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입는 컴퓨터 (wearable computer)’는 아마도 구글 글래스 (Google Glass)일 것입니다. 구글은 2012년 4월, 비밀리에 진행해 오던, ‘프로젝트 글래스 (Project Glass)’를 공개하면서 사람들의 얼굴에 안경 형태의 컴퓨터를 장착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사실 이러한 안경은 SF영화나 만화에서 많이 보던, 우리에게는 익숙한(?) 기기입니다. 예를 들면,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터미네이터가 바라보는 사람/사물에 대한 정보가 시야에 디스플레이되며, 아이언맨이 바라보는 시야에도 적이 가지고 있는 총기 등의 정보들이 바로 뜹니다. 드래곤볼의 스카우터는 말할 것도 없겠지요. 구글이 이러한 입는 컴퓨터를 상용화 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이 구글 글래스를 착용하면 오른쪽 눈의 시야 상단에 작은 스크린이 위치하게 되며, 음성 인식과 터치패드를 통해서 명령을 내림으로써, 사용자가 보는 그대로의 사진을 찍거나 비디오를 녹화할 수 있고, 이러한 데이터를 wifi로 다른 사용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전송/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구글 행아웃을 통한 화상 통화나, 일종의 증강현실 기법을 사용해서 지도를 보면서 동시에 길을 찾아가는 등의 일들도 가능해집니다.
구글 글래스는 개발자용으로는 2013년 2월에 $1500의 가격으로 출시되었으며, 일반 소비자에게는 2013년 말이나, 2014년 초에 출시될 것이라고 합니다. 가격은 약 $300-500 정도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구글 글래스 어디까지 왔나
아래의 동영상은 ‘프로젝트 글래스’가 처음 출시될 때 공개된 구글 글래스의 컨셉을 보여주기 위한 것입니다 (이미 많이들 보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현재까지 공개된 구글 글래스의 기능이나 인터페이스, 작동법과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구글 글래스가 무엇이며 이 것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베타테스트 중인 구글 글래스가 어느 정도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시기 위해서는, 미국의 유명 tech 메거진 TechCrunch에서 데모한 동영상을 참고해보시기 바랍니다. 약간 길긴 하지만, 한번 보시면 현재 구글 글래스가 어느 정도의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감을 잡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구글 글래스는 그 유명한 “OK, Glass~” 로 시작하는 음성 명령 뿐만이 아니라, 안경 옆의 관자놀이에서 귀까지 이어져 있는 터치패드를 손가락으로 조작하여 명령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터치패드를 가볍게 터치하여 구글 글래스를 구동시키면, 시간이 표시되는 홈 스크린이 뜹니다. 그리고 홈 스크린의 좌우로 일렬로 늘어서 있는 카드 형태의 화면들을 터치패드를 이용해 좌우로 움직이며 메뉴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터치하면, 그 화면에 해당하는 추가적인 기능을 사용할 수 있고, 뒤로 가기 위해서는 아래쪽으로 터치를 하면 됩니다.
아래의 동영상을 보시면, 터치패드를 이용하여 구글 글래스를 어떻게 조작하는지를 아실 수 있습니다.
터치패드를 이용한 글래스의 사용법
뿐만 아니라, Reddit의 Fodawim 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해커가 입수한 코드에 따르면, 앞으로는 음성인식이나, 터치패드를 손가락으로 터치하는 방법 뿐만이 아니라, 눈의 깜빡임, 머리의 움직임과 같은 추가적인 제스쳐를 통해서도 글래스를 조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윙크를 하는 제스쳐를 글래스가 인식하여, 그 순간 사진을 찍어주는 것입니다. 손으로 번거롭게 일일이 조작을 하지 않아도 여러 제스쳐를 통해 글래스를 작동시킬 수 있다면, 손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 등의 다양한 환경에서의 활용도가 높아지리라 생각합니다.
구글 글래스를 둘러싼 회의론: 과연 비즈니스가 될까?
세르게이 브린이 ‘애완용 프로젝트(pet project)’로 진행해오던, 이 구글 글래스는 공개되자마자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 구글 글래스가 얼마나 사용자들에게 쓸모가 있을지, 또한 얼마나 널리 활용될 수 있으며, 특히 사업성은 얼마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회의적인 시각도 많은 상황입니다.
구글이 글래스를 처음 공개하면서 함께 내어놓은 동영상, ‘구글 글래스를 끼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How it Feels [through Google Glass])’ 를 보면, 스카이다이빙을 하거나, 놀이이구를 탈 때, 경비행기나 열기구를 운전할 때, 승마, 검도, 탁구 등의 운동을 할 때 등 특수한 상황에서 이러한 글래스가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개발 프로젝트가 시장에 상품으로 출시 되었을 때, 얼마나 사업성이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있다고 MIT Tech Review는 지적하였습니다.
특히, 구글 글래스가 모양이나 착용방식은 특이하기는 하지만, 글래스로 가능한 대부분의 기능들이 이미 스마트폰 등의 휴대기기에 의해서도 가능하다고 지적합니다. 사진/동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친구와 공유하거나, 길을 찾는 등의 기능들은 약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기본적으로는 휴대폰에서, 어쩌면 더 쉽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면에서, ‘구글 글래스에서만 가능한’ 킬러 어플리케이션 (killer app) 이 무엇인지를 구상하고, 이를 개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입니다. 물론 이런 이슈는 구글도 충분히 고민하고 있을 것입니다. 지난 2월 20일부터 일주일간 트위터와 google+ 를 통해 ‘만약 내가 구글 글래스를 갖게 된다면’이라는 주제로 #IfIhadGlass 라는 글래스의 사용법 컨테스트를 진행하여, 1000명의 지원자들을 선정하여 ‘Google Glass Explorer’ 라고 불리우는 베타테스터로 선정했습니다. 이는 물론 SNS의 집단 지성을 통해 글래스의 사용법들을 찾아내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ifihadglass 의 방대하고도 기발한 답변들은 여기와 여기에서 자세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지난 2월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서 우수한 개발자만을 초청하여 이틀에 걸쳐 글래스에 관한 해카톤을 개최한 것도, 지난 6월 연례 구글 테크 컨퍼런스에서 개발자들과 비밀유지조항에 서명을 하고, 비공개 미팅을 가졌던 것도 글래스의 사용법 및 킬러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방환의 일환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구글 글래스의 대표적 응용분야는, 바로 헬스케어!
