중 한 명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최근 Rock Health 가 보고한 바에 따르면 포춘 500 헬스케어 기업의 이사회 멤버 중 21%만이 여성이며, 상위 100개 병원의 이사회 중 여성의 비율은 27%, 경영진의 경우 34%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더 나아가서, The Atlatic 의 기사에서는 IT 업계 전반에 걸쳐 남성 우위의 풍조가 팽배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핸드폰의 사이즈도 남성 사용자의 손에 맞게 제작되며, 인공심장은 남성의 80%, 여성의 20%에 맞는 사이즈가 표준으로 디자인 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인터넷 회원가입 등의 서식에서는 남성(male)과 여성(female)을 선택할 때에도 다른 모든 메뉴와는 달리, 알파벳 순서와는 반대로 남성이 여성보다 먼저 나온다는 것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부분들은 다른 IT 분야보다, 자가 측정이나 웨어러블 디바이스 분야에 더더욱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왜냐하면 자가측정에 관해서는 남성보다 여성이 다이어트, 칼로리, 생리 주기 등 때문에 관심도 더 클뿐만 아니라, 잠재적으로 더 큰 효용을 받을 수 있고, 이에 따라 시장 잠재력도 더 크기 때문입니다.
놀랍게도 퀀티파이드 셀프 (Quantified Self, QS) 분야의 실제 사용자 비율을 보면 남성보다 여성의 비율이 더 높게 나옵니다. 2014년 4분기 Rocket Fuel Research의 조사에 따르면, 퀀티파이드 셀프 분야에서 실제 사용자 (QS users)와 관심은 있지만 아직 사용자가 아닌 사람들 (Interested non-users)의 비율을 조사한 결과, 각각 47% vs 53%, 44% vs. 56% 으로, 남성보다 여성의 비율이 더 높았습니다.
퀀티파이드 셀프 분야에서 오히려 남성보다 여성의 비율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자가 측정이나 웨어러블 디바이스 분야의 경우 기획, 기술의 개발 등이 지나치게 남성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여성이 더 많이 사용하고, 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제품을 남성 위주의 사람들이 디자인 및 개발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여성을 위해, 남성이, 남성에 의해 제품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는 결국 ‘왓 위민 원츠’ 를 만들어내기 위해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은 국내도 예외는 아닙니다. 실제로 제가 만나본 국내의 웨어러블 디바이스 및 자가 측정 분야의 종사자들도 대부분이 남성이었습니다. 조금 과장을 보태어서 말자면 100% 남성으로 이루어진 팀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몇 안 되는 여성 대표였던, 눔 코리아의 이혜민 전 대표 역시 저와 사석에서 나눈 대화에서, 이러한 성비 불균형 상황에 동의하면서, “남성 시각으로 기획되고 마케팅된 제품이 시장에서 사랑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어놓기도 하였습니다.
Quantified Sex 라고?
이렇게 남성 지배적인 시각하에서, 여성의 시각을 반영하지 못한 대표적인 제품은 아마도 섹스 트레킹 어플리케이션일 것 같습니다. ‘퀀티파이드 셀프 (Quantified Self)’와 머릿글을 맞추어 소위 ‘퀀티파이드 섹스(Quantified Sex)‘ 를 표방하는 이 앱들은 보통 성생활에 관련된 스케쥴과 파트너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등의 용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섹스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하는 요소이므로 이러한 앱들의 범람은 충분히 이해 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이러한 퀀티파이드 섹스 앱을 정리한 리뷰 논문도 있습니다.
이 중에 가장 심각(?)한 앱 중의 하나는 The Atlantic 의 기사에서 ‘포르노 수준이다’ 라고 혹평을 받은 Spreadsheets 를 들 수 있습니다. 이 앱은 연인들이 사랑을 나눌 때, ‘얼마나 침대에서 실력이 좋은지’를 스스로 측정하고, 기록하기 위해서 사용합니다. 스마트폰의 센서를 활용하여 여러 섹스의 정량적인 요소를 측정하는 것이지요. 침대 위에 스마트폰을 올려두고, 스마트폰의 모션 센서와 마이크 등을 통해서 관계를 가지는 빈도, 관계의 지속 시간, 침대가 들썩거린 횟수, 심지어는 관계 중 파트너가 낸 소리의 데시벨 까지 측정을 합니다.
