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29th November 2024,
최윤섭의 디지털 헬스케어

수면 코치 Zeo의 실패에서 배우는 헬스케어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조건 (2) Zeo의 실패 이유, 그리고 파괴적 혁신

Zeo로 측정된 헬스케어 빅데이터

MIT Tech Review에 따르면, 이렇게 측정된 사용자들의 데이터들이 데이터베이스로 축적되어 큰 위력을 지니게 되기도 하였습니다. Zeo의 사용자들은 익명화된 자신들의 데이터를 연구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이 결과 모인 데이터베이스는 지금까지 수면 단계에 대한 정보를 모아 놓은 그 어떤 데이터베이스 보다도 수십배나 더 큰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Quantified Self 의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데이터 제공에 의해서 구축된 헬스케어 빅 데이터였지요.

수면 연구자들은 이런 방대한 데이터를 가지고 기존의 연구에서 얻은 결과를 재검토 할 수 있었으며, Zeo의 과학자들은 이에 기반한 새로운 연구 결과들을 얻기도 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더 적은 REM 수면을 한다는 것 등).

사실 이런 데이터베이스는 다소 편향성(bias)을 가진 것이기는 합니다. 왜냐하면 이 데이터는 Zeo 기기를 구매한 사람들에게서만 얻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Zeo의 사용자들의 대부분이 남성인데다가, 그 기기를 구매할만큼 경제적인 여유를 가지고 있으며, 수면에 관련된 문제나 걱정이 있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사에서도 지적되듯이, 이러한 편향성은 기존의 수면 연구의 참여자들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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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o, 왜 실패했는가

그렇다면 이렇게 Quantified Self의 지지자들 및 얼리어답터들에게 사랑 받았고, 정확성도 높았던 Zeo가 결국 실패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TechCrunchWired 및 여러 블로그 포스팅 (참고1참고2) 등에서는 Zeo의 실패 이유를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를 종합해서 Zeo의 실패 이유를 한번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실패 이유 (1): 사용자 효용가치의 한계

Zeo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Zeo가 수면 모니터링을 통해서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는 효용 가치에 한계가 있었다는 점일 것입니다. Zeo는 사용자들의 수면을 측정할 뿐만 아니라, 수면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코칭을 제공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Zeo를 활용함으로써 자신의 수면에 대해서 얻을 수 있는 새로운 통찰력은 희박했으며, 수면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 기존에는 몰랐던 새로운 방법을 깨닫게 되는 경우도 드물었던 것입니다. 

예를 들어, Zeo는 깊은 수면, 얕은 수면, REM 수면 등의 패턴을 측정해주기는 하지만, 이러한 각 수면 단계의 조합을 개선시키거나, 깊은 수면의 양을 늘리기 위해서 사용자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헬스케어 디바이스의 얼리어답터이자, 현재 실리콘밸리의 애플 본사에서 일하는 제 지인의 Zeo에 대한 다음과 같은 불만은 이러한 한계를 단적으로 나타내어 줍니다. “잠을 잘 자고, 못 자고는 아침에 일어나면 스스로 바로 느낄 수 있는 것인데, Zeo는 이러한 현상만 재확인해줄 뿐이다. 어떻게 하면 잠을 더 잘 잘 수 있는지 알려주지 않으니 크게 의미가 없다.”

이러한 한계는 현재 시장에 소개되고 있는 많은 웨어러블 디바이스들에게도 해당되는 부분일 수 있습니다. 사실 얼리어답터 들이나, Quantified Self 운동에 참여할만한 호기심 많은 사람들, 특히 IT 기술에 능통한 사람들은 이렇게 측정된 데이터를 스스로 다루는데 능숙할 수도 있습니다. 데이터를 이리저리 조합해보고, 계산해서 숨어 있는 새로운 원리나 통찰력을 얻는 것도 이러한 사람들에게는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오히려 이러한 것들을 더욱 선호하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일반적인 사용자들은 이렇게 어렵고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기 보다는 Zeo 자체에서 쉽고 간편하게 그러한 가치를 제공 받기를 원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Zeo는 얼리어답터 시장을 넘어서 일반인 시장까지 확대되기 위해서 결정적인 한계가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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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이유 (2): 비즈니스 모델

