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29th November 2024,
최윤섭의 디지털 헬스케어

디지털 의료는 어떻게 구현되는가 (11) 헬스케어 데이터 플랫폼: 애플 & 발리딕

애플은 헬스케어 회사다. 맥북, 아이폰, 아이패드를 만드는 스티브 잡스의 그 애플 말이다. 헬스케어 데이터 플랫폼의 첫 번째 사례로 애플의 헬스키트(HealthKit)를 본격적으로 설명하기 전에 헬스케어 분야에서 애플이라는 회사의 최근 행보를 먼저 살펴보려고 한다. 사실 필자에게 글로벌 IT 기업 중에서 가장 완전한 (‘완벽한’ 이 아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을 하나만 골라보라면, 아마도 애플을 꼽을 것 같다.

“디지털 의료는 어떻게 구현되는가” 시리즈 보기

  1. 변혁의 쓰나미 앞에서
  2. 누가 디지털 의료를 이끄는가
  3. 데이터, 데이터, 데이터!
  4. 4P 의료의 실현
  5. 스마트폰
  6. 이제 스마트폰이 당신을 진찰한다
  7. 웨어러블 디바이스
  8. 개인 유전 정보 분석의 모든 것!
  9. 환자 유래의 의료 데이터 (PGHD)
  10. 헬스케어 데이터의 통합
  11. 헬스케어 데이터 플랫폼: 애플 & 발리딕
  12. 빅 데이터 의료
  13. 원격 환자 모니터링
  14. 원격진료
  15. 인공지능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헬스케어 산업을 혁신하고 있는 지금, 그 선두에는 애플이 있다. 이제 애플을 빼고서 헬스케어를 논할 수 없으며, 반대로 헬스케어를 빼고서 애플을 논할 수도 없게 되었다. 특히 2014년부터 지난 몇 년간 헬스케어 분야에서 애플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면 필자는 경외를 넘어서 조금 무서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만큼 철저하고 장기적인 마스터 플랜에 기반하여 미래의 의료를 구현하기 위한 초석을 전략적으로 차근차근 쌓아가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헬스케어 부문에서 애플이 큰 수익을 벌어들이지는 못하고 있지만, 애플의 미래 계획에 헬스케어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지난 몇년 간 CEO 팀 쿡을 비롯한 애플 임원들의 키노트를 보더라도 헬스케어가 언급되지 않은 적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애플은 매년 헬스키트(HealthKit), 리서치키트(ResearchKit), 케어키트(CareKit) 등 헬스케어 혹은 의학 플랫폼을 차례로 출시했다 [ref 1, 2, 3,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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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를 빼놓고는 애플을 설명할 수 없다 (출처: BIDNESSETC)

 

애플은 헬스케어 회사

사실 애플의 헬스케어 분야 전략을 간단하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거의 전방위적으로 헬스케어 분야로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데이터 플랫폼 (헬스키트), 의학 연구 플랫폼(리서치 키트), 헬스케어 앱 개발 플랫폼 (케어키트)의 플랫폼을 자체적으로 구축하였을뿐만 아니라, 시장에서 선도적인 웨어러블 디바이스 (애플 워치)도 보유하고 있다. 헬스케어 혁신에 가장 중심적인 기기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닌 스마트폰도 애플이 처음 만들어냈다.

또한 애플은 메이요 클리닉, 스탠퍼드 병원, 듀크 대학병원, 클리블랜드 클리닉 등 세계적인 병원과도 다양한 협력을 진행해왔다 [ref 1, 2, 3, 4, 5]. 뿐만 아니라 2015년에는 샌프란시스코의캘리포니아 주립대학 (UCSF) 및 뉴욕의 마운트 사이나이 병원(The Mount Sinai Hospital) 등 의료 기관과의 협력으로개인 유전 정보를 수집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는 보고도 있었다.

