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30th November 2024,
최윤섭의 디지털 헬스케어

애플, iOS8에 HealthKit 탑재를 통해, 의료 생태계를 구축한다! (1)

지난 6월 2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WWDC(세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애플에서는 아이폰의 새로운 운영체제인 iOS8을 발표했습니다. 애플의 부사장 Craig Federighi가 직접 발표한 이 키노트 프레젠테이션에서, 무엇보다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바로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HealthKit와 어플리케이션 Health가 iOS8에 기본적으로 탑재된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전체 30여분 가량되는 키노트 발표에서, 헬스케어와 관련된 내용은 3분 남짓한 시간에 지나지 않았지만, 애플이 아이폰에 헬스케어를 통합하려는 방식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큰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에 발표된 헬스케어 관련 개발자를 위한 플랫폼인 HealthKit 및 일반 사용자들을 위한 대쉬보드 어플리케이션 Health을 통해, 외부의 3rd party  개발사들의 각종 헬스케어 웨어러블 디바이스 및 스마트 의료기기들이 하나의 플랫폼에서 통합적으로 관리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Mayo Clinic 등 여러 외부 의료기관들의 전자의료시스템(EHR)과도 연계하여, 스마트 헬스케어와 기존의 의료체계를 통합하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비전을 보여주었습니다.

마치 아이팟과 아이튠즈라는 플랫폼을 통해 음악 산업의 생태계 자체를 바꿔놓았던 애플의 혁신이 헬스케어 산업에도 적용되는 것이 아닐지 하는 기대를 갖게 해주는 부분입니다.


Craig Federighi의 iOS8 발표. HealthKit 및 Health에 관한 발표는 18:35 정도부터 나옵니다.

 

루머로 떠돌던 HealthKit 및 Health의 전격 발표

사실 애플이 아이폰의 새로운 어플리케이션과 iWatch를 통해 모바일 헬스케어와 피트니스 트레킹 분야에 혁신을 불러일으키려고 한다는 예측은 예전부터 있어 왔습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 피트니스 트레킹 분야의 전문 인력을 계속 해서 충원해왔을 뿐만 아니라, 작년 12월 FDA와 함께 모바일 의료 어플리케이션에 관한 논의를 했다는 것이 알려지기도 하였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HealthKit에 관한 예측은 보다 구체적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애플에 관한 ‘루머’들을 주로 다루는 9to5mac 에서는 지난 1월 말 Healthbook 이라는 이름의 헬스케어 어플리케이션이 iOS8 에 포함될 것이라고 예측하였고, 지난 3월에는 아예 Healthbook의 예상(?) 스크린샷 이미지 및 상세한 세부 설명까지 보여주었습니다. 이 예상 디자인은 기존의 iOS에 포함되어 있는 Passbook 어플리케이션의 디자인을 본 떠 만든 것이었습니다.

이번 발표를 봤을 때, (비록 어플리케이션의 이름은 달랐지만) 이 예상 디자인 및 상세 설명은 결과적으로 꽤나 정확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HealthKit는 Healthbook에서 예측되었던 기능들 중에, iReminder를 약의 복용 모니터링 (medical adherence tracking) 등 몇가지 기능을 제외하고, 좀 더 간단한 형태로 발표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phpctreoz

HealthKit는 어떤 역할을 하는 플랫폼인가?

그렇다면, HealthKit는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 플랫폼일까요? 애플 부사장 Craig Federighi가 HealthKit 를 설명하기 위해서 먼저 Fitbit, Wahoo Fitness, iHealth, Withings 과 같은 기존의 아이폰을 이용한 운동량 측정계, 심박수 측정계, 자가혈당측정계, 혈압측정계 등을 차례로 보여주면서, 아래와 같이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헬스케어 디바이스들과 관련 어플리케이션이 개발되어 왔습니다. 당신의 운동량 측정에서, 심박수, 몸무게, 그리고 고혈압과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에 이르기까지 말입니다. 지금까지, 이러한 어플리케이션들에서 측정된 정보는 각각 개별적으로 다뤄져 관리되어 왔습니다. 즉, 당신은 당신의 건강 상태에 대한 하나의 종합적인 그림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것이 HealthKit으로 가능합니다. HealthKit은 당신의 활동과 건강에 대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하나의 장소에서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합니다 

Developers have created a vast array of healthcare devices and accompanying applications — everything from monitoring your activity level, to your heart rate, to your weight, and chronic medical conditions like high blood pressure and diabetes. But up until now the information gathered by those applications has lived in silos. You can’t get a single comprehensive picture of your health situation. But now you can, with HealthKit. HealthKit provides a single place that applications can contribute to a composite profile of your activity and health.”