또한, Zeo의 CEO 였던 Dave Dickinson에 따르면, Zeo의 비즈니스 모델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즉, 사업적으로 이익을 내지 못했다는 것이지요. 그의 말에 따르면 Zeo의 브랜드나 제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며, 실제로 폐업 당시에 Zeo는 계속 성장하고 있는 단계에 있었다고 합니다. 또한, 사업 자금을 모으는 것도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Zeo는 8년간 $30 million 이상의 자본투자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이 충실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지속가능한 사업을 이어가기가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Zeo와 같이 소비자들에게 직접 기기를 판매하는 consumer health device 분야는 매우 자본 집약적인 (capital-intensive) 사업이었다고 합니다. 그들은 자본의 투자를 통해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켜야 했고, 의사들의 연구도 지원해야 했으며, 또한 소매업체와의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고 합니다. (Zeo는 BestBuy 등의 대형 소매업체 체인에서 제품을 판매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말은, consumer health device 분야의 경우 소비자 뿐만 아니라, 의료 관계자, 정부 규제 등 이익관계자가 많기 때문에, 단순히 재고만 관리하면 되는 일반 소비재 비즈니스와는 다르다는 뜻으로 여겨집니다.

사실 Zeo는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 두 가지 비즈니스 모델 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는 SAAS (Software as a service) 모델로서 고객이 일정한 구독료를 반복해서 지불하면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모델은 고객이 구입할 때 한번에 목돈을 내게 만드는 것이었지요. Zeo의 모델은 후자였습니다만, 처음 제품을 내어 놓을 때 $99 이라는 낮은 마진의 가격에 출시하였기 때문에 수익을 올리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주: ‘sub-optimal’ profit margin 의 번역을 ‘마진이 얼마 남지 않는다’ 로 하였습니다)

 

실패 이유 (3): 경쟁자들의 등장 및 일반 사용자들의 인식

두번째로, 수면의 측정 (sleep tracking) 이라는 것이 Zeo가 출시한 이후로 점점 일반화 되었으며, 그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Zeo가 처음 출시될 당시에만 해도 이렇게 간단한 기기를 이용한 수면 모니터링은 매우 혁신적인 개념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개념은 점차 일반적인 것이 되어 갔습니다.

특히, 사용자의 움직임을 측정하여 몇 걸음을 걸었는지 등을 측정하는 손목 밴드 형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인 FitBit, Lark, Jawbone Up 등 또한 수면 모니터링 기능을 갖추어갔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활동량 측정계(activity tracker)들은 자신도 Zeo 처럼 수면 측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AR-131229990.jpg&ExactW=620왼쪽부터 FitBit, Jabone Up, Fitbug Orb, Nike FuelBand SE (출처)

사실 이러한 기기들은 단순히 사용자의 움직이만을 이용해서 수면 모니터링을 하는 원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잠을 자면서 얼마나 뒤척였는지를 기반으로 수면 상태를 측정한다는 것이지요. 이는 뇌파와 근육의 움직임 등을 직접적으로 측정하는 Zeo와는 측정 원리와 정확도 면에서 근본적으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는 앞서 언급했던 연구 결과에서도 입증된 것이었지요.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이러한 차이가 그렇게 결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사용자들이 Zeo와 FitBit의 수면 모니터링 기능을 비교 분석한 리뷰들은 다수 존재합니다. 이들의 공통적인 결론은 무엇이냐고 하면, ‘Zeo가 더 정확하기는 하다.’, ‘하지만 전반적인 결과는 Zeo와 FitBit이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는 것이었습니다.

Quantified Self 공식 홈페이지에 등록되어 있는 아래의 Joe Betts-LaCroix 의 발표에도 이런 점은 잘 나타납니다. 2:40 정도부터 나오는 Zeo와 FitBit의 비교 부분을 들어보면 두 기기가 측정한 데이터는 대략적으로 일치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결론은 몇가지 다른 리뷰들에서도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리뷰1리뷰2)

사실 세부적으로는 Zeo가 FitBit 보다 더 정확하고 상세한 결과를 주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결과”는 비슷하기 때문에 수면 장애를 겪고 있지 않은 일반 사용자들은 좀 부정확하더라도 머리에 밴드를 착용하는 Zeo 대신 더 쉽고 간편한 FitBit을 사용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 되었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Joe Betts-LaCroix 의 발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 두 슬라이드인 것 같습니다.