필자가 애플이 헬스케어 분야에서 ‘완전한 그림을 갖추고 있다’고 하는 의미는, 데이터의 측정-통합-분석, 즉 ‘디지털 의료의 3단계’에 모두 애플이 여러 방식으로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이폰과 스마트폰은 헬스케어 및 의료 데이터를 측정하는 수단이 된다 (1단계). 아이폰 기반의 헬스케어 데이터 플랫폼인 헬스키트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 (2단계). 그리고 추후 살펴보겠지만, 의료 기관들이 이런 플랫폼을 통해 데이터를 분석하여 환자 관리나 질병 치료에 활용하는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다 (3단계).

이렇게 ‘디지털 의료의 3단계’에 모두 관여할 수 있는 기업은 전세계적으로 보더라도 그리 많지 않다. 구글, 삼성, IBM, 아마존 정도이겠으나, 큰 그림으로 본다면 이 기업들은 애플의 행보를 따라가는 팔로어의 입장인 경우가 많다. (구글도 헬스케어 분야에서 흥미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애플의 전략과는 조금 방향이 다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양사간 직접 비교는 쉽지 않다는 것 정도만 언급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헬스키트, 애플 헬스케어의 시작

애플의 헬스케어 시장 진출의 포문을 열었던 것이 바로 헬스키트 플랫폼의 출시였다. 2014년 6월 애플의 부사장 크레이그 페더리히(Craig Federighi)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 새로운 아이폰 운영체제 iOS8에 헬스키트가 기본적으로 탑재된다고 밝혔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때부터, ‘건강’ 이라는 앱이 기본적으로 아이폰에 설치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건강’ 앱이 헬스키트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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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헬스키트는 상당히 ‘애플스러운’ 컨셉의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을 중심으로, 헬스케어 시장의 환자, 앱, 기기, 병원, 전자의무기록회사 등 주요 플레이어들을 모두 끌어들이는 큰 판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애플이 아이폰의 앱스토어를 기반으로 스마트폰 앱 생태계를 창조했듯이, 이제는 헬스케어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헬스키트는 일단 아이폰을 중심으로 헬스케어 생태계의 주체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헬스키트를 중심으로 한 쪽에는 사용자(환자)와 여러 회사들의 각종 헬스케어 기기와 앱이 있다. 다른 한 쪽에는 병원과 전자의무기록(EMR) 기업들이 있다. 환자들이 언제 어디서든 여러 헬스케어 기기와 앱으로 데이터를 측정하면, 이 환자유래의 의료 데이터는 아이폰의 헬스키트 플랫폼에 통합적으로 저장 및 관리되면서, 전자의무기록을 거쳐서 결국 병원까지 전달되게 된다. 헬스키트를 중심으로 의료 생태계의 주요 주체들인 환자-기기/앱-스마트폰-전자의무기록-병원을 아우르는 데이터 흐름이 완성되는 것이다.

healthkit-001-copy애플 헬스키트 구조도 (출처: 최윤섭 디지털헬스케어 연구소)

크레이그 페더리히는 헬스키트를 처음 발표하는 자리에서 핏빗, 아이헬스(iHealth), 위딩스(Withings)와 같은 기존의 아이폰을 이용한 활동량 측정, 심박수 측정, 혈당계, 혈압계 등을 차례로 보여주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 했다.

“지금까지 많은 헬스케어 디바이스들과 관련 어플리케이션이 개발되어 왔습니다. 당신의 운동량 측정에서, 심박수, 몸무게, 그리고 고혈압과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에 이르기까지 말입니다. 지금까지, 이러한 어플리케이션들에서 측정된 정보는 각각 개별적으로 다뤄져 관리되어 왔습니다. 즉, 당신은 당신의 건강 상태에 대한 하나의 종합적인 그림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것이 헬스키트로 가능합니다. 헬스키트는 당신의 활동과 건강에 대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하나의 장소에서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합니다

이렇게 헬스키트는 ‘디지털 의료의 3단계’ 중 두 번째에 해당하는 데이터의 통합을 가능하게 해준다. (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환자 유래의 의료 데이터의 통합이다) 개별적인 앱, 센서, 기기 등으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수집하고 통합함으로써 특정 사용자의 건강에 대한 전체 그림을 완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현재 시장에서 출시된 많은 기기와 센서, 앱들은 사용자가 동의하기만 한다면, 대부분이 헬스키트 플랫폼에 연동하여 데이터를 업로드, 다운로드 받을 수도 있다.