이렇게 구글 글래스의 효용성 및 사업성에 대해서 의심이 있는 상황에서, 구글 글래스의 가장 대표적인 응용 분야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헬스케어 및 의료 분야입니다. 글래스에 대해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회의론자들 조차도, 미래 의료에서의 글래스의 활용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합니다.
글래스의 킬러앱을 만들고자 하는 논의에서, 교육이나 SWAT 팀 등과 같이 항상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의사와 병원 스태프의 업무에 글래스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글래스의 사용법을 공모 받아서 베타테스터를 선정했던 #ifihadglass 컨테스트에서도 의료 및 헬스케어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아래의 그림은 하버드/스탠퍼드 출신의 MD가 제안한, 헬스케어 및 의료 분야에서 글래스를 활용하겠다는 의견을 프로젝트 글래스에서 실제 채택한 예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LinkedIn 포럼 등을 통하여 의사들 사이에서도 구글 글래스의 의료용 활용도 및 유용성에 대하여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Woohoo indeed!
구글 글래스는 의료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헬스케어 분야에서 구글 글래스는 여러 가지의 형태로 활용이 가능하지만, 많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의사들이 직접 구글 글래스를 진료나 수술에 이용하는 것입니다. 손을 사용할 필요 없이 목소리로만 글래스를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이나, 다른 업무를 진행함과 동시에 영상을 녹화하거나, 직접 보고 있는 것을 멀리 떨어진 다른 사용자와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기능 등은 모두 의사들에게 유용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글래스가 아래와 같이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 수술 중 영상데이터 참고: 의사들이 수술 중에 환자의 MRI 스캔 등의 영상의료 데이터를 동시에 비교해보며, 더 나아가서는 증강현실 기능을 사용하여 영상의료 데이터를 환자의 몸에 겹쳐(overlay) 보면서 수술을 진행
- 수술 중 의견 교환: 수술 중에 돌발상황이 생기겼을 때, 동료 의사에게 자신이 보고 있는 그대로를 전송하면서 실시간으로 의견 청취 가능; 수술 중 예상하지 못했던 것들 발견했을 때, 이를 사진으로 찍어 병리학자에게 전송한 후 의견 요청 가능
- 진료시 환자와의 유대감 증진: 진료시 의사가 환자의 데이터를 컴퓨터에 입력하거나, 컴퓨터에 있는 진료 기록을 보는 동안 동안 환자는 의사의 뒷통수나 옆모습만을 바라보고 있어야 함. 하지만 의사가 구글 글래스를 쓴 채로 동일한 업무를 할 수 있다면, 환자는 의사와 얼굴을 보며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의사-환자 간의 유대감 증진에 기여
- 진료 기록 저장 및 공유: 의사들이 진료시의 의료 데이터를 영상 등으로 저장하고, 이를 다른 동료 의사의 의견을 듣기 위해 서로 공유 가능
- 진단에 이용: 글래스가 EMR과 통합된다면, 환자의 활력징후(vital sign)을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음
- 텍스트북을 대체: 방대한 의료전문서를 참고하기 위해 일일이 뒤져보는 대신, 의사가 글래스를 통해 간편히 검색 할 수 있음
- 오지 및 전시 (war zone) 의료: 도서산간 지역이나, 전쟁터 등 응급 부상자를 그 자리에서 치료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의사가 step-by-step instruction을 제공받고, 두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
- 엠뷸런스 내 응급환자: 엠뷸런스에서 응급 환자를 수송하면서, 실시간으로 응급실에 환자의 상태를 전달하고, 심정지 같은 급박한 상황의 경우 병원에 도달하기 전 심전도와 같은 데이터를 공유하여 중요한 의사 결정을 빠르게 내리기 위해 사용
- 의과 대학생 교육용: 집도의가 구글 글래스를 쓰고 수술을 (특히, 희귀한 수술을) 실시간으로 중계하여, 의대 학생들의 교육용으로 활용가능
- 의료 사고 예방: EMR과 통합이 되었을 때, 간호사/약사들이 처방전과 약을 스캔하여 환자가 정확한 약을 처방 받았는지를 확인
이외에도 구글 글래스가 헬스케어/의료에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은 무수히 제시되고 있습니다. 더 많은 활용법을 알고 싶으신 분은 여기와 여기, 여기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위에서 주로 의료용으로 활용하는 예를 들었지만, mHealth나 connected-health 를 위해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도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번 첫번째 포스팅에서는 구글 글래스가 무엇이며, 어디까지 와 있는지, 이것이 헬스케어와 의료에 있어서 어떠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구글 글래스가 의사들에 의해서 언제/얼마나 폭넓게 활용될 것인지와, 실제 수술에 구글 글래스를 활용한 선구적인 의사들의 사례들을 몇가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이미지 출처: www.augmedix.com, www.mhadegree.org e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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