Screen Shot 2014-02-01 at 10.50.52 PMFitBit의 결과 (위)와 Zeo의 결과 (아래)를 서로 비교한 그래프입니다.
세부적으로는 좀 다르긴 하지만 전반적인 경향은 비슷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Screen Shot 2014-02-01 at 10.50.30 PM결론 슬라이드입니다.
전반적으로는 두 기기에서 나온 결과가 비슷하지만, Zeo가 더 정확하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또한, 다른 사용자가 리뷰한 블로그 포스팅에도 아래와 같은 결과가 등장합니다. 이 블로거는 FitBit, Sleep Cycle, Zeo의 세 기기가 자신의 수면에 대해서 측정한 바를 비교하였습니다. 주요 시간대에 일어났던 경향들을 FitBit 과 Zeo가 전반적으로 비슷하게 측정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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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이유 (4): 수면 측정에 대한 동기 부족 및 시장의 비성숙

또 다른 실패 요인은 바로 수면 측정에 대한 사용자들의 동기가 낮았다는 점, 그리고 수면 시장 자체가 아직까지는 비성숙 단계에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비자들은 이미 체중 감량, 다이어트에 대해서는 충분히 동기 부여가 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기가 먹는 음식의 칼로리와 자기가 운동을 하면서 소모한 칼로리 등을 계산하고 기록하기도 하였습니다.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헬스클럽 등 다른 산업에도 많은 돈을 지불해 왔으며 앞으로도 지불할 충분한 의사가 있습니다. Zeo의 실질적인 경쟁자 FitBit 등은 활동량 측정을 통한 체중 감량 및 건강 유지를 주목적으로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면에서 수면 모니터링 시장은 달랐습니다. 수면이라는 것이 개인의 건강에 대해서 매우 중요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사용자들은 그 중요성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수면을 측정함으로써 수면의 질과 건강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 또한 모르고 있었지요. 그렇기 때문에 Zeo는 자신의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해서 사용자들을 ‘가르쳐야 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렇게 소비자들의 인식과 동기부여가 덜 되어 있었다는 점은 Zeo가 넘어야 하는 큰 장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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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o는 너무 시대에 앞서갔던 기업인지도 모릅니다. 이에 대해서 CEO Dickinson은 이렇게 이야기 하였습니다.

수면이라는 것은 당신의 건강에 미치는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평가절하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Zeo는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너무 시기상조였던 것 같다. Sleep is still lagging behind as important to your wellness. So in that respect, Zeo was early in terms of its mission.

 

실패 이유 (5): 좋지 않은 UI/UX

마지막으로는 역시나 불편한 UI/UX 가 또 다른 실패 요인으로 꼽힙니다. 제가 예전 포스팅, “당뇨병 패러독스: 당뇨병 환자에게서 배우는 헬스케어 셀프-트레킹 기기의 조건” 에서 또 다른 헬스케어 디바이스인 혈당 측정계의 성공 조건으로 UI/UX를 꼽은 적이 있습니다. 즉, 사용자로 하여금 사용을 어렵고 번거롭게 만드는 어떤 것도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사용하는 것에는 장애물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Zeo도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Zeo가 장점으로 꼽았던 온라인 수면 코칭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도 다소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만 했습니다. 일단 사용자가 웹사이트에 로그인을 해야 했고, 침대 옆에 놓아둔 디스플레이의 SD 메모리에 저장된 데이터를 다시 컴퓨터로 올려서 업로드 해야만 했으며, 웹사이트에 그날 본인의 수면 환경 등을 수작업으로 일일이 작성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매일 반복하는 것은 상당히 귀찮은 일이 아닐 수가 없었습니다.만약에 Zeo가 이러한 과정들 중에 일부만이라도 자동화할 수 있었더라면 사용자들은 이러한 수면 코칭 시스템을 더 많이 사용했을지도 모릅니다.

cool-latest-new-best-gadgets-zeo-personal-sleep-coach-sd-card-slot-493x293-2이렇게 Zeo로 측정한 데이터를 SD 메모리카드로 사용자가 직접 컴퓨터에 옮겨야 했습니다

또한, Zeo 시스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머리에 두르는 센서 또한 UI/UX 측면에서 좋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이 센서를 머리에 두르고 자는 것은 일단 좀 우스꽝스럽거나 너무 괴짜 같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저 같이 엎드려서 자는 사람들에게는 이 밴드를 머리에 두르고 잔다는 것 자체가 수면에 방해를 줄 여지도 있었으며, 때로는 이 센서가 자고 일어났을 때 이마에 자국을 남긴다는 고객들의 불만도 있었습니다. Dickinson 역시 어떤 사용자들에게는 Zeo의 기기가 너무 침습적 (invasive) 이었다고 술회한 바 있습니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의 ‘파괴적 혁신’ 이론

제한적이기는 하였지만 Zeo의 성공과, 그리고 Zeo의 실패 또한 ‘파괴적 혁신 (disruptive innovation)’ 이론으로 해석해볼 수도 있습니다. 그 자체로 파괴적인 혁신 기업으로 기존의 수면 측정 시장에 도전했던 Zeo가, 이후에 등장한 ‘또 다른’ 파괴적 혁신 기업인 FitBit과 Jawbone 등에 의해서 실패하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그의 저서 ‘혁신 기업의 딜레마(The innovator’s dilemma)’ 에서 기업의 혁신을 ‘존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과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으로 구분합니다. (참고1참고2참고3)

