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29th November 2024,
최윤섭의 디지털 헬스케어

2015년 2월 디지털 헬스케어 글로벌 동향

“대한민국의 모든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위한”, 고벤처 포럼 에서 제가 5분 정보 발표를 한 슬라이드입니다. 고벤처포럼은 한국 스타트업 업계의 가장 대표적인 모임으로 매달 300-400 여명이 참석하여 정보 공유, 투자유치, 네트워킹 등을 진행합니다. 저는 지난 한 달 동안 있었던 글로벌 헬스케어 뉴스 중에 중요한 것들을 선정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발표한 슬라이드는 슬라이드 쉐어를 통해 공유해드리고, 5 분이라는 짧은 시간 때문에 못다한 설명은 이렇게 별도의 포스팅을 통해 추가적으로 제공해드리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헬스케어 분야의 세계적 동향을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2015년 2월 디지털 헬스케어 글로벌 동향입니다.

이번 달에 전해드릴 뉴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 애플 헬스키트의 의료계 협업 가속화
  • 애플 워치의 아킬레스건: 배터리 성능
  • FDA, 최초로 DTC (Direct-to-Consumer) 유전자 검사 승인
  • FDA의 디지털 헬스 규제 완화 기조

 

1. 애플 헬스키트의 의료계 협업 가속화

애플의 헬스케어 플랫폼 HealthKit 는 미국의 선도 병원들과의 연계를 더욱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2월 5일 Reuters 는 애플 HealthKit 가 미국의 23개 선도병원 중에, 14개의 병원과 HealthKit 를 이용한 만성질환 환자 관리 파일럿 테스트를 시작했거나 논의 중이라고 합니다.

애플은 지난 6월 세계 개발자 회의에서 헬스케어 플랫폼 HealthKit 를 발표하면서, 여러 디지털 헬스케어 디바이스 및 앱으로 부터 얻은 건강/의료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 위에서 관리하며, 이를 메이요 클리닉 등 미국의 대형 병원들과 연계시키는 큰 그림을 보여주었습니다.

Apple-HealthKit-Health-app-2

이후 2014년 9월말, 애플이 덱스콤의 연속 혈당 측정계 (Continous Glucose Monitor) 를 이용해 스탠퍼드 대학병원과 제 1형 소아 당뇨병 환자를, 블루투스 체중계/혈압계를 통해 듀크 대학병원에서는 심혈관계 질환 환자 관리에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로부터 4-5개월이 지난 최근에는, 14개 병원으로 그러한 협력이 확대되었다는 뉴스가 들려온 것입니다.

의료 시장에 대한 애플 HealthKit의 움직임에 비해서, 경쟁 플랫폼인 구글의 Google Fit 이나, 삼성의 S Health 플랫폼은 현저히 느린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들은 발표 때부터 의료 데이터가 아닌 피트니스/영양 쪽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애플과 협력하는 선도 병원 중에 이제야 몇 군데 정도 (‘just a few of these hospitals’) 와 논의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HealthKit 플랫폼에서는 에픽 시스템(Epic Systems)의 EMR을 통해 병원으로 의료 데이터를 전송합니다. 지난 2013년 에픽 시스템이 밝힌 바에 따르면, 미국 국민 중 절반 이상의 의료 데이터를 이 회사가 다룬다고 합니다. 에픽의 CTO, Sumit Rana 는 지금이 모바일 헬스를 위해 딱 적절한 타이밍이라며, “10년 전에는 스마트폰도, 새로운 센서와 디바이스의 폭발적인 증가도 없었다” 고 언급합니다.

또한 HealthKit 플랫폼과 협력하고 있는 보스턴의 Beth Israel Deaconess 병원의 CIO Halamka는 25만명에 달하는 환자들 중 이미 많은 숫자가 Jawbone UP이나 블루투스 체중계 등을 통해 각종 데이터를 생산하고 있다며, “우리 병원이 이 모든 디바이스들에 대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할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애플이라면 가능합니다” 라고 이야기 합니다.

현재는 파일럿 테스트를 수행하고 있는 애플 HealthKit가 모바일 헬스/의료 시장의 지배적인 사업자로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까요? 선도 병원들과의 파일럿 테스트 결과가 기다려지는 이유입니다.