침대에서의 퍼포먼스를 측정하는 앱, Spreadsheets
현재 스마트폰에 내장되어 있는 센서로 측정 가능한 기능들을 최대한 활용했다고도 볼 수 있기도 합니다만, 연인 간에 나누는 사랑을 이러한 요소들로 측정을 하겠다는 것 자체가 남성 중심적인 시각에 기반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이런 수치에 기반하여 ‘quick spread’ (지속 시간이 3분 이하인 경우), ‘F Cancer’ (한 달에 관계 횟수가 21회를 넘는 경우), ‘The Lion’s Roar’ (관계중 내는 소리가 70 데시벨 이상일 경우) 와 같은 별칭도 붙여 줍니다. 또 다른 유사한 앱의 경우에는 이러한 수치를 SNS에 공유할 수 있는 기능까지 있습니다. 여성들이 이러한 기능에 대해서 알게되면 정말 기겁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퀀티파이드 섹스’에 대한 논문을 작성하기도 한 Uniersity of Canberra 의 Deborah Lupton은 “이러한 앱은 남성 개발자들에 의해서,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가지는 통념과 가치관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고 언급하기도 하였습니다.
한 섹스 칼럼리스트 역시 “내 섹스 라이프를 측정하기 위해서 어플리케이션이 필요하지 않다” 라는 글에서 Spreadsheets와 같은 어플리케이션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내기도 하였습니다. 연인 간에 사랑을 나누는 행위가 단순히 긴 지속 시간, 더 잦은 섹스 등의 수치적인 잣대로만 판단할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도 개인차가 크게 나타나는 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여성의 사고와 고충을 이해하라
이러한 여성에 대한 배제와, 여성 인력의 절대적인 부족 및 여성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을 고려하지 않은 서비스 등은 여러 문제점들을 야기합니다. 하지만 뒤집어 이야기 하자면, 이러한 문제점들은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사고와 행동양식, 고충을 잘 반영하는 서비스를 내어 놓는다면, 웨어러블, 자가 측정 분야에서 여성 고객들을 사로잡을 여지가 아직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가장 인기 있는 생리 주기 측정 어플리케이션 중의 하나인 Clue 를 그 대표적인 사례로 들을 수 있습니다. 여성의 시각을 잘 반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Clue 는 다름 아닌 여성에 의해서 개발되었습니다. 쓸만한 생리 주기 측정 앱을 찾지 못한 여성 창업가이자 개발자 Ida Tin 이 스스로 앱을 만든 것입니다.
이 Clue 는 남성 위주의 디자이너가 만든 대부분의 생리 주기 측정 앱과 디자인 부터 다릅니다. Ida Tin은 “핑크색이나 꽃으로 앱을 꾸미지 않고, 자연스럽게 일상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여졌으면 했다. 무슨 비밀 일기장 같은 느낌이 아니라” 라고 언급하였습니다. 인류의 절반이 겪게 되는 자연스러운 신체적인 반응을 모두가 부끄러움이나 당황스러움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핑크색으로 가득한 다른 생리 주기 측정 앱은 한 눈에 봐도 ‘여성 전용’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Clue의 경우 일반적인 여타 앱과 크게 다르지 않은 디자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Clue의 웹페이지에서도 ‘당당하고, 과학적이며, 핑크색이 아닌 (Confident. Scientific. Not Pink)’ 이라는 문구로 이러한 앱의 특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 여성 칼럼리스트 역시, “Clue 는 핑크색, 꽃, 나비가 없는 생리 주기 측정 앱으로, 당신이 사용하기에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라는 제목의 글에서 ‘핑크색, 꽃, 아기 고양이, 나비 등으로 가득찬’ 천편 일률적이고도 유치한 디자인의 기존 앱들로 생리통으로 고통스럽게 보내는 며칠을 모니터링하기는 싫다고 이야기 하기도 하였습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중에 여성의 시각과 고충을 잘 반영한 사례로는 Ringly 를 들 수 있습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Ringly 는 반지 형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입니다. 이 기기의 기능은 매우 단순합니다. 스마트폰으로 중요한 전화, 메시지, 이메일 등이 오면 반지의 진동이나 불빛으로 알려주는 것입니다.
