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29th November 2024,
최윤섭의 디지털 헬스케어

FDA, 모바일 헬스케어 규제 개선 (1) 웰니스/의료기기 구분

헬스케어 및 의료 산업은 근본적으로 규제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산업입니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사용자의 건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거나, 질병의 진단, 치료에 현저하게 관련이 있는 의료용 목적의 서비스/제품의 경우에는 규제 당국의 심사 및 승인 절차를 거쳐야만 시장에 출시될 수 있습니다. 반면, 사용에 위험도가 낮은 단순 건강 관리 제품이라면 복잡한 승인 절차 없이 출시가 가능합니다. 한국에서는 식약처가, 미국에서는 FDA가 이러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승인 절차는 때로 상당히 긴 시간과 큰 비용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규제 절차를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거나, 정해진 절차를 받지 않았다면 시장에서 돈을 받고 제품을 판매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 됩니다. 이렇게 정해진 규제/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은 IT 등 여타 산업 분야와 가장 크게 차이가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기술 혁신 보다 한 발 늦는 FDA

문제는 IT 기술의 발전에 따라서 모바일 헬스케어 기기,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헬스케어 플랫폼 등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들이 앞다투어 출시되면서 이것이 규제의 대상인지 여부를 결정하기가 모호한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특히, 새롭게 개발된 서비스가 낮은 리스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규제 기준으로는 불필요한 수준의 높은 규제를 가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규제는 자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부분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규제가 지나치면 오히려 자국민들이 혁신적인 서비스의 조속한 혜택을 받는 것에 방해를 주거나, 때로는 해당 국가 내에서의 기술 개발과 혁신에 대한 동인을 저해하기도 합니다. 즉, 불필요하게 지나친 규제는 오히려 국민의 건강권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다 주는 것입니다.

규제는 그 속성상 항상 기술의 발전을 뒤따라 갈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 FDA의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어서, 새로운 기술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해서 느린 절차 진행으로 인해 산업의 혁신을 지체하고 있다는 지적을 예전부터 받아 왔습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기반의 심전도 측정계 AliveCor 에 대해서는 낮은 위험도에도 불구하고 2013년 당시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다는 허가를 받게 되자, “새로운 의료 기술의 수혜를 애완동물보다 사람이 못 받고 있다” 는 비판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결국 AliveCor는 over-the-counter 판매 승인은 2014년 2월에 받게됩니다)

그런가 하면, 동일 기술에 대해서 유럽에 비해 몇년 더 느린 허가로 환자들의 원성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Medtronic의 인슐린 펌프는 유럽에서는 이미 2009년에 승인을 받았으나, 미국에서는 2013년에 이르러서야 승인을 받았습니다. 존슨&존슨의 경우 Dexcom의 혈당 측정계를 사용하는 인슐린 펌프 Animas를 2014년 12월에야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는 유럽에서는 이미 2011년에 승인을 받았던 기기입니다. 이에 대해 FDA는 미국과 유럽의 승인 절차에 차이가 있으며, 개별 기업이 기기 심사 요청을 하는 시기에 따라서 승인 시기가 달라진다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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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A, 시대에 맞게 변화하다

FDA 도 이러한 문제점을 잘 알고 있으며, 규제 절차가 혁신을 저해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새롭게 발전하는 기술에 발 맞추어 규제 기준을 계속해서 업데이트 해나가고 있으며, 규제 수준을 합리적으로 바꿔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FDA의 이러한 움직임은 2015년에 들어서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규제 산업인 헬스케어 분야에서, 규제의 기준이 새로운 기술에 발맞추어 구체적이고 합리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 FDA가 ‘규제를 합리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실천에 옮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규제 기관 역시 FDA의 움직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FDA의 움직임이 초래할 파급 효과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최근 FDA의 이러한 변화가 내부적인 요인 뿐만 아니라, 기술의 발전에 따른 외부적인 요인의 영향을 받은 바도 크다는 것입니다. 느리게 움직이면서 제품의 승인을 지체시키고 있는 FDA를 기다리지 않고, 개인 개발자들이 오픈 소스와 DIY (Do-It-Yourself) 방식으로 유사한 시스템을 스스로 개발하여 무료로 배포하는 경우가 생겨났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외부적 환경의 변화 역시 FDA가 변화하지 않을 수 없게끔 여건을 만들어준 것입니다.