 

헬스키트 중심의 의료 생태계

특히 이러한 플랫폼의 위력은 얼마나 많은 주체들이 참여하는지에 달려 있다. 판을 깔아놓아도, 아무도 그 판에 참여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헬스키트와 같이 양쪽을 이어주는 양면 플랫폼의 경우에는 초기에 항상 닭과 달걀의 문제가 걸린다. 즉, 많은 환자가 이 플랫폼을 써야만, 다른 한 쪽의 주체인 병원들도 많이 참여할 것이다. 그런데 많은 병원이 참여해야만 또 많은 환자들이 이 플랫폼에 들어올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애플은 전세계를 통틀어서 이 문제를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기업 중의 하나이다. 바로 스마트폰의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아이폰 덕분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2014년 iOS8 부터 아이폰에 헬스키트가 기본으로 들어가므로, 아이폰 유저라면 자연스럽게 이 플랫폼으로 편입되기 때문이다.

이 헬스키트 플랫폼의 앞쪽에는 2014년을 기준으로 무려 900 여개에 달하는 앱과 기기가 연동되어 있다. ‘건강’ 앱을 열어보면 알겠지만, 체온, 혈압, 호흡수, 혈당, 산소포화도와 같은 기본적인 수치에서부터, 체지방, 혈중 알코올 농도, 피부 전기 활동성, 흡입기 사용, 배란테스트, 생리, 성관계에 이르기까지 70여가지의 헬스케어 및 의료 데이터를 저장, 관리, 통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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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플랫폼의 뒷쪽에 해당하는 병원과 전자의무기록 회사들도 헬스키트를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2014년 6월 헬스키트의 첫 발표 당시, 메이요 클리닉, 스탠퍼드 병원, 존스홉킨스 의대, 클리블렌드 클리닉 등 22개의 유명 병원들과의 연계를 발표하였다. 이후, 2014년 9월 스탠퍼드와 듀크 대학이 각각 소아 당뇨병 환자와 심혈관계 질환 환자의 관리를 위해 헬스키트를 파일럿 테스트 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2015년 2월에는 미국의 선도병원 23개 중에서 14개 병원이 이미 헬스키트를 사용하고 있거나, 사용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으며, 이후에도 유명 대형 병원들이 헬스키트와 연동한다는 소식은 계속 들려오고 있다.

사실 의료 데이터가 병원으로 연계된다는 이야기는 전자의무기록 회사를 통한다는 의미이다. 헬스키트는 출시할 때부터 미국의 최대 전자의무기록 회사인 에픽 시스템즈(Epic Systems)와 연동되었다. 에픽은 미국에서 1억 명 이상의 환자에게 서비스 되며 대형 병원의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인 미국 최대 전자의무기록 회사이다. 이후로 애플은 또 다른 대형 전자의무기록 회사인 써너(Cerner), 애트나헬스(AthenaHealth)도 헬스키트 플랫폼과 연동시키면서 더 많은 병원에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 세가지 전자의무기록회사를 합하면 헬스키트는 60% 이상의 미국의 대형 병원과 연동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사용자가 컨트롤하는 데이터의 흐름

이렇게 사용자의 다양한 의료 데이터가 하나의 플랫폼으로 모여서 여러 병원으로 전송될 수 있다면,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역시 보안과 프라이버시다. 헬스키트가 매일 우리 건강에 대한 여러 측면의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면, 병원과 연구자에게 강력한 자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정보가 해커들에게 유출되거나,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들에 의해 오남용된다면 그 피해는 심각할 수 있다.

애플도 이러한 우려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헬스키트 출시 이후 개인 정보 보호 규칙을 추가했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환자의 데이터 보호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조항들이 들어 있다.

  • 앱들은 헬스키트 API로부터 수집한 사용자 데이터를 광고에 이용해서도 안되며, 건강/의료적/피트니스 관리를 증진시키는 것 이외의 데이터 마이닝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없고, 의료 연구 목적으로도 활용할 수 없다.
  • 사용자의 동이 없이 헬스키트  API를 통해 사용자의 데이터를 제 3자와 공유하는 앱은 허용되지 않는다.