반지 형태의 이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여성의 스마트폰과 관련된 대표적인 고충을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바로 남성과는 달리 여성의 옷에는 주머니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주머니가 없기 때문에, 혹은 옷의 맵시를 위해서 여성들은 스마트폰을 가방이나 핸드백에 넣어두게 되고, 그러다 보니 중요한 전화나 문자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반지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사용자에게 알림을 줌으로써 이러한 여성들의 고충을 해결하겠다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은 가방에 있더라도, 반지는 항상 착용하고 다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반지는 고객들이 개인의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도록 오닉스, 사파이어, 레인보우월장석, 에머랄드 등의 4 가지 디자인으로 출시됩니다.
Ringly 의 CEO 역시 Christina Mercando 라는 여성입니다. 인터뷰에서 그녀가 하는 말은 여성들의 고충을 여성인 자신이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남자들은 스마트폰을 자신들의 주머니 속에 보관해요. 그런데 우리 여자들은 옷에 아예 주머니가 없는 경우가 많죠. (Men keep their phones mostly in their pockets. And women, sometimes we don’t have pockets.)”
이 스마트 반지 Ringly 는 스마트폰의 동반 어플리케이션과 블루투스로 연결됩니다. 사용자는 이 앱에서 반지를 통해 알림을 받을 주요한 전화, 문자 등에 대해서 설정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진동의 횟수, 유형 등으로 여러 가지 알림을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Ringly 의 앱은 우버, 페이스북, 핀터레스트 등의 앱과 연동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 뉴욕에 기반한 스타트업 Ringly 는 지난 2015년 1월 Andressen Horowitz 의 주도 하에 $5.1M 의 펀딩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아직까지 특별한 헬스케어 기능은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헬스케어 앱과 연동하거나, 수면 모니터링 같은 기능을 추가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출시되는 수 많은 웨어러블 기기들 속에서 Ringly 가 과연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둘지는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Ringly 는 몇 안 되는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여성의’ 디바이스로 많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디자인이 중요하다!
여성의 시각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특히 강조되어야 하는 부분은 역시나 디자인입니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디자인에 민감할 뿐만 아니라, 현재 시중에 나와 있거나 개발 중인 대부분의 웨어러블 디바이스 및 활동량 측정계의 디자인이 여성 고객들의 구미를 당기기에는 다소 투박하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피트니스 밴드나 스마트 워치의 디자인은 정장이나 비즈니스 캐쥬얼에 어울린다기 보다는,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피트니스 센터에서 착용하기에 더 적절한 것 같습니다. 특히, 옷차림에서 악세사리 하나에도 세심하게 신경을 쓰는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어두운 색깔 (주로 검정색 계열)의 투박한 디자인의 기기를 일상 생활에서 즐겨 착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이 디바이스를 어떤 옷에든지 항상 착용하기에는 소위 패션의 원칙이라는 T.P.O (Time, Place, Occasion) 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소개한, Ringly의 CEO, Christina Mercando 역시 인터뷰에서 현재 대부분의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디자인에 치중하고 있지는 않다고 언급하기도 하였습니다.
투박한 디자인의, 주로 검정색의 피트니스 트레커들
웨어러블 디바이스 업계에서도 디자인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피트니스 트레커들이 명품 쥬얼리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서 디바이스의 디자인을 개선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쥬얼리 기업들만큼 디자인에 대해서 여성들의 취향을 잘 알고 있는 곳은 없을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Misfit Shine과 유명 쥬얼리 브랜드 Swarovski의 협력입니다. 이 두 기업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서 “Swarovski Shine” 을 만들었고, 지난 2015년 1월에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 2015에서도 발표했습니다.
사실 Misfit Shine은 투박하고 칙칙한 디자인의 피트니스 트레커 중에서 그나마 디자인이 깔끔한 것으로 인기를 얻어왔던 기기였습니다. 특히 손목 밴드 형태 뿐만 아니라, 목걸이 형태로도 착용하고 다닐 수 있어서 여성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이번에는 아예 Swarovski 의 쥬얼리로 디자인되어 여성 고객들에게 어필하고 있습니다.
