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29th November 2024,
최윤섭의 디지털 헬스케어

신생아의 유전질환 가능성을 임신 전에 판단한다: Counsyl

산부인과에서 아기가 태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 중의 하나가 손가락, 발가락이 열개씩 정상적인지를 확인하는 일이라고 하죠? 곧 태어날 아기가 정상적으로 신체 건강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나 한결 같을 것입니다.

개인 유전체를 검사하고 분석할 수 있는 시대가 오면서, 부부가 자녀계획을 세울 때 아기를 갖기 전에 미리 아기가 희귀 질환에 걸릴 가능성을, 그것도 100여개가 넘는 희귀 유전질환을 저렴한 가격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바로,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Counsyl 이라는 회사의 “The Universal Genetic Test“이라는 테스트를 통해서입니다.

스탠퍼드와 하버드의 과학자 및 사회적 기업가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이 기업은 이미 2010년에 이러한 서비스를 상용화시킴으로써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부부가 타액을 뱉어서 회사에 보내면, 불과 일주일 정도의 기간에 100개가 넘는 유전 질환 중에 아기에게 유전될 질환이 있을지를 판단하여 줍니다. 이는 낭포성 섬유증(cystic fibrosis), 척수성 근위축증(spinal muscular atrophy), 겸상적혈구(sickle cell), 테이삭스병(Tay-Sachs)과 같은 핵심 유전질환을 포함합니다.

더구나, 한 명당 이용 가격이 $349 이므로, 부부가 함께 이용할 경우에도 $698, 우리 돈으로 80만원도 채 하지 않는 가격입니다. 이 키트가 출시되었을 당시, 몇몇 소수의 유전 질환만을 검사하기 위해 수천 달러를 내면서, 혈액 샘플까지 제공해야 했던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신생아 사망의 상당수가 유전적 질환에 기인하고, 다행히 목숨을 건진 아기들도 유전 질병으로 평생 지출해야 할 의료비용에 비한다면 정말 푼돈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이러한 테스트는 미국의 과도한 의료비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논의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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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nsyl 이 유전질환을 예측하는 원리는 우리가 중고등학교 때 배웠던 ‘멘델의 유전법칙‘에 기반한 것입니다. 유전질환은 크게 상염색체 열성 유전(Autosomal Recessive Inheritance)과 성염색체X와 연관된 유전 (X-Linked Recessive Inheritance)로 나눌 수 있습니다. 둘 모두 ‘우성’, ‘열성’ 유전자에 기반하여 나타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Counsyl이 집중하고 있는 “상염색체 열성 유전”의 경우 우성 유전자만을 가지고 있을 경우 (AA)에는 정상이고, 우성/열성 유전자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면 (Aa) 겉으로는 정상이지만, 유전형으로는 열성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는 ‘carrier’ 형태이고, 열성 유전자만을 가지고 있을 경우 (aa)에는 병이 발병하게 됩니다.

따라서, 부모가 모두 겉으로는 정상이라고 하더라도 두 사람 모두 Aa의 형태로 열성 유전자를 하나 가지고 있는  carrier 라면, 그 다음 세대에서 aa 형태의 열성 유전자를 가질 확률이 25%가 되게 됩니다 (아래 그림 및 링크 참조). 부모들은 바로 이러한 경우를 걱정하는 것입니다.

Screen Shot 2013-02-22 at 5.24.55 PM(출처: https://www.counsyl.com/learn/inheritance-and-disease/)

 