참고 포스팅:

 

2. 애플 워치의 아킬레스건: 배터리 성능

웨어러블 헬스케어 디바이스에게 배터리는 공통적인 고민거리입니다. 특히, 많은 헬스케어 메트릭에서 필요한 연속적이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위해서는 배터리의 성능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작년 9월에 공개된 애플 워치의 경우에도 결정적인 아킬레스건으로 배터리 성능이 지적되어 왔습니다. 발표 당시 배터리 지속시간에 대해서 애플 CEO, 팀 쿡은 “매일 밤 충전을 해야 한다” 는 정도 외에는 언급을 아예 하지 않아서 더 궁금증을 자아내었습니다. 특히, 하드웨어 상에서 사양이 높은 프로세서와 화려한 디스플레이를 사용하기 때문에 배터리 성능은 더욱 문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 되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애플워치에 당초 기대되던 수면 모니터링 등의 고성능 헬스케어 센서 (대부분 연속적/지속적 모니터링을 필요로로 하는..) 들이 모두 빠진 이유가 바로 배터리 문제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더 큰 배터리를 쓰는 것으로 타협해야 하는데, 이는 아름다운 ‘시계’ 를 만드려는 애플의 컨셉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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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9to5Mac에는 애플 내부자들의 말을 빌어 애플 워치의 배터리에 관한 분석을 공개했습니다. 공개된 배터리의 성능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사용하기에는 크게 문제가 없는 수준이지만, 연속적/지속적 헬스케어 센싱을 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스펙입니다.

일반적인 사용자들과 같이 여러 앱을 가끔 사용할 경우 배터리는 19시간 정도 지속이 되며, 슬립 모드로 두면 4일 정도가 지속이 됩니다. 하지만 연속적으로 계속 앱을 사용하는 경우, 무거운 앱은 2.5 시간, 일반적인 앱은 3.5 시간 밖에 지속되지 않습니다. 수면 모니터링을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입니다.

또한 애플워치의 핵심 기능 중의 하나인 피트니스 앱을 사용할 경우에 배터리는 4시간 밖에 지속되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사용자들이 가끔 이 앱의 목표나 데이터를 확인하는 목적으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만, 하드코어한 헬스케어 관련 측정을 하기에는 아직까지는 다소 부족한 수준으로 보입니다. 특히, 피트니스 앱 중에 ‘얼마나 자주 의자에서 일어나는지’ 를 측정하는 Stand 옵션은 지속적인 측정을 요구하므로, 배터리 소모와 관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일단 배터리의 문제 때문에서라도 애플워치에 고성능의 헬스케어 센서가 들어가는 것은 아직 시일이 좀 걸리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관련 포스팅:

 

3. FDA, 최초로 DTC (Direct-to-Consumer) 유전자 검사 승인

민족 최대의 명절인 지난 설 연휴, 미국에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에서 큰 뉴스가 하나 날아들었습니다. 개인 유전정보 분석 기업인 23andMe가 FDA로부터 최초로 ‘의사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유전자 분석 테스트에 대해서 승인을 얻었다는 것입니다.

23andMe 는 ‘개인 유전 정보’ 시대를 과감하게 앞당기려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기업입니다. 개인 소비자들에게 ‘의사를 거치지 않고(Direct-to-Consumer)’ 직접 개인 유전자 검사를 제공하려고 시도해온 기업입니다. 특히, 구글의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아내였던 앤 워짓스키가 공동 창업했으며, Google Ventures의 막대한 투자를 받으면서 화제를 모았던 기업이기도 합니다.

23andMe는 2013년 11월을 기준으로 단돈 $99 에 각종 질병에 대한 위험도 분석, 약물에 대한 민감도, 유전적인 특징, 조상 분석 등 250여 종류가 넘는 분석을 제공했습니다. 소비자는 의사를 거치지 않고 23andMe의 웹사이트에서 직접 분석 키트를 주문하여, 가정에서 타액을 뱉아서 우편으로 보내는 방식으로 간편하게 자신의 유전정보 분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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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andMe는 한동안 승승장구했습니다. 창업 초기에 $1,000 가까이 하던 테스트의 가격을 $99 까지 파격적으로 낮추고, 2013년 여름에는 TV 광고까지 내어 놓으면서, 이 분석을 이용했던 사람들은 2013년 말 기준 50만명에 달할 정도였습니다. (2015년 1월 기준으로 이 숫자는 80만명으로 증가)

이렇게 거칠 것이 없던 23andMe의 행보에 2013년 11월 말 빨간불이 켜집니다. FDA가 23andMe의 질병 위험도 분석 및 약물 민감도 분석의 정확도 및 오남용 가능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며, 추가적인 의학적 검증을 받을 때까지 판매 중지를 명령한 것입니다.

이후 23andMe는 제약회사 및 국책 연구소와의 협력 및 해외 진출 등 다른 수익모델을 강구하는 동시에, FDA의 규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노력도 계속했습니다. 2014년 6월 23andMe는 FDA로 재제를 받은지 7개월 만에 블룸 증후군(Bloom Syndrome)이라는 ‘하나의’ 유전 질병에 대해서 위험도 예측 검사에 대한 승인을 요청한 것입니다.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난 2015년 2월 19일, FDA는 마침내 23andMe의 블룸 증후군 테스트를 허가하였습니다. 이는 의사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유전자 테스트에 대해서 FDA가 허가를 내어준 최초의 사례입니다.