또한 헬스키트 중심의 애플 의료 생태계에서, 모든 데이터의 흐름은 사용자(환자) 본인이 컨트롤하게 된다. 무엇보다 측정된 의료 데이터는 바로 클라우드로 가는 것이 아니라, 먼저 아이폰 내부에 저장된다. 환자들은 자신의 아이폰에 설치된 특정 앱이 자신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거나, 클라우드 등 외부에 저장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의료 데이터가 에픽의 전자의무기록을 통해 병원으로 보내어질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되어 있지만, 이 통로를 통해서 데이터를 전송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사용자 본인이다. 앞서 의료 데이터의 소유권 이슈는 여러번 강조한 바가 있으며, 환자 유래의 의료 데이터의 소유권을 환자가 온전하게 가지게 됨으로써 환자의 역할과 권익이 커진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환자의 권한 강화는 애플 헬스키트의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헬스케어 데이터 전문 플랫폼, 발리딕

애플이 ‘디지털 의료의 3단계’에 모두 발을 걸치고 있다면, 데이터 통합에만 집중하는 기업도 있다. 실리콘밸리의 발리딕(Validic)이라는 기업이 대표적이다. 한국에는 아직 이름이 알려져있지 않지만, 발리딕은 이미 52개국의 2억명이 넘는 사람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목해야 할 기업이다. 샌프란시스코의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 투자기업인 락헬스(Rock Health)는 2016년 가장 빠르게 성장한 기업으로 이 발리딕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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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딕은 애플 헬스키트와 전반적인 구조가 유사하다. 환자와 일반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앱과 디바이스에서 얻어진 환자 유래의 의료 데이터들을 클라우드 기반의 플랫폼에서 수집 및 통합하여, 이 데이터를 의료 생태계의 다양한 주체들이 받아볼 수 있는 단일한 통로를 제공하는 것이다. 발리딕을 통해서 이 데이터를 제공받을 수 있는 고객들은 병원, 보험사, 제약사, 웰니스 기업 등 매우 다양하다.

특히 발리딕은 시장에 나와 있는 모든 헬스케어 및 의료 앱, 가정용 의료기기 중 무려 70% 정도를 플랫폼에 연동시켰다. 핏빗(fitbit), 가민(Garmin), 죠본(Jawbone), 옴론(Omron), 아이헬스(iHealth) 등 시장에 출시된 상당수의 앱과 기기가 이 발리딕의 플랫폼화 호환성이 있으며, 환자가 동의 하에 데이터를 발리딕 플랫폼을 통해서 보낼 수 있는 것이다. 2017년 1월 기준 375개의 기기 및 앱이 연동되어 있으며, 그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앞서 설명했듯이 앱과 기기들은 서로 표준이 다르며, 데이터의 형태가 다를 수도 있다. 어떤 기기는 API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가 공개되어 있어 데이터를 가져오기가 용이한 반면, 그렇지 못한 기기들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경우를 고려할 때,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모으기 위해서는 결국 개별 앱, 디바이스를 일일이 플랫폼에 연동시키는 작업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일일이 기기를 연동시키고 유지보수하는 것은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과정이며, 발리딕 같은 플랫폼을 통하지 않고 개별 병원이나 보험사가 직접 하기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다. 발리딕의 CEO인 라이언 베크랜드(Ryan Beckland)에 따르면 현재 고객들 중의 상당수가 직접 이러한 기기 연동을 시도하다가 실패하고 발리딕의 플랫폼을 이용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지난 몇년간 발리딕은 더 많은 기기와 앱을 연동시키기 위한 과정을 진행해왔다. 실제로 2016년 말 기준으로 이 기업이 시중의 앱과 기기 중 70%를 연동했다고 발표하였는데, 과거 자료들을 찾아보면 이 수치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2016년 1월 기준으로 244개 였는데, 2017년 1월에는 375개이니 1년 동안 130개 정도가 늘었다) 필자가 2016년 12월 워싱턴의 커넥티드 헬스 학회에서 회사 관계자를 만나서 물어보니, 이렇게 일일이 기기들을 연동시키는 지난한 과정을 거쳤던 것 자체가 후발 기업이 단기간에 따라할 수 없는 발리딕의 경쟁 우위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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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헬스키트와 차이점

