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모바일 헬스케어에 관한 흥미로운 소식이 들렸습니다. 바로 (제가 존경해 마지 않는) 한국계 일본인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모바일 헬스케어 디바이스인 Fitbit Flex 를 통해 헬스케어 서비스를 올 여름부터 제공하다고 발표를 한 것입니다. 손정의 회장은 직접 연단에 올라 자신의 손목에 찬 Fitbit Flex를 들어 보이면서 올 7월부터 소프트뱅크 헬스케어 (Softbank Healthcare)을 런칭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아이폰을 일본에 최초로 들여오면서 시대의 새로운 트렌드에 발빠르게 움직여 일본에 아이폰 열풍을 일으켰던 소프트뱅크가, 이제는 헬스케어 기기를 스마트폰에 연동하여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Fitbit 은 나이키의 FuelBand, 그리고 한국에도 최근에 정식 수입되기 시작한 Jawbone의 UP과 함께 대표적인 헬스케어 측정/관리 기기입니다. 이런 기기들은 손목에 차거나, 옷에 꽂고 다니면서 사용자가 어떤 신체 활동을 얼마나 하는지 등을 자동으로 측정하여 그것들을 관리할 수 있게 해줍니다. 자신이 하루에 몇발자국이나 걸었으며, 얼마나 많은 열량을 섭취하거나 소모했는지 등을 계산할 수도 있고, 수면 습관은 어떻게 되는지도 분석할 수 있습니다. 이 기기들은 대부분 스마트폰과 연동하여 데이터를 자동으로 스마트폰에 보내거나 클라우드에 업로드를 할 수도 있습니다.
Fitbit의 지난번 제품이었던 Fitbit One은 손목 밴드 형태가 아니라 길죽한 막대 모양으로 옷의 주머니나 옷깃 등에 꽂을 수 있는 형태였습니다. 이는 다른 사람의 눈 잘 띄거나 너무 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용자 자신의 눈에도 잘 안 띄어서) 잘 잃어버리거나 깜빡하고 세탁기에 돌려버리는 등의 단점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점을 보완하여 손목 밴드 형태로 나온 것이 이번 Fitbit Flex 입니다.
소트프뱅크는 이 ‘소프트뱅크 헬스케어’ 서비스를 2년 약정으로 한달에 5000원 정도 (¥490)의 저렴한 사용료만 내면 사용할 수 있으며, 거기에 Fitbit Flex를 공짜로 제공한다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미국 현지에서의 가격은 $99.95 을 하는 것을 감안하면 거의 비슷한 가격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Fitbit Flex로 축적된 데이터를 이용하여 의사, 간호사, 영양사 등으로 이루어진 소프트뱅크의 전문 의료팀과 365일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사실 Fitbit Flex로 축적되는 데이터는 의학 데이터가 아닌 운동량, 섭취 열량, 수면 데이터… 정도의 건강 정보 정도이므로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료진의 상담을 받을 일은 별로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2년 약정을 중도에 해지할 경우에는 ¥7,500 (약 $76) 정도의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 Fitbit Flex는 스마트폰과 연동이 되어서 과거 측정한 데이터와의 추이를 비교하거나, 클라우드에 업로드도 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이번 서비스는 아이폰 4S, 5, 그리고 샤프의 새로운 스마트폰인 Aquos Phone Xx 206H 의 세가지 핸드폰과만 연동이 된다고 하네요. iPad는 연동되지 않고, 향후 지원되는 기종을 더 늘려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Fitbit Flex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Bluetooth 4.0을 지원해야 하는데,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의 경우에는 Bluetooth 연결을 위한 별도의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 판매 중인 Android 단말기에 대한 지원은 예정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주목할 부분은 이번 소프트뱅크의 서비스에서 제공되는 Fitbit Flex 으로는 원래 Fitbit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없고, 소프트뱅크에서 제공하는 별도의 어플리케이션만을 사용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과연 이런 별도의 앱이 Fitbit에서 제공하는 오리지널 앱보다 정확도나 편의성 면에서 어떨지를 두고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발표에서는 건강 관리에 따라서 자신의 미래 모습을 사진으로 익살스럽게 보여주는 (예를 들어, 건강 관리가 되지 않으면 자신의 미래 모습이 뚱뚱하고, 초췌하게 보여집니다) 앱 등이 소개 되었습니다. 이 앱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일본어로 되어 있어서 정확히 해석할 수가 없네요..) 사용자들이 헬스케어 트레킹 기기를 얼마나 잘 활용할지에 대한 동기부여 차원에서 만든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외에도 기사에 나온 사진들을 보면 여러 건강정보를 측정해주는 기능도 있어 보입니다.
아마도 최근에 발표된 겔럭시 S4의 S헬스의 기능들과 비슷한 점이 많지 않을까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S헬스의 경우에는 스마트폰에 내장된 기능을 사용해서 하루에 몇걸음을 걸었는지 계산해주는 만보기 기능, 열량 소모량, 음식에 따른 섭취 열량, 주변의 온도 및 습도 측정 등을 해줍니다. 하지만 삼성의 경우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 뿐만이 아니라, S밴드, HRM (심장 박동 모니터기), Body Scale (체중계) 등의 헬스케어 악세서리까지 직접 출시를 했다는 점이 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앱과 기기까지 모두 삼성 내부에서 내어놓자 미래학자이자 IT 전문가인 정지훈 교수님 등은 외부 생태계를 만들지 않고, 내부적으로 혼자서 다 하려고 할까봐 우려된다는 의견을 내어놓기도 하셨습니다. 이번에 소프트뱅크에서 써드파티인 Fitbit을 이용하는 서비스를 보니 그러한 전략 혹은 철학의 차이가 더 부각되어 보입니다.
더불어 더 살펴봐야 할 부분은 원래 Fitbit 이 제공하고 있는 open API 에 이 소프트뱅크의 서비스에서도 차후 연동이 가능할지 하는 여부입니다. 추후 생태계 구축이나 사용자가 이 ‘소트프뱅크 헬스케어’ 서비스를 이용할지 아니면, 아예 따로 Fitbit 을 사서 사용할지에 대해 중요한 부분이지만 이번 발표에서는 그에 대한 언급은 따로 없었다고 합니다.
헬스케어 트레커 기기가 도입단계인 일본에서 소프트뱅크의 이런 행보가 어떤 결과를 나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나이키의 FuelBand는 아직 일본에 도입되지 않았고, Jawbone Up 은 일본에 도입된지가 거의 한달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시장은 형성되지 않았지만, 소프트뱅크는 트렌드를 앞서가기 위한 방편으로 이러한 서비스를 내어놓았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가장 큰 이동통신사 중의 하나인 소프트뱅크가 Fitbit Flex를 이용한 서비스를 도입함으로써 (과거에 아이폰을 도입하여 그랬던 것 처럼)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소프트뱅크의 이러한 행보는 스마트/모바일 헬스케어 시대에 있어서 전통적인 cash cow에 위협을 받고 있는 이동통신사들이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서 취할 수 있는 전략 중의 하나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을 직접 제조하는 삼성과 같은 경우 내부에서 헬스케어 악세사리까지 직접 만들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일반 이동통신사라고 하더라도 외부의 기존 써드파티 제조업체와 협력하여 헬스케어 서비스를 내어놓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국내에도 이런 헬스케어 트레커들의 시장 잠재력은 높지만, 아직 아무도 본격적인 진출을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헬스케어 관련 서비스에 관심이 있는 국내 세 이통사들도 이러한 모델에 관심을 가져볼만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