이번 FDA의 결정에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 중의 하나는 23andMe의 사용자 직접 판매 (DTC) 방식의 상품이 Class II 등급으로 허가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FDA는 의료 기기 등급 중,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기기에 부여되는 Class II 등급은, 시장 판매를 위해서 허가 승인 없이 단순히 등록 절차만 거치면 됩니다. FDA의 이러한 결정은 23andMe 뿐만 아니라, 후발 상염색체 열성 인자 보유 테스트들 또한 Class II 등급으로 시장 출시 전에 등록만 하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규제 장벽이 매우 낮아진 것입니다.

FDA의 이러한 결정으로 인해서, 23andMe 는 여타 질병에 대해서도 DTC 검사에 대한 승인을 얻기 위한 행보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른 경쟁 업체들도 DTC 검사에 대한 FDA 허가 과정을 생략할 수 있으므로, 이는 결국 개인 유전 정보 서비스 시장의 개화를 촉진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세계 규제 기관들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FDA가 이러한 결정을 내림에 따라, 국내의 식약처는 이러한 유전자 검사에 대해서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에 대해서 귀추가 주목됩니다. 참고로 한국은 현행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반드시 의료기관을 거쳐야만 개인의 유전 정보 검사가 가능합니다. 현재 테라젠 이텍스, DNA 링크 등의 회사들이 국내에서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는 있으나, 의료 기관을 거쳐야한다는 제약 때문인지 이용자의 수는 미국에 비해서 현저하게 적은 상황입니다.

관련 포스팅:

 

4. FDA의 디지털 헬스 규제 완화 기조

2015년 들어 FDA는 모바일 헬스케어 분야의 규제를 줄이려는 행보를 계속해서 보이고 있습니다. IT 기술이 발전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들이 앞다투어 출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규제 방침에 따라서는 이 서비스들의 리스크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FDA가 혁신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FDA는 이렇게 규제를 합리화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려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FDA의 행보는 업계에서 다소간의 놀라움까지 자아내고 있습니다. 낮아진 규제는 ‘근본적인 호재’로, 이미 불타오르고 있는 미국의 디지털 헬스 업계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 모바일 헬스에 관해서 웰니스/의료 기기를 구분하는 신규 가이드라인 제시 (2015.1.20)
    헬스케어 분야에서 단순한 건강관리(웰니스) 기기와 의료 기기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의료기기의 경우에는 FDA로부터 규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FDA는 모바일 헬스에 대하여 건강 관리 기기와 의료 기기를 구분지을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몇 차례에 걸쳐서 업데이트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2011년 7월 모바일 의료 어플리케이션 가이드라인 초안을 내어놓은데 이어, 2013년 10월에도 업데이트 된 가이드라인을 다시 내어놓기도 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 2015년 1월 FDA는 일반적인 웰니스 (general wellness) 목적의 위험도가 낮은 기기 (low risk device) 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기업들은 이러한 가이드라인에 입각하여 FDA의 규제 수위를 고려하여 웰니스 기기 및 앱을 만들 수 있고, 마케팅 시에도 적절한 수위를 결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모바일 의료기기 액세서리에 관한 신규 가이드라인 제시 (2015. 1.20)
    모바일 의료기기에서 본체 (parental device)와 부가적인 액세서리 기기의 위험도를 별도로 판단하겠다는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었습니다. 따라서 의료 기기에 부착되는 부가적인 기기나 스마트폰 앱의 경우 더 낮은 등급의 규제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 가이드라인에 따라, 대표적으로 덱스콤의 연속측정혈당계에서 얻은 데이터를 단순히 스마트폰에 디스플레이 해주는 앱의 경우 Class II 등급을 받았습니다. 이 등급에 따라 이 앱은 시장 판매를 위해 별도의 FDA 규제 심사 없이 단순히 등록만 하면 됩니다.
    뿐만 아니라, 덱스콤은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혈당 측정계의 데이터를 애플 워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앱을 애플 워치의 출시와 함께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하였습니다.
  • MDDS (Medical Device Data System)에 대한 규제 철폐 (2015.2.9)
    FDA는 또한 의료 데이터를 단순히 취합하고 (데이터에 대한 별도의 해석이나 분석 없이) 디스플레이 하는 데이터 플랫폼인 MDDS 에 대해서는 규제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FDA는 MDDS 의 리스크가 너무 낮기 때문에 규제 수준을 낮추려는 노력을 계속적으로 해오고 있었습니다. 기존에는 Class III 이던 MDDS는 지난 2011년 Calss I 으로 규제 등급이 하향 조정 되었으며, 2014년에는 규제를 추가적으로 하향 조정할 것을 논의하다가, 이번 2015년 2월에는 아예 규제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이러한 규제 철폐에 따라서 애플의 HealthKit 와 퀄컴의 2net 플랫폼, Validic 의 플랫폼 등이 3rd party 디바이스 등에서 생산된 데이터를 플랫폼에서 모으는 것이 더욱 용이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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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의료를 혁신하고 세상을 더 건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벤처투자자, 미래의료학자,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 서울대학교병원 등에서 연구하였습니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를 2016년에 공동창업하였고,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40여 개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하였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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