여기까지만 보면 발리딕은 애플의 헬스키트와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몇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 일단 가장 큰 차이점은 플랫폼에 들어오는 구성원이다. 사용자들이 데이터를 측정하는 플랫폼의 앞단을 보면, 헬스키트는 아이폰 기반의 플랫폼이므로 사용자 저변이 아이폰 사용자에만 국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발리딕은 아이폰 사용자뿐만 아니라, 안드로이드 등 다른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사용자들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플랫폼의 뒷단에도 보다 폭넓은 의료 생태계의 주체들이 참여하여 발리딕을 통해 데이터를 받을 수 있다. 애플 헬스키트는 주로 전자의무기로 기업을 통해서 병원으로 데이터를 보내주는 모델이었다. 발리딕도 써너(Cerner)나 메디테크(Meditech)와 같은 전자의무기록 시스템과 연동이 되어서, 이를 사용하는 수 천개의 의료 기관에 환자들의 데이터를 보낼 수 있다 [ref 1, 2]. 뿐만 아니라, 발리딕은 보험사, 제약사, 웰니스 기업 등 의료 생태계의 다른 조직들에도 데이터를 보내고 있다. 즉, 헬스키트보다 조금 더 넓고 포괄적인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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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발리딕은 카이저 퍼머넌테(Kaiser Permanente), AXA, 바이탈리티(Vitality) 등의 보험사, 화이자, 암젠, 머크 등의 제약사, 웹MD, 웰톡 등의 웰니스 회사, 그리고 UCSF, UPMC, 셔터헬스(Sutter Health)등의 의료 기관에도 연계되어 데이터를 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셔터헬스는 발리딕을 통해서 심장 질환이 있는 환자들의 활동량, 혈압 등을 원격으로 모니터링하고, 아이겟베터(iGetBetter)는 급성 질환 환자들의 퇴원 이후에 데이터를 원격으로 모니터링하여 재입원률을 낮추려는 서비스인데 이 역시 발리딕을 활용하고 있다. 또한 제약사들은 임상시험에 참여한 환자의 복약여부, 활력징후를 원격으로 얻을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 바대로 플랫폼에 참여하는 주체가 늘어날수록 그 플랫폼의 가치는 올라간다. 환자의 입장에서도 자신의 데이터를 더 다양한 곳에 공유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두 번째 차이점은 발리딕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애플 헬스키트는 아이폰의 ‘건강’ 앱으로 인터페이스가 노출되어 있어서, 사용자가 이 전용 앱으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발리딕은 고객사인 병원, 보험사, 제약사 등의 플랫폼에 내장(embedded)되어서 앱 내부에 숨겨진 채로 사용된다. 개인 사용자는 병원이나 보험사의 앱을 사용하면서도, 실제로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 앱에 내장된 발리딕의 솔루션을 통해서 데이터를 보내게 되는 방식이다. (52개국 2억명 이상의 사용자에 비해서, 일반 사용자에게 발리딕의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은 이렇게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서비스 방식 때문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발리딕의 사업 모델은 이렇게 써드 파티 기업 고객의 시스템에 내장되어 데이터를 전송해주고 그에 따른 비용을 받는 것이다. 반면 헬스키트는 그 자체로는 아직 수익 모델은 갖추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차이점은 플랫폼이 데이터를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발리딕은 애플 헬스키트보다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데이터를 받아들인다. 사실 이는 차이점이라기 보다는 발리딕과 헬스키트의 관계로 설명하는 것이 타당하다. 왜냐하면 발리딕의 여러 데이터 소스 중에 하나가 바로 애플 헬스키트이기 때문이다.