즉, 일반 사용자들은 이제 자신의 건강 정보에 대해서 Health라는 단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접근 가능합니다. 여기에는 (아마도 앞으로 애플이 내어 놓을지도 모를 자체적인 웨어러블 디바이스 외에도) 외부 3rd party 개발사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웨어러블 디바이스, 어플리케이션 등의 데이터가 모두 통합적으로 관리되는 것입니다.

일견 간단하게도 보일 수 있는 일이지만, 아이폰과 같은 강력한 플랫폼 및 소비자 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외부 개발사 및 의료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오픈된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애플의 이러한 결정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가 마침내 개화할 시기가 도래할지도 모르겠습니다.

cqwmhcgv9motut68ahue copyHealth 애플리케이션의 스크린캡쳐

나이키 헬스케어 어플리케이션과의 콜라보레이션

이렇게 3rd party 어플리케이션/디바이스를 통해 얻은 건강 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단일 플랫폼인 Health를 설명하기 위해 Craig Federighi는 나이키의 헬스케어 어플리케이션, Nike+를 가장 먼저 예시로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당신은 나이키 어플리케이션으로부터 활동량, 체중, 심박수 같은 다른 정보들을 제공 받을 수 있습니다. 나이키는 HealthKit와 통합하기 위해 함께 일하고 있고, 이 정보들은 당신의 맞춤형 피트니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움을 줄 것입니다.

But you could, for instance, provide different activity, weight, heart rate information to the Nike app. And Nike is working to integrate HealthKit and use that information to help you in your pursuit of your personalized fitness goals.”

사실 애플과 나이키의 오랜 파트너십을 고려해볼 때, 나이키가 대표적인 예시로 등장한 것은 그리 놀랄만한 일은 아니라는 분석입니다. 지난 4월 중순, 나이키가 손목 밴드 형태의 액티비티 트레커 FuelBand 의 생산을 중단하고, 관련자들을 해고한다는 것이 알려졌을 때, 여러 전문가들은 나이키의 이러한 결정이 애플과의 향후 협력 관계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하였습니다. 나이키는 애플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자신은 헬스케어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고, iWatch와 같은 하드웨어의 생산은 애플에게 맡긴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주장에는 나이키의 FuelBand와 Nike+ 관련 일을 했던 Jay Blahnik, Michael Tchao 등의 핵심 인재들이 애플로 이직했다는 것이 근거로 이야기 되기도 합니다.

3031385-inline-i-1-mayo-clinic-health-kit-app

 

Mayo Clinic 과의 제휴를 통한 스마트 헬스케어-의료 서비스의 접목

더 놀라운 것은 애플이 Health를 통해서 웨어러블 디바이스 및 휴대용 의료기기와 기존 병원의 의료 시스템까지 통합하려는 대담한 계획을 발표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비전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하는 것이 바로, Mayo Clinic 과의 협력입니다. 애플은 Health 앱을 만들기 위해 Mayo Clinic과 지난 5년 동안이나 공동으로 일해왔다고 알려졌습니다.

Mayo Clinic은 의료 혁신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너무도 익숙한 이름입니다. 1889년에 설립된 긴 역사를 자랑하며, 매년 1,165,000 명의 환자들이 방문하는 대형 병원임에도 불구하고, Mayo Clinic은 의료 분야의 각종 혁신들에 앞장서는 것으로 유명하며,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혁신을 발빠르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료, Mayo Clinic 은 지난 4월, 아이폰 기반의 의료 어플리케이션 Better 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환자들이 자신의 의료 서비스를 더욱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환자들은 이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 Mayo Clinic 의 간호사들과 실시간 채팅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환자의 의료 기록을 반영한 “이상 증상 체크 기능 (Symptom Checker)” 기능을 제공하며, 이에 따른 결과를 주치의에게 제공하고, 진료 예약을 하는 것까지 가능합니다.

실리콘벨리의 이 스타트업 Better에 다른 벤처캐피털과 함께 재무적으로 투자를 하기도 한 Mayo Clinic은, 이렇게 환자들이 병원 밖 어디에 있든지 상관 없이 의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서비스의 폭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Better의 CEO인 Geoff Clapp은 “Better와의 제휴는 Mayo Clinic이 2020년 까지 200 million명의 환자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계획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언급하기도 하였습니다.

3029304-inline-i-1-better-and-mayo-clinic-iphone-appMayo Clinic은 의료 어플리케이션 Better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환자에게 원격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이렇게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혁신에 앞장서고 있는 Mayo Clinic 과의 협력을 통해서 Health 앱을 공동개발하였을 뿐만 아니라, 단순한 건강 데이터 관리 차원을 넘어, 병원 등 기존의 의료 시스템과의 통합까지 꾀하고 있습니다. 

이번 발표에 따르면, 환자들은 Health 앱을 통해서 각종 스마트 의료 기기를 통해 건강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데이터가 일정 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병원에 자동적으로 컨택하여 의사에게 알림을 줌으로써, 의사가 환자에게 적시에 접촉하여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합니다.

