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포스팅에서는 애플이 iOS8에 헬스케어 관련 플랫폼인 HealthKit와 어플리케이션 Health 를 기본적으로 탑재하겠다고 발표한 소식을 정리해드렸습니다. 애플의 부사장 Craig Federighi의 WWDC 에서 직접 발표한 바에 따르면 iOS8에 HealthKit, Health의 탑재를 통해 외부의 third party 개발사들의 각종 헬스케어 웨어러블 디바이스 들이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적으로 관리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혁신으로 유명한 대형 병원 Mayo Clinic 및 미국 최대 EHR 회사인 Epic 시스템과의 연계를 통해 웨어러블 디바이스, 헬스케어 어플리케이션을 병원 등 기존 의료 시스템과의 통합까지 추진하는 큰 그림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 HealthKit과 Health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앞으로 의료 및 Health-IT 분야에 어떠한 파급효과를 지닐 것인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Health 어플리케이션의 자세한 구성
그렇다면 이 Health 어플리케이션은 어떠한 모습일가요? 앱 자체에 대해서는 이번 발표에서 아주 잠깐 밖에 보여지지 않았으며, iOS8 가 출시될 올해 가을까지 추가적인 변화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일단 9toMac 에서 보여주는 소개 영상을 보면 아주 자세하게 볼 수 있습니다. 9to5Mac에서는 개발자 계정으로 iOS8 베타 버전으로 미리 업그레이드 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9to5Mac에서 발표한 Health의 동영상 리뷰
Health는 총 4개의 탭으로 이루어집니다: 대쉬보드, 헬스 데이터, 소스, 메디컬 ID
- 대쉬보드: 대쉬보드에서는 사용자의 건강상태를 시간에 따라 요약해서 보여줍니다. 수면 분석, 칼로리 소모 등의 각종 건강 데이터를 일별, 주별, 달별, 년도별의 각각 시간대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수면 분석 등의 각 섹션을 선택하면 더 자세한 정보를 볼 수 있고, ‘헬스 데이터’ 탭에서 이 대쉬보드에 표시할 데이터의 종류를 고를 수 있습니다.
- 헬스 데이터: 각종 건강/의료 관련 데이터가 이 ‘헬스 데이터’ 탭에 저장되고 관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메뉴를 보면 단순한 건강 데이터 뿐만 아니라, 의료 데이터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진단, 피트니스, 복약 관련(medicaion), 영양, 수면, 활력징후(vital)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동영상을 보면 천식용 흡입기 (inhaler)의 사용횟수나, 관류 지수 (perfusion index, 응급실에서 혈역학적 안정성 감시를 위해 하는 검사) 등등 의료에 가깝고, 전문적인 부분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현재 웨어러블 센서들로 측정가능한 모든 메뉴들을 다 모아놓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소스(source): 이 소스 탭에는 Nike+ 등 외부에서 개발된 앱이나 디바이스가 연동될 것으로 보입니다. 동영상에 나오는 iOS8 베타 버전에는 아직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 자세한 동작은 파악이 힘든 상태입니다. 동영상과 아래의 애플 홈페이지에서 나오는 캡쳐 사진과는 ‘소스’와 ‘메디컬 ID’ 탭의 순서가 바뀌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메디컬 ID: 응급상황에서 사용자의 의료 정보를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부분입니다. 평소 가지고 있는 질병, 의료 관련 기록, 알러지, 복용중인 약 등에 대해서 기록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아래의 캡쳐 그림에서 보면 John이라는 31살의 환자는 평소 고혈압이 있고, 응급상황에서는 Dr. Michael O’Reilly 에게 연락하면 되며, 페니실린에 알러지가 있고, 평소에 Lisinopril, Hydrochlorothiazide 라는 고혈압 약을 복용 중이라는 정보가 나옵니다. 이러한 정보는 유사시에 활용될 수 있도록, 화면 잠금 상태에서도 홈스크린에서 볼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드물기는 하겠지만 응급 상황에서 활용도가 높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휴대폰 분실시에 개인 의료 데이터를 누구든 볼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드는 부분입니다.
HealthKit와 Health의 예상 파급효과는?
애플이 이처럼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커다란 한 수를 둘 것임을 표명함에 따라서, 향후 업계 판도에 다양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1.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생태계를 구축
애플이 아이튠즈를 통해서 음악 산업의 생태계를 재편했던 것처럼, HealthKit/Health를 통해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그 중심에 서려는 전략을 계속 진행시켜 나갈 것입니다. 애플의 입장에서는 아이폰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확보한 고객과, (발표에서도 나왔듯) 이미 아이폰을 기반으로 하여 개발되어 있는 많은 헬스케어 웨어러블 디바이스 및 의료 기기들을 레버리지 할 수 있는 일견 당연하면서도 강력한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기존에는 준비되어 있지 않았던 마지막 퍼즐인 병원 EMR과의 통합까지 완성하겠다는 것을 보면 완전한 하나의 그림을 그린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무엇보다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별개의 앱이 아닌, Health라는 하나의 인터페이스를 통해 여러 디바이스와 앱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디바이스마다 개별적인 앱을 사용하는 것보다 이렇게 단일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은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유리해보입니다.