만약, 부부가 이 검사를 통해 아기가 특정 유전질환을 가질 확률이 높다고 나온다면, 부부는 여러 가지 대안을 미리 모색해볼 수도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불임클리닉에서 시행되는 “착상전 유전적 진단 (Preimplantation Genetic Diagnosis, PGD)” 및 “시험관 아기 (in vitro fertilization, IVF)” 기술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즉, 부모의 정자와 난자 중에 이러한 열성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지의 여부를 미리 검사하여, 시험관 내에서 수정시키고, 수정된 배아를 다시 자궁에 착상시키는 ‘시험관 아기’ 기법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부부는 유전 질환이 아기에게 확실히 유전되지 않도록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서비스에 대한 비판이나 문제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서비스의 정확도에 대한 다소간의 의구심이 있습니다. 이 서비스가 얼마나 정확하게 유전 질환의 발병 여부를 판단할지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링크된 기사가 2010년 초에 나온 것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 이후로 정확도는 다소 높아졌을 것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고, 회사의 논문 출판 목록을 보면 “A universal carrier test for the long tail of Mendelian disease (2010 Oct)” 등의 논문들도 출판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테스트의 이름이 “The Universal Genetic Test” 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4000여개에 달하는 유전질환들 중에 단지(?) 100 여개 밖에 알아내지 못하므로, 회사가 테스트의 효과를 너무 과장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습니다. 회사는 ABC 뉴스에서 진단 가능한 질병의 개수를 400개 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2010년에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만, 아직까지는 100여개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리고 American College of Medical Genetics의 Michael S. Watson와 같은 사람은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라고 하더라도, 많은 것들은 아주 심각한 질병이 아닌 (거의 알아차리지도 못할만큼) 경우들이 있는데, 부모들에게 불필요한 걱정거리를 준다고 이야기 하기도 합니다.

Michael S. Watson, executive director of the American College of Medical Genetics, said that many mutations even in disease-causing genes do not produce serious or even detectable illness. So people might be needlessly alarmed by some of the results of the test.

마지막 중요한 논란은 소위 ‘맞춤 아기 (designer baby)’에 관한 것입니다. 맞춤 아기는 위에서 언급되었듯이 인공수정으로 배아를 만들고 착상전 유전적 진단법 (PGD)으로 나온, 특정 유전 형질을 지닌 배아를 골라서 탄생시킨 아기를 말합니다. 이러한 ‘주문형 아기’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탄생하는 경우도 많지만, 오남용의 우려 때문에 생명운동단체나 종교계에서는 반대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이러한 서비스가 과거 나치가 인간을 유전적으로 개량하는 것을 시도하였던 우생학(eugenics)의 악몽을 재현시키지는 않을지에 대해 우려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에 관련된 법도 정비되어야 할 것입니다. 2003년 영국고등법원에서 “아이의 생명을 구할수 있다면 맞춤아기 출산은 새로운 기술의 합법적 사용” 이라는 등의 판결이 난 적은 있지만, 관련 법제도 아직은 명확히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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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적인 측면에서도 이 Counsyl 은 다른 유전체 분석 회사에 비해 매우 좋은 모델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Direct to Consumer, DTC) 유전체 분석 회사들 중에, 개인의 질병 발병 위험도를 예측해주고, 라이프 스타일의 개선을 유도하는 23andMe 와 같은 회사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일지 모를 미래에 자신에게 질병이 발생할 가능성 보다, 곧 태어날 아기의 생명이 위협 받거나 평생 고통받을지도 모를 유전병 여부를 판단하는 것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 혹은 지불 의사 (willingness to pay)가 더 클 것 같습니다. 단돈 80만원에 아기에게 평생 고통이 될지도 모를 병을 미리 예방할 수 있다면, 어느 부모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하지 않을까요?

Geference, Inc.의 금창원 대표님이 이미 지적하신 바 있듯이, 23andMe와 Counsyl에 필요한 SNP chip 분석 등의 기술이 별반 차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명확한 고객층과 캐치프레이즈 및 매력적인 사업 모델이 가지는 차이는 더욱 커 보입니다. 정말 이미 일반화되기 시작한 유전체 기술을 단순히 “개발”하는 것을 넘어서, 그것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what-to-do)” 가 더 중요해지는 세상인 것 같습니다.

또한 이러한 사업 모델은 한국에서도 효과적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을 해봅니다. 한국인들이 돈을 아끼지 않는 분야 중의 하나가 자녀 교육과 건강에 관한 것일 것입니다. 현재 한국에 자녀의 유전 질병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서비스의 현황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도 이러한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분명히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미지 출처: http://online.wsj.com/, http://www.ny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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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의료를 혁신하고 세상을 더 건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벤처투자자, 미래의료학자,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 서울대학교병원 등에서 연구하였습니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를 2016년에 공동창업하였고,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40여 개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하였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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