2015년 4월 발리딕은 애플 헬스키트와 연동을 시작하면서 헬스키트에 저장된 데이터를 발리딕의 플랫폼으로 가져올 수 있게 했다. 이외에도 발리딕은 삼성 S헬스로부터도 데이터를 받아올 수 있다. 즉, 발리딕은 자체적으로 앱과 디바이스를 플랫폼에 블루투스로 연동시켜서 데이터를 가져올 수도 있고, 헬스키트 및 S헬스를 통할 수도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연동된 기기의 수는 더욱 늘어난다.

validic-healthkit애플 헬스키트, 바이탈스냅 등이 발리딕 플랫폼의 주요 데이터 소스이다

 

바이탈스냅

한 가지 재미있는 부분은 발리딕이 데이터를 받아들이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블루투스 연동, 헬스키트 연동 등으로 데이터를 받아들이는 방식 외에 또 한 가지가 더 있다. 바로 바이탈스냅(VitalSnap)이라는 방식이다.

최근 시중에 쏟아져 나오는 많은 ‘스마트 기기’의 경우 블루투스로 스마트폰과 연동된다. 이러한 경우, 해당 기기로 혈당, 혈압 등의 데이터를 측정하면 스마트폰으로 데이터를 바로 전송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환자들이 사용하는 많은 기기들은 ‘스마트’ 하지 않고 스마트폰과 연동 기능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환자들이 일일이 데이터를 스마트폰에 입력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번거롭다.

하지만 발리딕의 바이탈스냅이라고 하는 방식으로는 해당 기기의 화면을 사진으로만 찍으면 된다. 혈압계, 혈당계 등 데이터를 측정하는 기기들은 수치를 보여주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화면’을 가지고 있다. 이 화면을 사진으로 찍어서, 이미지 분석을 통해서 발리딕의 플랫폼으로 수치가 입력되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정해진 형식의 이미지에서 수치를 뽑아내는 것은 기술적으로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를 통해서 사용자가 받게 되는 편의는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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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러한 방식은 고령 환자에게도 유효하다.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는 만성질환 환자 환자의 상당수가 스마트 디바이스에 익숙하지 않는 노년층 환자이다. 이 환자들은 스마트 기기의 사용과 블루투스 연동 등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경우 사진을 찍는 방법이 더 간편하고 편리할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스마트 기기 등을 활용하여 의사에게 혈압 및 혈당 수치를 전송하여 관리받을 수 있는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이 경우에도 우려되는 부분이 바로 공인인증서 등록, 블루투스 기능을 활용한 기기 연동, 앱을 통한 데이터 전송 과정이 필요하다는 부분이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환자에게는 이런 과정이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으며, 이러한 불편함이 시범사업의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데이터 플랫폼의 현재

이렇게 현재 대표적인 헬스케어 데이터 플랫폼인 애플의 헬스키트와 발리딕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이런 플랫폼을 통해서 끊임 없이 생산되는 다양한 종류의 환자 유래의 의료 데이터가 하나의 장소로 수집 및 통합되면서 그 특정 환자의 보다 종합적이고 총체적인 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아직 헬스키트나 발리딕이 완벽한 헬스케어 데이터 플랫폼이라고 할 수는 없다. 통합하는 데이터의 종류만 보더라도 기존의 전통적인 의료 데이터나, 유전 정보 등은 아직 다루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2016년 12월 미국 학회에서 발리딕의 관계자에게 ‘환자유래의 의료데이터 뿐만 아니라, 유전 정보까지도 포함시킬 생각은 없느냐’고 질문 했더니, ‘그러한 고객들의 요구가 있기는 하다’며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향후 헬스케어 데이터 플랫폼은 이렇게 총체적인 의료 데이터를 보다 폭넓게 포괄하는 쪽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보다 시시각각 바뀌는 우리의 건강 상태에 대해 종합적이고 정밀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며, 이를 통해 예방, 예측, 맞춤 치료의 구현에도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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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의료를 혁신하고 세상을 더 건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벤처투자자, 미래의료학자,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 서울대학교병원 등에서 연구하였습니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를 2016년에 공동창업하였고,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40여 개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하였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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