또한, 고객들은 단순히 스마트 의료기기를 통해서 건강/의료 데이터를 측정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병원에서 의사의 진료까지 연동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누구나 꿈꿔왔던 것이지만, 아직까지 구현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다만, 실제로 온오프라인이 연동된 이러한 의료 프로세스가 얼마나 매끄럽게 이뤄질지, 얼마나 대중화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2. 고객 접근성 향상을 통한 관련 시장의 성장 촉매
이번 발표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중요한 소식은, HealthKit와 Health가 ‘모든’ iOS8에 미리 설치되어 나오며, 기존의 iOS를 업그레이드 하더라도 설치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고객이 가질 수 있는 커다란 장벽 하나, 즉 ‘앱을 다운로드하고 설치하기’ 단계를 아예 없애버리는 큰 진전입니다. 이로써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플레이어들은 일반적인 고객에게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고객 접근성의 향상은 장기적으로 관련 시장을 더욱 키워줄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3. 의료 규제/승인 이슈를 피해가는 애플
의료 분야 규제/승인의 측면에서 이번 애플의 전략은 상당히 유리해보입니다. 애플이 직접 개발한 디바이스가 아니라, 외부의 third party의 앱과 디바이스의 플랫폼을 제공해주는 형태이기 때문에, 규제/승인 이슈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결국 외부 업체들입니다. 애플은 스마트 의료기기들 중에 FDA 승인을 통과한 기기들만 연계시켜주면 되는 것이지요.
또한, 많은 아이폰 기반의 많은 스마트 의료기기들이 이미 FDA 승인을 받아놓은 상태라는 것을 고려하면, 오히려 ‘의료용’으로 이러한 디바이스들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더욱 활발하게 활용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예상할 수도 있습니다.
4. 플랫폼의 경쟁력은 외부 개발사들에 달릴 것
다만, (최소한 이번 발표를 기준으로 하자면) 애플이 외부 개발사들의 디바이스와 앱에 ‘판을 깔아주는’ 역할만을 하기 때문에, 결국 이 플랫폼의 경쟁력은 외부 개발사들의 솔루션과 디바이스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즉, HealthKit 만으로는 ‘게임체인져’가 될지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그 플랫폼에 어떤 디바이스, 앱, 의료시스템이 어떻게 연동되느냐에 따라 ‘게임체인져’의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봅니다.
다행(?)인 것은 이번 발표에도 나왔듯이 Fitbit, Wahoo Fitness, iHealth, Withings 등과 같은 혁신적인 디바이스 들이 이미 시장에 나와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플랫폼의 출시에 따라 새로운 혁신에 대한 모티베이션이 더욱 커질 것 같다는 점입니다.
또한, 이번 발표가 일반적인 건강 관리 보다는, 주로 의료 분야, 질병 관리 쪽에도 많이 해당된다는 점. 그 중에는 특정 질병의 환자를 제외하고서는 많이 사용하지 않을 것 같은 천식용 흡입기 (inhaler)의 사용횟수나, 관류 지수 (perfusion index)의 관리 등도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이러한 디바이스와 어플리케이션이 비즈니스 적인 측면에서, 환자가 아닌 일반적인 사용자들에게 얼마나 효용을 제공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볼 부분입니다.
5. iWatch의 헬스케어 기능과는 어떻게 연동될까?
또 한가지 언급해야 할 부분은 바로, 애플에서 직접 디바이스를 개발할 가능성입니다. 바로 출시 되기도 전부터, 소문으로만 떠돌면서 업계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애플의 스마트 손목시계인, 소위, iWatch 입니다. iWatch에도 포함될 것으로 확실시 되고 있는 헬스케어 관련 기능들이 이번에 발표된 HealthKit/Health와 어떠한 관계를 가지게 될지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iWatch 도 iOS로 구동이 된다고 가정한다면, iWatch 에서 측정된 각종 헬스케어 데이터들도 Health 앱을 통해서 통합적으로 관리, 활용되지 않을까 추측해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국내에서의 적용은?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에서 이러한 HealthKit/Health 앱이 어떻게 적용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일단 의료 기기에 해당되는 부분에서는 국내 식약처의 규제를 받으므로, Health 앱이 설치된 채 아이폰이 판매된다고 할지라도 이에 연동될 수 있는 의료 기기의 수는 미국보다 매우 제한적일 것입니다. 최근 삼성의 S-Health 는 심박측정계를 ‘레저용’… 이라는 목적을 고시하여 규제를 회피하였지만, 이번 Health에 담기게 되는 많은 부분이 당뇨병, 고혈압, 천식 등의 만성 질환과 직접적으로 관계 되어 있기 때문에 비슷한 방식의 회피는 불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국내에서는 원격 진료가 사실상 아직 불가하기 때문에 iOS8을 이용한 병원 의료 서비스의 활용은 아직은 어려울 것입니다. 원격의료법에 관해서는 사실 많은 이슈가 얽혀 있습니다만, 미국에서는 기술의 발전을 기반으로 환자들이 새롭게 받기 시작하는 다양한 혜택이 국내 환자들에게는 아직 적용되기가 힘들어 보입니다.
또한, 국내에서는 EMR 측면에서도 중요한 한계가 있습니다. 미국에서 이러한 혁신이 가능한 이유는 스탠퍼드, 클리블랜드, UCLA 등의 대형 유명 병원이 Epic 시스템의 동일한 EMR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많은 대형 병원들이 각자 독자적인 EMR 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애플의 발표에서 나온 방식과 같이 스마트 헬스케어와 ‘다수의’ 대형 병원과의 연동은 국내에서 아직 요원한 일이라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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