“We’re also working with the Mayo Clinic, innovators in healthcare,” he said. “And with their integration with HealthKit, they’re going to be able to — when a patient takes a blood pressure reading, HealthKit automatically notifies their app. And their app is automatically able to check whether that reading is in that patients’ personalized healthcare parameters threshold. And if not, it can contact the hospital proactively, notify a doctor, and that doctor can reach back to that patient, providing more timely care.”

Screen Shot 2014-06-08 at 11.16.13 AM

이는 말 그대로 HealthKit과 Health가 스마트 의료기기에 의해 측정된 데이터를 병원까지 이어주는 플랫폼, 즉 징검다리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스마트 헬스케어 디바이스에 의해 측정된 데이터는 그 어플리케이션 내에서만 분석되거나, 혹은 의사에 의해 분석된다고 할지라도 개별 어플리케이션의 수준에 그치던 것이었습니다.

제가 예전에 아이폰 기반의 심전도 측정계 AliveCor가 PracticeFusion 이라는 전자의료기록(EMR) 회사와 연계하여, 스마트 폰으로 측정한 심전도 데이터가 병원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소개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례도, ‘개별 어플리케이션’ 수준에 제한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iOS8의 Health는 3rd party 개발자 모두에게 오픈된 API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이제는 어느 외부 개발사라고 하더라도 HealthKit와 Health를 통해서 자신의 스마트 헬스케어 솔루션이나 디바이스를 기존 의료 시스템과 통합할 수 있는 통로를 가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실로 매우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대의 EMR, Epic과의 제휴를 통한 의료서비스 연계

Health 앱을 통한 병원과의 결합은 당연히 Mayo Clinic 하나의 병원에 그치지 않습니다. 더욱 다양한 병원의 의료 서비스와 결합하기 위해서는 결국 전자의료기록(EMR)과의 통합이 필요합니다. 이번 발표에서는 아주 잠깐 밖에 언급 되지 않았지만, 애플은 EHR 회사인 Epic과도 제휴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pic은 미국 전역에서 100 million 명 이상의 환자에게 서비스되고 있는 미국 최대의 EHR 회사입니다. 뿐만 아니라, Epic은 일찍이 메이져 EHR 회사들 중에는 최초로 MyChart 라는 스마트폰 기반의 EMR/PHR 앱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MyChart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 환자들은 자신의 진료 정보를 볼 수 있고, 의사들과 연락할 수 있으며, 병원 예약 관리 등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Screen Shot 2014-06-08 at 11.20.31 AM

이번 발표에서 Craig Federighi 는 스탠퍼드 병원, 존스홉킨스 의대, 클리블렌드 클리닉 등 Epic의 EHR을 채택하고 있는 22개의 유명 병원들의 목록을 보여주면서, 이 병원들의 환자들은 곧 자신의 의료기록을 HealthKit과 통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Epic 과의 통합을 통해서 Health 앱이 이러한 대형 병원들과 연결된다면, 이 플랫폼의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3rd party 앱이나 디바이스 제조사들은 자신들이 직접 병원과 접목하려고 노력하는 대신 HealthKit 에 연동되도록 개발하면 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병원과의 원활한 제휴가 보장된다면 더욱 다양한 기능의 어플리케이션이나 디바이스의 개발이 촉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대로 Epic의 입장에서도 Health와의 제휴는 자사의 EMR에 대한 매력도를 더욱 증가시키는 방안이 될 것입니다. 이제 아이폰의 유저들은 디폴트로 설치되어 있는 Health을 활용할 것이므로 환자들은 Epic 의 EMR을 채택한 병원을 더욱 선호하거나, 그렇지 않은 병원에게 Epic을 사용하도록 압력을 넣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iOS8의 발표에 나온 HealthKit와 Health 앱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이렇게 출시된 Health 앱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성되어 있으며, 앞으로 어떠한 파급효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Like this Article? Share it!

About The Author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해 의료를 혁신하고 세상을 더 건강하게 만들고자 하는 벤처투자자, 미래의료학자, 에반젤리스트입니다. 포항공대에서 컴퓨터공학과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전산생물학으로 이학박사를 취득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 서울대학교병원 등에서 연구하였습니다. 현재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전문 투자사, 디지털 헬스케어 파트너스 (DHP)를 2016년에 공동창업하였고,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40여 개의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하였습니다. 네이처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매지 『npj 디지털 메디슨』의 편집위원이자, 식약처, 심평원의 전문가 협의체 자문위원입니다. 『디지털 헬스케어: 의료의 미래』 『의료 인공지능』 『헬스케어 이노베이션』 등을 집필하였습니다.

12 Comments

Leave A Response