존속적 혁신은 기업이 현재의 대표적인 상품에 대해서 더 나은 성능의 고급품을 원하는 고객들을 목표로, 기존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선시켜서 조금씩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하고자 하는 전략을 말합니다. 이렇게 하다보면 소비자들이 실제 필요로 하는 것 이상의 복잡한 기능이 추가되게 되고, 가격이 필요이상으로 비싸지기도 합니다. 그 결과 어떤 소비자들은 활용하지 않는 고기능, 고품질의 제품이 출현하게 됩니다.

이 때 새로운 기회가 등장합니다. 어떤 기업들은 이런 부분을 놓치지 않고, 소비자가 원하는 적절한 수준만큼의 제품과 서비스를 더 낮은 가격으로, 혹은 더 편리한 접근 방식으로 제공하는 전략을 택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으로, 기존 상품의 지나치게 복잡한 기술, 비싼 가격 대비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효용만을 저렴하게 제공하여 확실한 우위 요소를 점하게 됩니다.

파괴적 혁신 기업들은 현재 시장의 대표적인 제품의 성능에도 미치지 못하는 제품을 저렴하고 편리함을 장점으로 내어 놓으면서, 기존 제품의 지나친 고성능/고가격 때문에 이용하지 않던 사람들 (비고객 시장)이나, 기존의 고객이었지만 취향이 덜 까다로운 고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파괴적 혁신은 하위 시장을 차지하는데 끝나지 않습니다. 하위 시장을 차지한 이후, 파괴적 혁신 기업들은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혁신을 통해 점차 상위 시장을 잠식하게 됩니다. 즉, 기존의 주류 기업들은 자신보다 기술적으로도 열등하고, 저렴한 제품을 내어 놓는 기업들의 파괴적 혁신에 의해서 결국 시장을 잠식당하다가, 시장에서 추방당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파괴적 혁신 그림 copy크리스텐슨 교수의 파괴적 혁신 (출처)

 

파괴적 혁신, Zeo, 또 다른 파괴적 혁신에 당하다

Zeo도 처음 출시 되었을 때, 기존 수면 측정 기법이었던 polysomnography에 비해서 파괴적인 혁신 제품이었습니다. 기존의 주류 제품인 polysomnography 만큼 성능이 좋지는 않았지만, 새롭게 출시된 Zeo는 주류 제품에 비해 더 저렴한 가격과 더 편리한 사용방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기존 주류 기술은 polysomnography의 비싼 가격과 번거로운 검사법 때문에 수면 모니터링을 이용하지 못했던 비고객들을 새롭게 고객으로 편입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주류 제품의 성능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저렴하고 편리한 제품을 앞세워 하위 시장을 공략한 Zeo는 그 정확도를 개선시켜 나가면서 점차 수면 과학자들에게도 인정을 받는 등 상위 시장도 공략할 수 있는 파괴적 혁신을 계속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뒤이어 등장한 FitBit, Jawbone 등 역시 Zeo에 대한 ‘또 다른’ 파괴적 혁신이었습니다. 뇌파, 근육의 움직임 등을 통해서 고도의 기술로 수면 모니터링을 하는 Zeo 와는 달리, FitBit, Jawbone 은 신체의 움직임만을 기준으로 측정하기 때문에 정확도나 기술적인 면에서 Zeo에 열등한 제품이었습니다. 하지만, 번거롭게 머리에 밴드를 착용해야 하는 Zeo 와는 달리 FitBit, Jawbone의 기기는 손목에 착용하는 편리함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이었을 것 같습니다.

Zeo가 제공하는 수면 모니터링의 방식과 분석 결과는 일반 소비자들이 수면 모니터링에 필요한 수준보다 너무 지나친 수준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FitBit의 수면 모니터링 결과의 정확성이 Zeo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전반적인’ 결과는 서로 일치했습니다. 일반적인 소비자들은 그 정도 수준의 결과에도 만족했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제대로 분석했다면, 이러한 Zeo의 성공과 실패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파괴적 혁신의 빠른 사이클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헬스케어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은 매우 초기 단계로 사실 소비자들 자신들도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때문에 정말로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과 그들이 기대하는 제품과 서비스, 분석의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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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의료를 혁신하고 세상을 더 건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벤처투자자, 미래의료학자,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 서울대학교병원 등에서 연구하였습니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를 2016년에 공동창업하였고,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40여 개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하였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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