이 밴드는 단순히 디자인만 아름다운 것이 아닙니다. 바로 세계 최초로 태양광이나 인공 불빛을 활용해서 충전이 가능한 기능이 있습니다. 보라색 버전의 Swarovski Shine에만 적용되는 기술로, 밴드에 커다랗게 박힌 보라색의 크리스탈은 태양광을 모아서 효과적으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기능은 곧 별도의 배터리나 충전이 전혀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 배터리의 성능은 현재 대부분의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가지는 공통적인 고민거리 중의 하나입니다. 4월로 출시가 예정되어 있는 애플 워치의 경우 최근에 발표된 바에 따르면 배터리 성능이 실망스런 수준입니다. 피트니스 기능을 활발하게 사용할 경우 배터리 수명이 4시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한 최근 Google [X]의 졸업을 선언한 구글 글래스의 경우에도 배터리는 약 3-5 시간 정도 밖에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이 큰 약점 중의 하나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Swarovski Shine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대표적인 피트니스 트레커인 Fitbit 도 이미 작년에 패션 브랜드 Tory Burch 와 협력하여, 새로운 디자인의 Fitbit을 내어놓기도 하였습니다.
쥬얼리는 웨어러블의 미래일까
이러한 럭셔리 브랜드와 피트니스 트레커의 협력은 앞으로도 계속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뿐만 아니라, 여성의 취향에 맞게 팔찌나 목걸이를 만드는 브랜드 들은 장기적으로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 특히 여성을 대상으로 한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에 진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사용자가 새로운 디바이스를 사용해야 한다면, 기존의 생활 습관을 바꾸면서까지 원래 사용하지 않던 새로운 유형의 기기를 사용하기 보다는 기존에도 즐겨 착용하던 것들, 예를 들어 장신구 형태의 기기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현재의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가지는 engagement 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용자들이 ‘이 기기를 착용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게끔‘ 해야 합니다. 여성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이 문제를 쥬얼리 기업만큼 깊이 고민해온 곳은 없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모든 팔찌, 목걸이, 반지’ 가 이러한 웨어러블 기능을 가지게 되는 날이 올 것입니다. 여성들은 아무리 예쁜 장신구라고 하더라도 매일, 1년 365일 하나 만을 항상 착용하지는 않습니다. T.P.O 의 원칙에 따라, 전반적인 옷의 코디에 따라, 혹은 그날의 기분에 따라서 여러 장신구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합니다. 여성들의 이러한 성향에 맞추면서도 상시적인 착용을 통해 유의미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는 결국 다양한 라인업의 장신구들에 비슷한 기능을 부여하고, 이것이 모두 스마트폰 등과 연동되도록 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Swarovski 및 Tory Burch 등의 브랜드의 협력의 경우 시범적으로 소수의 디자인을 출시하였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럭셔리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더욱 다양하게 출시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Misfit의 다양한 디자인의 목걸이 피트니스 트레커
뿐만 아니라, 센서가 더 소형화되고 성능이 좋아진다면 궁극적으로는 쥬얼리 브랜드가 만들어내는 팔찌, 발찌, 반지, 목걸이 등의 전체 라인이 일종의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될 것입니다. 여성이 유사 이래로 착용해오던 쥬얼리에 이러한 기능이 들어간다면, 웨어러블은 일상 속으로 더욱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다양한 착용 부위에 따라서,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 역시 다양해질 것입니다.
모든 것이 연결되는 사물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디바이스를 착용하게 할 것인가’ 를 모두가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미 여성들이 항상 착용하고 다니는 쥬얼리를 만드는 기업들이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장차 쥬얼리 업체와 웨어러블 디바이스 업체의 경계가 허물어질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여성에게 기회가 있다
이처럼 웨어러블 디바이스 분야에서는 여성이라는 요소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여성의’ 시각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결국 웨어러블을 만들어내는 인력 중에 여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이 됩니다. 특히 웨어러블을 만들고자 하는 스타트업에서는 여성 인력의 비율을 높이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제품 기획, 디자인, 마케팅 등 여성 소비자와의 접점이 있는 부분에는 여성이 책임을 지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헬스케어 기능성 게임과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국내 스타트업 블루클라우드의 권선주 대표님은, “남성 소비자와 여성 소비자의 욕구와 원하는 제품이 다르다”며, “여성이 아니면 파악하기 어려운 니즈들이 있다” 고 강조합니다. 권선주 대표님은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 주변의 여성들이 한 목소리로 원했던 것으로 모유수유 기록에 관한 앱을 예시로 들었습니다.