이러한 FDA의 행보에 대해서 총 세 번의 포스팅에 걸쳐 설명을 해드리려고 합니다.

 

모바일 헬스에 대한 신규 가이드라인

FDA는 모바일 헬스에 대하여 건강 관리 기기와 의료 기기를 구분지을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몇 차례에 걸쳐서 업데이트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2011년 7월 모바일 의료 어플리케이션 가이드라인 초안을 내어놓은데 이어, 2013년 10월에도 업데이트 된 가이드라인을 다시 내어놓기도 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 2015년 1월 FDA는 일반적인 웰니스 (general wellness) 목적의 위험도가 낮은 기기 (low risk device) 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습니다. 기업들은 이러한 가이드라인에 입각하여 FDA의 규제 수위를 고려하여 웰니스 기기 및 앱을 만들 수 있고, 마케팅 시에도 적절한 수위를 결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내용을 몇가지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가이드라인 원문을 참고하시고, 규제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일반적인 웰니스 상품 (general wellness product)은 아래의 두 가지 목적으로 활용될 경우에 해당합니다.

  1. 일반적인 건강 상태나 건강을 위한 활동을 유지하거나 장려하는 목적으로 활용되는 경우 (an intended use that relates to a maintaining or encouraging a general state of health or a healthy activity)
  2. 만성 질환의 위험도를 줄이기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되며,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위해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 (an intended use claim that associates the role of healthy lifestyle with helping to reduce the risk or impact of certain chronic diseases or conditions and where it is well understood and accepted that healthy lifestyle choices may play an important role in health outcomes for the disease or condition)

이 중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다 (where it is well understood)라는 문구에 대한 해석의 여지는 더 남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향후 변호사 등 전문가들의 해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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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아래의 두 가지 카테고리의 경우, 일반적인 건강 관리 기기로 분류하여 FDA의 규제를 받지 않습니다.

  1. 첫번째 그룹은 질병이나 건강 이상에 관해서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일반적인 주장(claim)만 하는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체중 관리, 신체 건강, 레크리에이션 목적, 스트레스 관리, 정신 집중, 자신감 회복, 수면 관리, 성기능’ 과 관련된 것들은 규제를 받지 않게 됩니다.
  2. 두번째 그룹은 특정 질병이나 건강 이상에 관해서 언급은 하지만, 다음의 특정한 두 가지 형식으로 언급하게 되면 FDA의 규제를 받지 않게 됩니다. 특정 질병의 위험도를 줄이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주장하거나, 특정 질병을 가진 사람들이 좀 더 건강하게 사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언급을 하는 것입니다.

FDA에 따르면, 이 두 가지 경우 모두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이 만성 질환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일반적으로 잘 받아들여지는 것 (“where it is well understood and accepted”) 만을 포함해야 합니다. 여기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의 의미는 일반적으로 이러한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만성질환 리스크 감소의 관계가 과학 논문에서 증명된 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이를 실제로 적용하면,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경우에는 FDA의 규제를 받지 않습니다.

  • “이 제품은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의 일환으로 신체 활동량을 증진시켜서, 고혈압의 위험을 감소시키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 “이 소프트웨어는 칼로리 섭취를 트레킹하고, 식습관을 관리하여 건강한 체중과 균형잡힌 식단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건강한 체중과 균형잡힌 고혈압과 제 2형 당뇨병 환자에게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 “이 제품은 수면 패턴을 트레킹하고, 건강한 수면 습관을 증진시킴으로써, 제 2형 당뇨병의 발병 위험도를 줄이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래와 같은 목적의 기기 혹은 마케팅 문구를 쓰기 위해서는 FDA의 규제 승인 절차를 통과해야 합니다. 주로 ‘진단한다(diagnose)’ 거나 ‘치료한다 (treat)’ 는 표현이 들어가는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 제품은 비만을 치료하거나 진단합니다.”
  • “이 제품은 거식증과 같은 섭식 장애를 치료합니다”
  • “이 제품은 불안 장애를 치료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 “이 컴퓨터 게임은 자폐증을 치료하거나 진단합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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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의료를 혁신하고 세상을 더 건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벤처투자자, 미래의료학자,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 서울대학교병원 등에서 연구하였습니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를 2016년에 공동창업하였고,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40여 개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하였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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