“아기에게 모유를 몇시에, 얼마 동안, 어느 쪽 가슴으로 먹였는지, 분유일 경우에는 몇 ml 인지, 아이는 배변을 언제 했는지 등에 대해서 기록하는 앱이다. 나도 직접 두 아이를 키우면서 필요를 느꼈던 것으로, 여성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니즈이다. 기업들은 이런 여성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할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웨어러블 디바이스 및 자가 측정 분야의 스타트업 팀이 대부분 남성들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렇다고 이것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자격 미달의 인력을 채용해야 한다는 뜻은 당연히 아닙니다.
이 부분에서 현실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스타트업들 역시 여성 인력의 중요성을 익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인력을 ‘뽑지 않는 것이 아니라, 뽑지 못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제가 사석이나 공석에서 이러한 이슈를 이야기 할 때마다 ‘여성 인력 풀 자체가 너무 적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여성용 웨어러블 기기를 제작하고 있는 국내 스타트업 SPROUT LAB의 황룡 대표님의 이야기도 이러한 고민을 잘 드러내 줍니다. “우리는 전자과 출신의 석박사급 인력들이 필요하다. 하지만 전자과 전공의 석박사 중에 여성 인력 자체가 적을 뿐만 아니라, 이 중에서 스타트업 업계에서 일하고자 하는 인력의 수는 더 적다.”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Next Big Thing’ 이 될 것이라는 점은 이미 기정사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분야에 큰 기회가 있으며, 앞서 강조한 바와 같이 여성들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여성 인력에 대한 큰 수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공급이 적은 상황입니다. 이는 이 분야 여성 인력들에게는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권선주 대표님 역시 블루클라우드에 여성 인력을 환영하고 있다며, “스타트업 업계에 있는 여성들이 좀 더 활발하게 목소리를 내어 좋은 롤모델이 될 필요가 있다” 고 지적합니다.
(출처: Fortune)
벤처캐피털도 여성 심사역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슈는 단순히 스타트업 업계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 캐피털 업계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여성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제품/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될성부른 스타트업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역시나 여성의 시각에서 그 기업을 평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벤처 캐피털 업계 역시 여성 인력의 비율은 매우 적습니다.
이는 실리콘밸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2015년 1월 Fortune 에서는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여성 인력의 비율이 지나치게 낮음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업계 전체에서 여성 인력의 비율은 10% 내외이며,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가진 고위직으로 가면 그 비율은 5.6%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수치마저도 2014년의 4.2% 에서 소폭 상승한 수치입니다.
이는 한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입니다. 특히, 전통적인 신약개발 등의 바이오 벤처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들 중에 그나마 여성의 비중이 높은 것을 고려하면, IT 업계를 커버하는 인력은 거의 남성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물인터넷 및 웨어러블 분야를 커버하는 벤처캐피털에서도 여성 인력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소셜 데이팅 서비스 이음의 전 대표이자,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알토스 벤처스의 박희은 심사역은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여성의 시각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합니다. 그녀는 “남성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비즈니스가, 여자인 제게는 ‘이해를 해야만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고 언급하며, 반대의 경우도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남성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이런 서비스가 있으면 여성 소비자들에게 아주 좋지 않을까?’ 하는 질문에, 정작 여성인 자신은 ‘여자들은 당연히 저런 서비스가 필요 없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지?’ 하고 의아한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박희은 심사역은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여성 인력이 더 필요한 또 다른 이유를 들기도 합니다. 여성 인력이 부족한 현재의 벤처캐피털 업계에서는 의사 결정이 소수의 여성 심사역의 시각에 편향될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여성 심사역이라고 해서 항상 같은 의견을 가질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벤처캐피털 업계에 여성 심사역이 더 늘어나야, 소수의 특정 여성의 시각에 편향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고 이야기 합니다.
결정적 요소, 여성
지금까지 웨어러블, 자가 측정, 사물 인터넷 분야에서 여성이라는 결정적인 요소가 얼마나 외면당하고 있는지, 또한 이를 고려하는 것이 성공적인 디바이스와 서비스를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살펴보았습니다. 향후 도래할 사물인터넷 시대를 이끌기 위해서는 여성 소비자들의 니즈를 이해하고, 여성의 시각에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 벤처캐피털 등 조직의 입장에서는 여성이라는 요소가 현재 얼마나 고려되고 있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해당 업계에서 일하고자 하는 개인의 입장에서도 앞으로 더 많은 기회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향후 웨어러블과 자가측정 분야에서는 여성에게 더 중요한 역할이 기대되며, 이에 따라 더 큰 기회들이 제공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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